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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 위한 韓·美·中·러 4자 정상회담 필요”

文 정부, 분단 관리 아닌 통일 위한 정책 수립해야

손기웅 통일연구원장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02(Mon) 16:00:00 | 1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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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만 해도 북한의 연이은 군사적 도발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러나 필자는 실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철저한 계산 아래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고 그 상황을 각자의 이익 실현에 이용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한과 미국은 옆에서 보면 서로 마주 보며 달리는 두 개의 폭주 기관차와 같다. 하지만 위에서 본다면 두 기차가 달리는 철로는 전혀 다른 길이다. 다시 말해 각자의 셈법이 다르다는 뜻이다.

 

우선 김 위원장은 핵무기 개발을 마무리하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핵무기 보유에 대한 명분이 필요했고 북한은 그 명분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에서 찾았다. 물론 체제 결속 차원에서도 적당한 긴장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언사는 북한 주민들을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묶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더욱 강하게 맞받아침으로써 북·미 직접 대화의 가능성을 키우고자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결을 통해 김 위원장은 앞으로 전개될 북·미 대화를 북핵 폐기가 아니라 핵보유국 간 군비통제 협상의 무대로 활용하고자 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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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마주 보고 달리지만 철로 전혀 달라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북한과의 긴장 관계는 결코 나쁜 게 아니다. 우선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이다. 이를 통해 그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실패라고 간주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줬을 수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THAAD) 배치라는 성과 외에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새롭게 등장한 한국의 진보 정부에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높였을 수 있다. 동시에 미사일과 핵잠수함을 포함한 막대한 무기 수출을 이끌어냈을 수 있다. 또 북한과의 긴장은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군사협력체제를 공고화한 것은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라는 경제적 이익까지 얻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경제제재가 지속되면 북한의 반발도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고, 그 결과 미국이 원하는 형태의 북·미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봤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남북, 북·미 대화는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 모두에게 타이밍상 꼭 필요한 시점에 열리는 대화의 장이다.

 

이러한 때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평화적 문제 해결 의지를 더욱 확고히 밝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운전자론’을 강조하고 있다.

 

어쩌면 북한은 우리 정부와의 협상에 큰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북·미 대화의 징검다리 정도로 여길 수 있다. 만약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평창올림픽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우리가 배제된 채 북·미 간 직접 대화의 물꼬가 터졌을 수 있다.

 

지금 북한은 ‘현 상황에서 남한 문재인 정부를 활용하면 분명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대화 주선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우리 스스로가 북·미 대화가 곧장 북핵 폐기로 이어질 거라는 생각을 버릴 필요가 있다. 모든 문제의 해결이 북·미 대화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북핵 폐기를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협조가 더 중요하다. 미국·중국·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데다 군사 강대국이면서 NPT(핵확산방지조약) 체제 중심국가, 6자회담 당사국이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 정부가 선언할 것은 북·미 대화를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핵문제 해결을 위한 3개국 정상회담을 여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안전 및 경제적 대가 제공 등 모든 사안에서 중국의 협조는 필수적이며 절대적이다. 소외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남한·북한·미국 간 합의 사안에 과연 중국이 기꺼이 동의할까? 그런 점에서 한·중 간 긴밀한 협의,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 간의 만남과 소통이 절실히 요청된다.

 

인정하기 힘들지만, 지금 한반도 정세는 우리가 아닌 북한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모습이다. 때문에 우리 정부가 다시 운전대를 잡기 위해서는 판을 뒤흔드는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등 주변국들은 비핵화라는 목적만 달성하면 되지만 우리에게는 그와 다른 목표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북한의 변화와 통일이다. 쉽게 말해 북한을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가 있는 사회로 변모시키는 일이다. 이는 헌법이 정한 우리 대통령, 우리 정부의 의무다.

 

물론 이 와중에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통일을 입에 올리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체제 흔들기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북한은 다자회담을 시간벌기용으로 사용한 전력이 있다. 이번에도 그 같은 일이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시기를 북한의 현실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지금은 김정은이 한반도 운전대 잡은 모습

 

현실적으로 통일은 우리가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통일을 뒤로한 채 영구분단을 사실상 인정해서야 되겠는가. 우리 정부의 정책 목표는 북한 주민 스스로가 변화를 원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완화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재개된다면 이는 자칫 남남갈등을 만들 수 있다. 개성공단이 확대되고 금강산관광이 마식령으로까지 연계되면 이는 분단 관리나 영구분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럴 바에는 이번에는 개성공단과 함께 남측 파주에도 공단을 조성해 남북경협 모델을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금강산관광만 활성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설악산 등 우리 쪽 관광 인프라도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 퍼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교류협력의 방법도 북한이 원하는 곳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내 보다 많은 다양한 지역에서 보다 많은 북한 주민과 접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 내 경제특구에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장기적으로 북한의 변화가 뒤따른다. 그런 측면에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이 재개되더라도 북한 측에 현금으로 비용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 과거 서독은 동독에 교류협력 차원에서 대금을 지급할 때 코콤(대공산권수출금지조약)에 위배되지 않는 것만 지급했다. 유엔 경제제재에 위배되지 않는 품목만 현물로 줘야 북한 정권이 아닌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청산결제나 구상무역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운전사가 차량을 잘 몰기 위해서는 엔진이 제대로 출력을 낼 수 있도록,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차량을 잘 정비해야 한다. 국론이 분열돼 네 바퀴가 제멋대로 움직이면 운전이 제대로 되겠는가. 조수석에 누구를 앉힐 것인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원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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