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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안 받고, 국민 뿔나고…미세먼지에 난감한 정부

미세먼지 원인 규명과 해법 난항…“냉정한 현실 인식부터”

유지만 기자 ㅣ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4.06(Fri) 11:00:00 | 1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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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미세먼지 오염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적극적인 미세먼지 대책을 적용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지만, 여전히 국민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각종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일고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의 원인에 대해서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중국발(發)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외교적 문제가 겹쳐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참한 시민이 20만 명을 넘겼지만, 항의할 만한 정확한 데이터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또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에 대한 통계도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세먼지 사태에 대처하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불신도 높다. 최근 시행한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3월29일 추가적인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발표했지만 지난해와 다를 것 없는 ‘재탕 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대책을 하루아침에 만들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긴 호흡으로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에 걸맞은 세밀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간에 팽배한 ‘미세먼지 공포’를 없애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소통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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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농도 미세먼지에 중국 영향 70%”

 

여론은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중국을 꼽고 있다. 3월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미세먼지의 위험 그리고 오염 및 중국에 대한 항의’ 청원글 추천 수는 6일 만인 3월30일 20만 명을 넘었다. 청원의 내용은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해 한국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정부의 대처는 안일하다는 것이었다. 청원자는 “미세먼지가 10년 전에 비해 상당히 자주 몰려오고 있다. 언론에서도 중국발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정부 기관이 중국에 대해 일절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되레 중국과 상호협력해 미세먼지를 줄이자는 대책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먼지로 인해 계속해서 고통을 받고 있다”며 “국제보건기구에 이 진상을 알려 국민들도, 모든 전 세계들도 중국의 이러한 행태를 고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환경부는 평소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중국의 영향력이 30~50%,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60~8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1월2일 나온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최근 미세먼지 농도 현황에 대한 다각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1~08년 서울의 미세먼지(PM10) 농도가 100㎍/㎥ 이상의 고농도였던 254일을 분석했더니 해외에서 온 오염물질이 최대 7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반도가 편서풍대에 위치해 있어 중국에서 부는 북서풍의 영향을 받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현재 이 같은 연구결과를 부정하고 있다. 중국 측은 자국에서 측정한 자료를 토대로 “한국의 미세먼지는 국내 영향이 80%가량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자세한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연구한 결과만 가지고 중국의 시정조치를 끌어내기란 쉽지 않다. 배귀남 미세먼지 국가전략프로젝트 사업단장은 “중국 현지가 아닌 국내에서 측정한 결과로 중국에 책임을 묻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 단장은 또 “중국 및 국외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국내 유발 미세먼지도 50% 안팎”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대책은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많다. 특히 정부가 시행한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는 사실상 실패라는 결론에 이른 상황이다. 환경부는 3월25일과 26일, 27일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를 발령했다. 이 기간에 공공기관 차량 2부제와 사업장 조업 단축, 대중교통 무료 이용 등의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이 조치는 지난해 이미 실효성이 낮은 제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조치 정책 도입을 결정한 지난해 2월 환경부가 사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비상조치로 인해 줄어드는 미세먼지 농도는 최대 0.7㎍/㎥이었다. 올해 1월17일 미세먼지 농도(95㎍/㎥)의 약 1% 수준에 불과했다.

 

정부의 미세먼지 통계 및 예측 시스템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대기정책지원시스템(CAPSS)을 구축해 해마다 시·군·구 단위로 부유먼지(PM10)와 미세먼지(PM2.5) 배출량을 산출해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결과에 대한 불신도 있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도로에서 날리는 비산먼지와 제조업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가장 부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세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현재의 통계 시스템으로는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나 생물성 연소, 2차 배출원 파악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장기 로드맵 세우고 컨트롤타워 마련해야”

 

환경부는 3월29일 수도권 공공부문에만 적용하던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를 수도권 민간 사업장과 전국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석탄발전소 감축 운영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이날 ‘봄철 미세먼지 보완대책’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수도권 공공 부문에서만 참여하던 비상 저감 조치는 저감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민간 사업장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보완대책은 현재 수도권 39개 민간 사업장을 비상 저감 조치에 포함시키고, 미세먼지의 80%를 배출하는 대형 사업장 193곳까지 향후 비상 저감 조치 대상에 참여토록 한다는 것이다. 또 부산시와 광주시가 공공부문에 한해 비상 저감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고, 앞으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강제할 수 없고, 지방자치단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비상 저감 조치의 효과가 거의 없다는 점이 드러난 상황에서 지난해에 내놓은 조치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장기적인 로드맵을 만들고 뚝심 있게 정책을 마련할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손병주 한국기상학회장은 “우리나라에는 미세먼지 생성과 확산, 이동과 예보 등의 문제를 대기과학 현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대책을 세우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며 “정부는 대기오염 문제를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는 1차원적 방법으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국회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이미 관련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다. 신창현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의왕·과천시)은 지난해 3월 ‘환경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미세먼지관리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미세먼지 대책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은평구 을) 역시 지난해 6월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특별대책위 설치, 정부 관리 종합계획 등의 내용을 담은 ‘미세먼지의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지난해 9월 ‘국가의 청정대기보전 및 미세먼지 관련 주요 정책을 심의·조정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청정대기보전위원회와 미세먼지대책기획단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대기환경보전법 전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3월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환경소위원회를 열어 미세먼지 관련 대책 법안에 대한 심의에 착수했지만 큰 진전은 보지 못했다. 여당은 미세먼지 관련 특별법을 만들자고, 야당은 기존 법률을 고치자고 맞선 탓이다.

 

정부 역시 보다 진전된 내용의 정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3월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2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해 “중국과 일본에서는 미세먼지가 감소하는데 왜 한국은 그러지 못하는가 하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며 “대책을 대담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미세먼지 대책에는 관계되는 분야가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대책을 취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을 것으로 짐작한다”면서도 “미세먼지를 이대로 두고 가기는 어렵다”며 추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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