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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식당》부터 《효리네 민박》까지…‘영상의 마법’ 에 진화한 예능

지구 반대편 스페인 거리까지 영상 통해 친숙한 느낌

정덕현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07(Sat) 18:01:00 | 1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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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기가 저렇게 예쁜 곳이었어?” 최근 종영한 tvN 《윤식당2》 마지막 방송이었던 코멘터리에서 윤여정은 그런 놀라움으로 표현했다. 그곳에서 10일 넘게 머물렀지만 한식당을 영업하는 방송 콘셉트 때문에 밖을 나가본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만이었을까. 방송에 나간 영상들이 실제 관광객의 눈높이에서는 잡아낼 수 없는 앵글까지 포착해 내며 가라치코 마을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카메라는 시각의 확장”이라는 마셜 맥루한의 이야기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윤식당2》가 첫 회부터 보여줬던 가라치코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그 말을 실감할 수 있다. 헬리캠에 잡힌 가라치코 마을은 아름다운 지붕들과 골목길을 따라 나가면 저 앞에 바다가 펼쳐진다. 그곳에 천연적으로 만들어진 해수 수영장(?)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의 모습이 연결되며 단박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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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식당2》 이진주 PD가 최고로 쳤던 장면

 

사실 그런 영상은 애초에 이진주 PD가 사전답사를 했을 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장면들이었다. 사전답사를 하던 당시만 해도 너무 작은 마을이라 단조롭지 않을까 걱정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촬영감독들이 찍어온 영상들을 보고는 그것이 기우였다는 걸 알게 됐다. 작은 마을이지만 다양한 카메라들이 동원되고, 거기서 나오는 다양한 앵글들이 이 마을을 입체적으로 찍어냈기 때문이다.

 

“가장 멋지다 생각했던 장면은 정유미씨가 떨어진 재료를 사기 위해 광장을 가로질러 가게에 갔다가 돌아오는 장면이었어요. 헬리캠이 달리는 정유미씨를 따라가며 찍었는데 너무나 역동적인 느낌을 줬죠.”

 

이진주 PD가 최고의 장면으로 친 그 장면은 역동적인 그림 그 이상의 효과를 만들어냈다. 그건 가라치코라는 마을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이역만리 시청자들에게도 인지하게 해 줬다는 점이었다.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가라치코 마을이 지금 찾아가도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게 된 건 그 공간을 살아 있게 만들어준 다양한 시점의 영상들 덕분이었다.

 

애초에 스페인 테네리페 섬에서는 헬리캠을 사용하는 것이 불법이었다. 하지만 이진주 PD는 영상이 단조롭지 않고 다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헬리캠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현지 코디의 도움을 받아 관계 부처의 허락을 받아냈다. 이진주 PD는 《윤식당2》에서 작은 마을이라도 다채롭게 보여줄 수 있다는 촬영 방식의 노하우가 이미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시도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만재도라는 섬이 너무 작아서 보여줄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한 제작진이, 섬은 작아도 그 섬 전체를 하나의 스튜디오라고 생각하면 엄청나게 큰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했었다는 것.

 

 

“작은 마을? 스튜디오로 보면 엄청 큰 공간이죠”

 

실제로 《삼시세끼 어촌편》은 말 그대로 육해공의 모든 시점으로 만재도를 찍어냈다. 당시의 카메라들은 심지어 ‘실험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투망 속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물고기가 들어오는 장면을 보여준 건 조작이 아닌 진짜라는 걸 드러내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물고기의 시선으로 이 세계를 바라보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동네 이장님의 개에 카메라를 달아 달리는 개의 시선으로 만재도의 여러 곳을 보여주기도 했고, 때로는 새의 시선처럼 부감(俯瞰)으로 내려다본 만재도에서 유해진이 낚시를 했던 포인트들을 일일이 찍어주며 보여줘 마치 게임의 공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도 선사했다.

 

이런 장면을 제대로 활용하는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 JTBC 《효리네 민박》이다. 부감으로 찍혀진 제주의 풍경은 인간의 시야로는 잡아낼 수 없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한여름 초록이 우거진 숲들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보여주거나, 한겨울 하얀 눈으로 뒤덮인 산을 내려다보는 그 시점은 제주라는 공간을 색다르게 느끼게 해 준다. 휴가철 사람들이 몰려드는 제주도의 그런 풍경이 아니라, 심지어 신비롭게까지 느껴지는 자연의 숨겨진 모습까지 포착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신비로움은 이번 겨울에 촬영된 《효리네 민박2》에서 끝없이 쏟아지는 폭설이 슬로 모션으로 잡히자 완전히 다른 영상미를 전해 주던 그 지점에서도 발견된다. 눈 오는 날 이효리를 안고 빙빙 도는 이상순의 모습은 실제로는 별것도 아닌 장면이었지만, 슬로 모션으로 보여지자 마치 《러브스토리》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순식간에 지나치기 때문에 보지 못했던 표정이나 동작의 변화, 눈이 떨어지는 모습 같은 것들을 자세히 포착해 내기 때문에 생겨나는 효과였다.

 

《무한도전》이 처음 시작되던 13년 전만 해도 야외촬영에서조차 카메라는 달랑 두 대였다. 인물 개개인의 캐릭터조차 살아나지 못할 정도였으니 공간은 언감생심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무한도전》이 카메라를 비약적으로 늘리기 시작하고 야외 예능이 마치 영화 같은 영상으로 연출을 시도하기 시작하자 영상 기술은 그 후로 비약적인 진화를 만들었다. 특히 이른바 관찰카메라로 불리는 리얼리티 카메라가 방송의 트렌드로 이어지고, 카메라가 소형화되고 화질은 더 좋아지면서 영상은 양적으로 폭발하면서 동시에 질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여기에 나영석 사단이 시도한 다양한 영상 실험들은 작은 공간에서도 결코 단조롭지 않은 장면들을 가능하게 했다.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이 아무것도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정선의 외딴 시골집 풍경 속에서도 날아다니는 벌의 행보를 따라가는 것 같은 장면을 포착해 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영상 기술의 진화와 그로 인해 가능해진 다양한 시점들이 중요해지는 건 그것이 우리의 감각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리얼리티 카메라의 특성이 그러한 것이지만, 우리는 어쩌면 지구 반대편의 낯선 공간조차 영상을 통해 아주 친숙한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윤식당2》가 흥미로웠던 점이 바로 이것이다. 11회에 걸쳐 보여진 방송으로 인해 우리는 가라치코 마을의 꽃가게와 정육점, 채소가게, 피자집은 물론이고 그들이 걸어 다녔던 골목길들과 심지어 그곳에 사는 주민들까지 너무나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이처럼 영상은 이제 완전한 타자와 타지로 여겼던 사람들과 공간들을 우리 바로 옆으로 끌어다 놓을 수 있는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텔레비전(television)이라고 이름 붙이며 저 멀리 있는 것을(tele) 가까운 곳으로 끌어서 보려 했던(vision) 그 욕망이 드디어 실감의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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