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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에 빛바랜 경동의 ‘국가대표 보일러 신화’

계열사 간 거래 통해 손연호 회장 일가 지배력 높여 뒷말

이석 기자 ㅣ ls@sisajournal.com | 승인 2018.04.05(Thu) 14:00:00 | 1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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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일러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경동나비엔과 오너 기업인 ㈜경동원의 내부 거래가 지난해에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동원은 2017년 경동나비엔 등 계열사로부터 168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1472억원) 동기 대비 15%나 증가한 수치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경동원은 현재 손연호 회장과 장남 손흥락 이사 등이 9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개인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경동원은 1982년 설립된 이래 많은 일감을 경동나비엔 등으로부터 지원받았다. 지난 10년간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액만 8000억원에 육박한다. 이 기간 동안 오너 일가의 지분 가치가 크게 상승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특히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은 경동나비엔과의 거래가 매년 10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2013년에는 ㈜경동원 매출의 60%인 1050억원을, 2014년에는 전체 매출의 61%인 1047억원을, 2015년에는 전체 매출의 63%인 1219억원을 올렸다. 2016년의 경우 ㈜경동원 매출 2160억원 중 68% 수준인 1472억원을 올리는 등 시간이 갈수록 규모나 의존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오너 기업 내부 거래 지난해도 15% 증가

 

㈜경동원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 거래와 함께 매년 거액의 배당까지 받았다. 2012~15년까지 4년 동안 ㈜경동원이 경동나비엔으로부터 받은 배당금만 24억8000만원이다. 2016년에는 줄곧 100원을 유지하던 주당 현금배당금을 150원으로 올렸고, 지난해 주당 배당금을 다시 2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불과 2년 만에 배당금이 100%나 증가한 것이다.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현금을 확보한 ㈜경동원은 다시 경동나비엔 지분을 매입했다. 한때 30%대 후반이던 지분율은 현재 50.51%까지 높아진 상태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경동나비엔그룹은 현재 오너 일가가 ㈜경동원을 통해 주력 계열사인 경동나비엔을 지배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손 회장 일가는 계열사 지원을 받아 자산을 증식하고 지배력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지배구조 평가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D등급을 받았다. 한국지배구조원은 매년 코스피 상장사 733곳의 환경경영(E), 사회책임경영(S), 지배구조(G)를 각각 평가해 ESG 등급을 매기고 있다. 등급은 S에서 D까지 모두 7단계다. D등급은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제시한 체계를 거의 갖추지 못하며, 지배구조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현실화가 우려되는 단계’로 적시돼 있다.

 

경동나비엔 측은 “보일러 업계 특성상 내부 거래가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수출을 위해서는 국내에 비해 높은 내구성과 안전성을 요구하는 유럽의 EN규격에 맞춰야 한다”며 “값 비싼 유럽 부품을 수입할 수는 없기 때문에 독자적인 노력을 통해서라도 부품을 국산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시 국내에서는 KS 인증에 맞춰 일반 가스보일러 부품을 생산했을 뿐, 콘덴싱보일러 및 온수기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전무한 상황이었다”며 “수출 시장만을 타깃으로 외부 업체에 부품 개발을 위한 투자를 요구할 수도 없어 전문 기술력을 가진 관계사와의 협업을 통해 활로를 모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계의 시각은 달랐다. 그동안 계속된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내부 거래율이 또다시 증가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 논쟁이 확대된 2000년대 후반부터 주요 그룹은 계열사와의 거래 규모를 축소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다른 계열사와의 합병이나 통행세 끼워넣기, 형제 회사와의 거래 등 꼼수까지 동원할 정도였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중 오너 일가의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 계열사(비상장 20%)의 경우 내부 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최 회장 일가는 이런 재계 흐름과 반대 행보를 보였다. 공정위 등 관계 기관의 규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해마다 내부 거래를 늘리고 있다. ㈜경동원의 현재 자산은 연결 기준으로 6557억원, 매출은 7568억원에 불과하다. 공정위 제재 대상이 되지 않는 점을 악용해 ‘막가파식’ 내부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는 게 재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경동나비엔의 지배구조를 평가한 김진성 ESG평가1팀 팀장도 “평가 과정에서 경동나비엔 관계자와 미팅을 했다. 핵심 기술의 노출을 우려해 계열사 간 거래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는 회사 측의 해명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보안이 우려됐다 해도 오너 일가가 아니라 법인이 투자하는 게 맞다. 무엇보다 경동나비엔의 경우 이사회나 사외이사의 활동이 취약한 만큼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동 측 “업계 특성상 내부 거래 불가피”

 

특히 손연호 회장은 보일러 업계의 신화적인 인물로 불리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경동나비엔은 업계의 후발주자였다. 귀뚜라미나 린나이 등 선발주자에 밀려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경동나비엔은 1988년 아시아 최초로 콘덴싱 보일러를 개발해 해외에 수출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보일러 업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경동나비엔은 연결 기준으로 6847억원의 매출과 478억원의 영업이익, 2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실적의 절반가량을 수출을 통해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동나비엔은 3월5일 코엑스에서 열린 무역의 날 행사에서 보일러 업계 최초로 ‘2억불 수출 탑’을 수상했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손 회장은 꾸준히 세인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정부도 최근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숨어 사익을 챙기고 있는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해서도 칼을 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5조원 미만 중견기업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상 부당내부거래 금지 규제를 적용해 엄중하게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필요하다면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만 적용되는 규정(공정거래법 23조 7항)을 개정할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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