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MB가 있다면, 프랑스엔 사르코지가 있다
  • 최정민 프랑스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03 14:23
  • 호수 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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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 대통령들의 몰락…불법 자금 수수 혐의와 반박 행태 등 판박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한국과 프랑스는 우파진영의 정치인을 각각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2007년 프랑스에서 니콜라 사르코지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2008년 한국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선출됐다. 두 대통령은 여러 가지로 비슷했다. 젊었고 의욕에 차 있었으며, 무엇보다 ‘불도저’라고 불리던 강한 추진력이 있었다.

 

10년이 흐른 지금 두 대통령의 뒤안길이 유사하다. 한쪽은 불법 자금 수수 혐의로 피의자 신분이 됐고, 다른 한쪽은 구속영장이 발부돼 감옥에 갔다. 한국 정치사에서 전직 대통령이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게 처음이 아닌 것처럼, 프랑스 정치사에서 전직 대통령이 기소된 사례 역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듯, 사르코지에 대한 의혹도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다. 이 전 대통령에게 BBK와 최근 불거진  ‘다스 실소유주 논란’이라는 꼬리표가 있다면, 사르코지에겐 2010년 대선자금 장부를 조작한 ‘비그마리옹 스캔들’과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리비아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이 있다.

 

돈 문제만 있는 건 아니다. 국정원 댓글 조작 같은 직권남용 혐의가 이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면, 사르코지의 경우 자신의 혐의 관련 정보를 캐내기 위해 현직 판사를 매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 종목만 유사한 것이 아니다. 혐의에 대한 반박 유형도 유사하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수사 칼날이 자신을 향하자 기자회견을 자청해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강력 반발했다. 사르코지는 한발 더 나아가 구금이 풀린 당일 저녁, 뉴스에 출연해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프랑스 언론은 일제히 사르코지의 저녁 생방송 인터뷰를 ‘사르코지 쇼’라고 꼬집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3월2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동부구치소로 압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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