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 광고’ 판치는 미세먼지 관련 상품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4.04 16:13
  • 호수 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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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는 ‘KF 인증’ 필수…공기청정기는 ‘헤파필터’ 없으면 미세먼지 못 걸러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진아씨(여·25)는 지난 겨울 ‘뽑아 쓰는 미세먼지 마스크’를 직장 동료들과 인터넷에서 공동 구매했다. 마스크 100매가 든 박스에서 하나씩 뽑아 사용하는 제품이었다. ‘미세먼지 차단’이라는 광고 문구도 씌어 있었다. 가격은 8000원. 5만원 이상 주문해야 배송비 2500원을 깎아준다기에 동료 4명은 모두 8박스를 주문했다. 그러나 김씨는 “낭패 봤다”고 했다. 구입한 마스크가 사실은 미세먼지 차단 기능이 없어 쓰고 다닐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최근에야 KF(korea filter) 표시가 있어야 미세먼지를 차단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결국 약국에 가서 2만원을 주고 KF99짜리 마스크 5개를 다시 샀다. 싸길래 봄에 쓰려고 미리 사둔 건데, 돈만 버렸다”고 했다.

 

포털사이트 온라인 쇼핑몰에 노출된 거짓·과장 광고 사례. KF 등급이 없는데도 ‘미세먼지 마스크’란 용어를 쓰거나, 공기청정기의 경우 헤파필터가 없는데도 ‘초미세먼지 차단’ 기능을 내세웠다. © 시사저널 재구성


 

미세먼지 대란 속 ‘가짜 마스크’ 주의보

 

김씨처럼 미세먼지 마스크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거짓·과장 광고에 노출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기능이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사례들이 다수 적발돼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마스크 중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효과가 있는 제품엔 ‘KF’ 인증이 필수다. KF 표시가 없는데도 ‘미세먼지, 황사 차단’ 등의 광고 문구를 쓰면 과장 광고로 분류된다. 국내에서 KF 인증을 받은 업체는 3월13일 기준 69개사, 총 372품목뿐이다. 식약처는 3월16일 지난 3년간 인터넷 쇼핑몰에서 파는 일반 마스크를 보건용 마스크(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있는 마스크)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거짓·과장 광고를 721건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그중 일부는 사이트 차단과 시정지시 등의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식약처의 단속에도 온라인상에서 과장 광고는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시사저널 확인 결과, 3월30일 포털사이트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검색해 나온 상품을 ‘인기 순’으로 정렬했을 때 상위 132건 중 22건이 과장 광고였다. KF 인증을 받지 못한 일반 마스크를 미세먼지 차단 기능이 있는 보건용 마스크인 것처럼 광고한 사례였다. 일회용이나 방한용 마스크가 대부분이었고, 어린이용 마스크도 예외는 아니었다. ‘황사 미세먼지 일회용 어린이 마스크’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했으나, KF 표시는 어디에도 없었다. 한 페이지에 여러 품목을 나열해 일반 마스크를 KF 마스크에 끼워 팔거나, KF 대신 ‘KC 인증’(안전성이 확인된 공산품에 부여하는 마크)을 부각한 경우도 있었다.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할 땐 KF 등급뿐만 아니라 얼굴에 밀착되는 정도 역시 따져야 한다. 마스크와 얼굴 사이에 빈틈이 있으면 그 사이로 먼지가 들어갈 수 있어서다. 식약처는 ‘올바른 미세먼지 마스크 착용법’ 자료를 배포하면서, “마스크를 구입할 때는 KF 인증 표시를 꼭 확인하고 얼굴에 잘 밀착될 수 있도록 제대로 착용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굴곡이 없는 넓적한 직사각형의 일회용 마스크는 대부분 미세먼지 차단 기능이 없다. 그런데도 온라인에서는, 일반 일회용 마스크 50매 이상을 한 박스에 넣어 뽑아 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세먼지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처럼 광고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식약처 의약외품정책과는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온라인의 특성상 모든 것을 적발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사이버조사단을 확대 운영해 마스크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의약품에 대한 과장 광고를 적발하고 있다. 식약처 대변인실은 “과대 광고에 속지 않으려면 소비자가 KF 인증을 확인하고 제대로 된 마스크 사용법을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 4명 중 3명은 KF를 모르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산업재 전문 쇼핑몰 인터파크아이마켓은 3월29일 “75%가 KF 등급의 의미를 모른다고 응답했다”고 발표했다. 회원 8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이었다. 그 사이 미세먼지 마스크 매출은 고공 행진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3월23~25일 미세먼지 마스크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1177% 증가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으로 치솟으면서 마스크 판매는 특수를 맞았다. © 시사저널 박정훈


 

먼지 차단 필터 없는데도…성능 믿을 수 있나

 

공기청정기 역시 마스크와 함께 매출이 늘고 있지만, 성능을 부풀려 광고하는 사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공기청정협회에 따르면, 공기청정기가 실내 미세먼지를 제거하려면 ‘헤파필터(HEPA filter)’가 필수다. 협회 관계자는 “헤파필터나 전기집진기 등 집진부가 제품에 포함되지 않으면 미세먼지를 거른다는 문구를 쓰면 안 된다”고 했다. 헤파필터란 0.3㎍ 이하 먼지 입자를 제거하는 고성능 필터다. 헤파필터도 H10~H14까지 단계가 나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먼지를 잘 거를 수 있다.

 

그런데도 포털사이트의 온라인 쇼핑몰에 등록된 공기청정기는 대부분 기능 설명에 ‘초미세먼지 제거’를 적었다. ‘인기 순’으로 나열했을 때 노출된 80건 중 공기청정 기능으로 ‘초미세먼지 제거’를 앞세운 상품은 40건. 그중에서 헤파필터를 포함한 제품은 13건에 그쳤다. 한국공기청정협회는 “검증받지 않은 제품이 30% 정도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헤파필터 유무를 통해 미세먼지 정화능력을 보고, 오존 발생이나 소음 등 성능을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보건용 마스크와 공기청정기의 매출이 증가한 동시에, 성능을 의심하는 시선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식약처는 “올바로 구입하고 사용한다면 성능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도 지난해 12월 “보건용 마스크 성능 검사 결과 모두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KF 인증을 받은 마스크 39개 품목을 검사한 결과, 모든 마스크들이 각 KF 등급에 맞는 정도로 미세먼지를 거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식약처도 나섰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3월29일 보건용 마스크 시험과 검사 등을 수행하는 업체를 방문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마스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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