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3월25일부터 28일까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김정은이 30대 중반의 나이답지 않게 여간내기가 아니구나 하는 인상을 받은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2011년 집권 이후 간단찮은 역량을 과시해 왔다. 김정은은 지금까지 미국, 중국 등 세계 1·2위 강대국들을 갖고 놀았다. 우선 미국과는 지난해까지 핵과 미사일 개발을 둘러싸고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벌였다. 김정은의 북한과 트럼프의 미국의 대결은 현재진행형이지만 미국은 이겨도 남는 게 없는 그런 상황이 됐다. 비록 남한에 있는 약 20만의 자국민 때문이라고 하지만 미국이 핵 때문에 북한 같은 조그만 나라한테 절절매는 모습이 전 세계에 노정(露呈)되면서 미국의 체면은 크게 손상됐다. 아울러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취약점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약 미국이 독재국가였으면 남한에 있는 자국민이 얼마가 죽든 말든 북한에 바로 핵공격을 퍼부어 절멸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중국과는 어떤가. 김정은은 집권 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중요한 정치행사 때 미사일 도발 등을 함으로써 시진핑의 체면을 크게 손상시키는 짓을 예사로 해 왔다. 중국이 절대 북한을 버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서 한 것은 물론이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놔야 미국은 물론 중국까지 자신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을 계산하고 감행한 도박이었다. 도박은 성공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 북한은 이제 중국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김정은은 올 초부터 모든 국면을 주도해 가고 있다. 우리 정부에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제안함으로써 화해 무드를 조성했고 남북 정상회담 개최도 합의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북·미 정상회담까지 제안해 5월 중 개최 예정으로 만들어놨다. 상황이 이쯤 되면 중국은 당연히 안절부절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을 전격 방문함으로써 북·중 관계를 단숨에 회복했다.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하고 당시 20대 후반의 김정은이 집권하자, 남한에서는 김정은이 오래 못 갈 것이라는 희망성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틀렸다. 김정은은 아직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이런 김정은의 북한을 상대로 우리는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을 필두로 힘겨운 씨름을 벌여야 한다. 현재 우리의 치명적 약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국론분열이고, 하나는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무지(無知)다. ‘우리민족끼리’라는 감상(感傷)을 버리고 이들 약점부터 필사적으로 보완해야 승산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