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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에 면죄부 준 박근혜 1심 선고

재판 거부해 온 박 전 대통령, 향후 태도에 따라 양상 달라질 수 있어

김정범 법무법인 민우 변호사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8.04.09(Mon) 08:50:00 | 1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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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 최순실의 20년보다 형량이 많은 24년의 징역형이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4월6일 열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기소된 18개 범죄 중에서 삼성의 스포츠영재센터 후원 관련 뇌물, 삼성의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 관련 뇌물 부분만 무죄를 선고했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다만 청와대 문건 유출과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등의 범죄사실 중 일부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3월29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었다. 당시 검찰이 엄벌해 처해 달라고 한 이유는 이렇다. “박 전 대통령은 직선제 도입 이래 최초로 과반수를 득표한 대통령임에도 헌법을 수호할 책임을 방기했고,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훼손된 헌법 가치를 재정립하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하며,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현재까지 박 전 대통령은 반성을 한 적이 없고, 검찰과 특검은 물론 사법부까지 비난하고 있으며, 잘못을 통감하고 책임을 인정하길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사법 불신을 조장하고 여전히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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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무인’ 박 前 대통령 중형 선고 불가피

 

박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의 공범인 최순실(개명된 이름 최서원)에 대해서는 같은 재판부가 지난 2월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함으로써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도 중형이 선고될 것이라고 예측됐었다. 무엇보다도 국정 최고의 책임자가 공적 시스템을 무너뜨리면서 아무런 권한이 없는 사인(私人)이 국정을 농락하도록 했다는 점과 기업들을 압박해 무차별적으로 기부를 강요하고 뇌물을 받았다는 점, 국정수행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를 무너뜨린 데다 수사기관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대한민국의 법질서보다 위에 있다는 안하무인 태도를 보여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법치국가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법에서 정한 권한만 행사해야 하고, 그 권한 행사도 법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를 따라야 한다. 그런데도 박 전 대통령은 법에서 허용하지 않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비일비재했음은 물론,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고 국정을 수행함으로써 국정을 마비시키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탄핵재판 과정에서도 모든 범행사실을 부인하면서 거짓말을 하기에 급급했고, 수사과정에서도 자신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조사받는 것을 거부하기에 이른다. 재판을 받는 태도 또한 국민적 분노를 표출하기에 충분했다. 자신은 우리 법질서에 따르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재판부가 어떤 이유를 들어서도 참작의 여지가 없도록 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이 항소할 것임은 분명하다. 검찰은 일부 무죄 판결을 받은 부분, 특히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관련 부분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은 이상 항소가 불가피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이미 재판 거부를 선언한 이상 항소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만, 항소를 제기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항소심 재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중형이 예상된다면 굳이 재판을 다시 받을 필요 없이 정치적인 희생자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들에게 정치투쟁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우선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판결은 결국 삼성의 승리로 끝난 셈이 된다.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는 조건으로 뇌물을 수수했다는 부분은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삼성이 정유라에게 승마 지원을 함으로써 뇌물을 제공했다는 부분, 마찬가지로 스포츠영재센터 후원과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후원이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에 도움을 주려는 차원에서 뇌물로 제공된 것이라는 점에 대해 모두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된 이 부분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가 이미 지난 2월5일 모두 무죄를 선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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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 관계인 삼성과 SK·롯데 희비 갈려

 

결국 앞으로 전개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재판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재판의 결과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 과정에 뇌물이 오갔는지 법률적 판단이 가려질 예정이지만, 어떻든 삼성으로서는 계속된 무죄 판결로 상당히 고무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면세점의 특허취득을 위해 K스포츠재단에 추가 출연을 함으로써 부정청탁 대가로 뇌물을 제공했다는 부분은 그대로 유죄로 인정됐다.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은 지난 2월 열린 1심 재판에서 관련 혐의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바 있어, 앞으로 전개될 2심에서도 그대로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동생의 가석방, 워커힐 면세점 특허취득, CJ헬로비전 M&A, 가이드러너 사업 등을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SK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추가 출연을 함으로써 뇌물을 제공했다는 점도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아직까지 최태원 회장이 뇌물 제공과 관련해 별다른 수사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 지켜볼 대목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31일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구속 기소돼 같은 해 5월1일 공판준비기일이 열렸고, 5월23일부터 첫 재판이 시작된 이후 거의 1년을 달려온 재판이었다. 이제 1심 판결은 끝났지만 항소심과 상급심 재판이 남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재판의 진행 양상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이 진실된 자세로 재판을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국정의 최고 지도자였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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