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로 본 프로야구 ‘안방마님’의 중요성
  • 손윤 야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06 09:56
  • 호수 148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수가 약한 팀이 우승한 경우 드물어…유능한 포수는 긴 시간 인내의 산물

 

지난 3년간 롯데는 FA(자유계약선수)로 7명의 선수를 영입했다. 그들의 몸값만 무려 476억원(구단 발표 기준)이다. 지난 비시즌만 해도 ‘집토끼’ 손아섭과 문규현은 물론이고 두산에서 민병헌을 영입하는 데 모두 188억원을 썼다. 그런데 아낌없이 투자한 것과는 달리, 올해 팀 성적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3월29일 현재, 시즌 개막 이후 승리 없이 5연패 중이다. 연패의 늪에 빠진 주된 이유는 빈약한 공격력이다. 팀 타율은 꼴찌, 그것도 9위와는 무려 5푼1리나 차이가 나는 1할7푼9리에 머물고 있다.

 

현재의 부진은 타선의 문제에 있지만, 롯데의 가장 큰 약점은 포수다. 실제로 개막전에서 포수 마스크를 쓴 나원탁은 1회 정진기가 도루할 때, 2루를 향해야 할 송구가 듀브론트 투수를 맞히기도 했다. 현재 포수로 나선 ‘나나랜드’(나종덕과 나원탁의 성을 따서 지은 별명)의 기록된 실책은 단 1개다. 다만 포수의 경우, 실책 숫자만으로 수비 능력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면, 상대 팀은 1루에만 나가면 적극적으로 2루를 훔치려고 한다. ‘나나랜드’의 경험이 부족한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야구 경기에서 포수는 다른 야수와 바라보는 방향이 정반대다. 즉, 필드에서 포수 혼자 다른 야수를 바라본다. 그만큼 수비에서 포수의 역할은 크다. 내·외야수의 수비 위치 조정을 비롯해 블로킹과 캐칭, 도루 저지 등 팀의 실점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 플레이의 중심에 서 있다. 그래서 포수를 ‘필드의 사령관’이라고도 한다. 여기에 과도한 ‘볼 배합 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하지만, 포수가 투수진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포수의 캐칭과 블로킹 능력이 뛰어나면, 투수는 마음 놓고 변화구를 던진다.

 

롯데 나원탁(왼쪽)·삼성 강민호 © 사진=뉴스1·연합뉴스


 

포수 성장을 위해 인고의 시간 필요

 

시간을 2008년 10월로 되돌아가 보자. 그해 한국시리즈는 그 전년도에 이어 SK와 두산이 만났다. 1승1패로 맞선 3차전에서 SK가 한 점 차 승리를 거뒀지만, 크게 주목받은 선수는 두산 최승환이었다. 한국시리즈 데뷔 첫 타석에서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1점 홈런을 때려낸 것이다. 당시 두산 주전 포수였던 채상병의 타격 능력이 떨어져, 최승환의 등장은 천군만마와 같았다. 그러나 4차전에 나온 최승환은 더는 포수로 쓰기 어려운 수준이었다(사실 그 징조는 이미 3차전에서도 있었다).

 

이전에 무릎을 심하게 다친 탓인지, 투수가 던진 원바운드 공에는 블로킹이 전혀 안 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는 투수들이 변화구, 특히 포크볼처럼 떨어지는 공을 마음껏 던지기는 어렵다. 두산 투수들의 떨어지는 변화구가 봉인된 만큼, 상대 SK 타자들은 방망이를 휘둘렀다. 타석에서 대처해야 할 구종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와 달리 횡으로 휘는 변화구는 타자가 좋은 타구를 때려내지 못하더라도, 파울 등으로 버티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그런 점에서 투수가 능력을 발휘하는 데(포수 쪽 시각으로 보면 투수의 능력을 끌어내는 데)는 포수의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포수가 얼마만큼 투수진에 신뢰를 주느냐에 따라 투수가 느끼는 안정감도 달라진다. 올해 삼성은 FA로 강민호를 영입했다. 강민호의 영입은 젊고 경험이 적은 투수진에 안정감을 줄 것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양창섭·최충연·김승현 등 젊은 투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물론 경기를 더 치르면 삼성 투수진의 성적이 뚝 떨어질 수도 있지만, 경험이 풍부한 포수 강민호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배우는 게 적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인 볼 배합은 물론이고 주자나 점수 차이에 따른 타자 상대 요령을 배울 수 있다. 또 KBO리그 최고 포수가 홈 플레이트 뒤에 있다는 것에 따른 심리적 안정은 젊은 투수의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

 

이것을 거꾸로 생각하면, 베테랑 투수가 젊은 포수의 육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된다. 실제로 베테랑 투수의 리드를 통해 타자 상대 요령 등을 터득한 포수가 적지 않다. 그런데 이 부분 역시 롯데와는 다소 인연이 없다. 롯데 선발진에서 베테랑은 송승준밖에 없다. 불펜에서도 프로 물을 먹은 것은 꽤 오래됐다고 해도, 젊은 선수에게 도움을 줄 베테랑은 손승락 정도다. 타자 상대 요령을 배울 투수가 두세 명에 불과하므로, ‘나나랜드’는 거의 자기 힘으로 성장해야 한다. 이래서는 포수 육성이 쉽지도 않고, 그 시간이 꽤 길지도 모른다.

 

포수가 성장하는 데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그 답은 알 수 없다. 선수 개인 능력과 팀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체로 2년의 세월은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팀 사정으로 2년 차부터 주전 마스크를 쓴 강민호도 2년간 경험을 쌓은 뒤 포수다운 포수가 됐다. 이것은 KBO리그만 그런 것도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일본도 그렇다. 과거 소프트뱅크가 조지마 겐지를 주전 포수로 성장시키기 위해 2년의 세월이 필요했다고 한다.

 

 

포수 육성 위해 팬도 기다려야

 

여기서 포수 육성의 시간은 팀 성적의 희생을 뜻한다. 경험이 적은 만큼 실수는 끊이지 않는다. 이것은 기록된 실책보다 기록되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 캐칭 능력이 떨어져 스트라이크가 볼로 판정된다. 블로킹 능력이 부족해 투수가 변화구 구사에 어려움을 겪는다. 변화구 구사에 제한이 있다는 것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타자와의 승부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투수진의 불만도 적지 않다. 실제로 조지마 겐지의 경우, 당시 소프트뱅크의 구도 기미야스와 다케다 가즈히로 등 베테랑 투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지만, 이 베테랑 투수들조차도 불평이 끊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개인 성적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부분에 대해 팀이 어느 정도 금전적인 보상을 해 줬지만, 개인 성적이 뚝뚝 떨어지는 데는 참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조지마 겐지가 풋내기 포수에서 주전 포수로 성장하는 데 걸린 시간은 2년이다. 그것은 팀도 투수진도 성적에 눈감고 인내한 시간이기도 했다.

 

포수뿐만 아니라 선수 육성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다만 포수 육성이 더 어려운 점은 야수보다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포수가 성장할 때까지 지도자와 투수진, 즉 선수단만 인내하면 되는 게 아니다. 팬도 참아야 한다. 세대교체 등으로 신인급 포수가 주전으로 나서면 팀 전력이 웬만큼 강하지 않은 한 바닥을 헤맬 수밖에 없다. 팀 성적이 나쁘면 팬의 불평은 나날이 커진다. 그 비난은 어떤 식이든 팀에 영향을 준다. 감독 등 지도자 자리가 위태로운 경우도 생긴다. 그런 상황에서도 참는 지도자는 드물다. 트레이드 등을 통해 포수를 보강한다. 그리고 그동안 육성한 젊은 포수의 성장은 뒷걸음질 친다.

 

 그런데 롯데 상황은 좀 더 복잡하다. 팀의 주축인 이대호와 손승락 등이 베테랑이니만큼, 올해도 ‘리빌딩’(Re-Building)이 아닌 ‘윈나우’(Win-Now) 버튼을 눌렀다. 그런 상황에서 ‘안방마님’을 육성한다. 뭔가 엇박자다. 올해 초, 모 구단 관계자는 민병헌을 잡았지만 강민호를 놓친 점에 대해 “롯데의 비시즌은 실패”라고 단언했다.

 

2017년 8월6일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7회말 LG 공격을 마무리한 두산 투수 김강률과 포수 양의지(오른쪽)가 대화하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결과론에 치우치지 말아야

 

포수 자리가 약한 팀이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드물다. 포수가 약한 팀의 경우, 포수를 제외한 대부분 포지션에서 다른 팀보다 우위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는 포수뿐만 아니라 3루수도 고졸 신인 한동희가 주전으로 나서고 있다. 여기에 유격수 자리도 다른 팀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 민병헌을 영입한 외야가 강해졌다고 해도, 다른 팀 외야와 비교해 그 강함은 그렇게 크지 않다. 반면 강민호가 빠진 포수는 다른 팀과 비교했을 때 크게 차이가 난다. 팀 전력을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계산했을 때, 롯데는 지난해보다 마이너스다. 그런데 팀은 우승을 노린다.

 

한 포수 출신 지도자는 포수 육성이 어려운 이유로 ‘볼 배합 만능주의’를 들었다. 그는 “볼 배합 만능주의가 포수 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나쁜 결과는 모두 포수의 책임이 된다. 현장뿐만이 아니다. 야구 전문가들도 투수 리드나 볼 배합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과론을 쉽게 말한다. 그런 말에 팬도 익숙해져, 경기 중의 결과에 따라 포수의 볼 배합을 질타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결과론에 따라 필드 안팎에서 비판과 비난이 쇄도하는 만큼, 실수에 눈감고 참고 지켜보기 어렵다. 지도자가 뚝심 있게 참아도, 돌아오는 것은 무능한 감독이라는 비난이다. 그 시즌이 끝난 뒤, 지휘봉을 내려놓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젊은 포수가 성장하는 데는 시간을 흘려보내야 한다. 게다가 그 시간은 재미있거나 흥미진진하지도 않다. 끊임없이 참아야 하는 고통의 시간이다. 그렇게 인내하지 않으면 영원히 주전 포수는 나오지 않는다. 벤치도, 투수진도, 프런트도, 팬도 얼마만큼 인내할 수 있을까. 올해, 관심 있게 지켜볼 부분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