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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대구 와룡산 떠도는 개구리소년 원혼들

경찰 사건 축소·은폐 의혹…안기부 요원, 유족 밀착 감시 왜?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05(Thu) 12:00:00 | 1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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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 서구·달서구·달성군 경계에는 와룡산이 있다. 산기슭에 있는 옥연(玉淵)이라는 연못에서 용이 나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와룡산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이곳에는 27년째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개구리소년’의 원혼이 아직도 와룡산을 떠나지 않고 있어서다. 세월이 흐르면서 주변 지형은 개발로 인해 몰라보게 변했다. 하지만 ‘개구리소년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아, 진상규명은 제자리걸음만 계속하고 있다.

 

지난 3월27일 오전 11시 와룡산 새방골에서 ‘개구리소년 27주기 추모식’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유족을 비롯해 시민단체 회원 등 20여 명이 참석해 구천을 떠돌고 있는 아이들의 명복을 빌었다. 이 사건은 숱한 의혹을 남겼다. 특히 경찰은 사건을 밝히려는 노력보다 축소·은폐하기에 바빴다. 사건 초기 뚜렷한 근거 없이 가정불화로 가출한 것이라는 일방적인 수사 방향을 정하고, 아이들을 찾는 데 소극적으로 일관했다.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되자 발굴 현장을 곡괭이와 삽으로 훼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찰은 유골 발견 이틀 만에 사인을 자연사로 추정하고 언론에 발표했다. 서둘러 사건을 덮으려고 했던 것이다. 사건 발생 후 안기부(현 국정원) 요원들은 유족들을 밀착 감시했다. 경찰은 왜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데 급급했고, 정보기관인 안기부는 왜 유족들을 집중적으로 감시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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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軍)과 관련된 제보들

 

지난해 6월28일 고 우철원군의 아버지 우종우씨는 경찰에 대한 그간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대구 성서경찰서에 실종 후 2년, 시신 발견 후 1년 동안의 수사 관련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우씨는 “사망 시기를 특정할 수 없고, 범인의 국외 도피 가능성,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등을 거부 이유로 들었다”며 “경찰에 대한 그간의 의혹이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이런 정황을 들어 개구리소년 사건 뒤에 정부 기관이 관련돼 있다는 의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1991년 3월26일은 전국에서 기초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일로 임시 공휴일이었다. 5·16 군사쿠데타로 중단된 지방자치제가 30년 만에 부활한 뜻깊은 날이었다. 대구 성서초등학교 학생이던 우철원(13세·6학년), 조호연(12세·5학년), 김영규(11세·4학년), 박찬인(10세·3학년), 김종식군(9세·3학년) 등 5명의 아이들은 집 근처 와룡산에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가 실종됐다.

 

사건 초기 경찰은 뚜렷한 근거 없이 아이들의 실종을 ‘가정불화에 의한 가출’로 단정했다. 아이들을 찾는 둥 마는 둥 소극적으로 일관하면서 부모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정부는 뒤늦게 경찰과 군을 대대적으로 투입해, 현장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실종 직후 생업을 밀쳐둔 채 전국을 뒤지고 다녔던 부모들은 3년6개월 만인 1993년 9월 눈물을 뿌리며 끝내 자식 찾기를 포기했다. 1996년 5월 수사본부도 해체됐다.

 

그런데 사건 발생 11년6개월 만인 2002년 9월26일 성산고등학교 신축공사장 뒤쪽 와룡산 중턱에서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됐다. 이번에도 경찰은 수상했다. 사건 현장 보존은 수사의 기본인데도 경찰은 유골 발굴현장을 보존하기보다는 오히려 훼손했다. 당시 현장에 달려갔던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곡괭이와 삽으로 현장을 파헤쳐 놓았다. 파다가 ‘아차 싶었던지’ 그때서야 국과수를 불렀다. 경찰이 유골 네 개를 파헤쳐 놓았다. 마지막 유골 하나만 감식반이 와서 조사했다. 그때 (경찰이) 현장 보존만 잘했으면 뭔가 단서가 나왔을 텐데, 정말 분통이 터질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찰은 유골 발견 이틀 만에 사인을 자연사로 추정했다. “아이들이 야간에 길을 잃고 헤매다 탈진해 숨졌다”고 언론에 발표한 것이다. 발견 당시 유골이 뒤엉켜 있었고, 옷으로 얼굴을 덮어놓은 상태였다. 이를 두고 경찰은 아이들이 와룡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조난당해 추위를 피하기 위해 옷으로 온몸을 덮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리고 ‘저체온증 사망’으로 발표했다. 

 

어처구니없는 조사 결과였다. 와룡산은 높이가 300m밖에 안 되는 야산이다. 이런 곳에서 마을 지리를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이 길을 잃고 탈진했다는 것은 비상식에 가까웠다. 부모들과 마을주민들도 경찰의 발표에 항의했다. 당시 달서경찰서장은 ‘국정원 여직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 무마 당사자로 지목됐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었다. 하지만 유골을 감식했던 경북대 법의학팀은 검사 40여 일 후에 타살로 결론 내렸다. 당시 법의학팀에서는 “두개골에 나타난 손상 흔적을 분석한 결과 소년들은 ㄷ자 모양의 예리한 흉기로 타살된 것이 분명하다”고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상태의 유골을 보고도 경찰은 ‘저체온사’라고 단정했다. 사건 무마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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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왜 개구리소년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했던 것일까. 이에 대해 아이들의 부모와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은 범인이 정부 기관과 연결돼 있다고 의심한다. 그 근거로 당시 기초의원 선거일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만약 아이들 실종·타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면 선거에 악영향을 끼쳤고, 당시 정국에도 큰 혼란을 가져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건은 우발적으로 일어났으나 그 실체가 공개되는 것을 꺼린 경찰 등 정부 기관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축소·은폐에 나섰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당시 와룡산에는 육군 50사단 사격장이 있었다. 군은 사건 당일이 선거일인 관계로 사격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된 현장 부근에서는 다량의 탄피와 탄두가 발견됐다. 이 중 실탄 2발은 유해에서 나왔다. 이것은 뭘 의미하는 것일까. 특히 발굴된 5구의 유해 중 1구의 두개골에는 총알이 관통한 듯한 구멍이 왼쪽 관자놀이에서 오른쪽 귀 윗부분으로 이어져 있었다. 실종 당일 와룡산에서 총소리와 아이들의 비명을 들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같은 학교에 다니며 와룡산 바로 밑 군인아파트에 살고 있던 함승훈군은 “동네 형과 함께 와룡산 계곡에 갔다가 산 위쪽에서 10초쯤 간격으로 다급한 비명을 두 차례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같이 올라갔던 형들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고 김종식군 어머니와 고 김영규군 어머니는 함승훈군이 산에서 비명을 들었다는 오전 11시30분쯤 똑같이 가슴이 오그라드는 묘한 느낌을 느꼈다고 했다.

 

또 하나는 국민일보 보도 내용이다. 구두닦이 일을 했던 한아무개씨(43·대구 달서구)는 2002년 9월28일 대구경찰청에 이런 제보를 했다고 증언했다. “‘2002년 7월에 30〜35세의 남자 1명이 구두를 닦으면서 ‘사격 중 5명의 소년이 갑자기 나타나 2명이 총에 맞아 이 중 1명이 숨지고 1명은 다쳤으며,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5명 모두를 다른 곳으로 옮겨 목을 조르고 총을 난사해 죽인 뒤 매장했다’는 말을 했다”고 제보했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경찰은 납치 및 총기에 의한 타살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신빙성이 없다며 일축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또 있다. 유족들에 따르면, 아이들 실종 이후 안기부 직원들이 부모(아버지)들을 1명씩 계속 따라다녔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신들이 감시당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시신이 발견된 지점이다. 이곳은 실종 당시 군과 경찰이 대대적으로 수색했던 곳이다. 최초 이곳에 매장됐다면 발견되지 않은 게 더 이상할 정도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누군가 사건 이후 이곳에 옮겼다고 본다. 유해 속에서 나온 실탄은 이번 사건이 군과 관련됐다는 것을 암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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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대통령 면담’ 공식 요청

 

그리고 유해 발굴 현장에서 아이들의 머리카락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치아의 상당수도 발견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치아와 머리카락은 부패 속도가 느려 땅속에서는 수십 년이 지나도 잘 썩지 않는다. 이것은 아이들이 제3의 장소에서 타살된 후 이곳으로 옮겨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고 우철원군 아버지 우종우씨는 “애들이 이곳에서 죽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이 다른 곳에서 살해된 후 옮겨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유골이 발견되기 하루 전 모 언론사에 “대구 와룡산에 가면 개구리소년 5명의 유골이 묻혀 있다. 큰 무덤 같은 흔적을 파보면 5명의 유골이 그대로 다 나올 것”이라는 제보를 한 남성이 있었다. 경찰은 이 익명의 제보자가 유골이 발견되기 하루 전에 와룡산 기슭이라고 적시한 데다 5명이 함께 묻혀 있다고 말한 점 등이 유골 발견 당시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고 제보자의 신원 파악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은 “개구리소년 사건의 진상은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며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 설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공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개구리소년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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