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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분은 도효(씨름판)에서 내려가세요!”

[이인자의 진짜 일본 이야기] 일본 씨름 스모의 ‘여성 금기’ 전통에 비판 쏟아져

이인자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0(Tue) 15:36:00 | 1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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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분은 도효(土俵·씨름판)에서 내려가세요! 여성분은 내려가세요! 여성분은 도효에서 내려가세요! 남성분이 올라가 주시길 바랍니다!” 젊은 남자 목소리인 듯한 방송이 아주 다급하고 절실합니다. 4월4일 일본 마이즈루(舞鶴)시 문화공원체육관, 일본 씨름 스모(相撲) 행사장에서 인사말을 하러 도효에 올라섰던 다다미 료조(多多見良三) 시장(68)이 쓰러지면서 일어난 장내 방송이었습니다. 인사말을 하기 위해 나선 시장이 쓰러졌는데, 1분 이상 의료 처치 없이 웅성거리기만 하는 장면을 걷어내듯 한 여성이 뛰어들어 심장 마사지를 합니다. 다른 한 여성도 뛰어올라 거들었지요. 그 몇 초 후에 두 여성이 또 도효 안으로 들어가 도우려 할 때 위의 장내 방송이 나왔던 것입니다.

 

다급한 목소리로 안내방송을 한다면 관객 중에 의사나 간호사를 찾는 내용일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람의 심장 마사지를 하고 있는 사람이 여성인데 ‘여자는 내려가라’는 방송을 했으니 큰 문제로 지적할 만하지요. 이런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뉴스와 유튜브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져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사람의 생명보다 편협한 전통을 중시하는 듯한 모습에 언론은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언론의 주장을 뒷받침하듯 각종 SNS를 통해 스모협회를 비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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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 관방장관 ‘도효 안 수상식’도 거부당해

 

지난 글 말미에 피겨스케이팅 스타 하뉴 유즈루 선수와 한류 스타 배용준의 팬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쓰겠다고 예고했는데, 이는 다음으로 미루게 됐습니다. 스모와 관련한 이번 일이 국내외적으로 화제가 된 사건이면서 일본 중년여성 팬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점이 많아서입니다.

 

스모는 일본의 국기(國技)로 전통을 중히 여깁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불편한 감정을 가질 만한 일들이 일어났다가 수그러든 편력이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상하 규율이 엄해 종종 폭력으로 연결된 점, 또 하나는 전통을 내세워 도효에 여자를 세우지 않는 점입니다.

 

폭력 문제는 전통으로도 커버되지 않는 보편적 문제인데, 일본에는 반즈케(番付·서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강한 자가 추대되고 약한 자가 보필하는 제도입니다. 이런 제도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렀을 때 집단 이지메와 심각한 폭력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지요. 최근 들어 몽골인 ‘리키시’(力士·스모 선수) 간의 폭력 사건과 그 후의 미비한 대처로 스모협회가 연일 구설에 올랐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던 직후 이번 도효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평론가들은 스모협회가 한심하다는 의견을 노골적으로 쏟아냈습니다. 스모협회를 대표하는 이사장은 곧바로 잘못된 판단과 언행이었다고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일본 열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새로운 일이 터지지 않는 한, 일주일 이상은 세간의 화제가 될 것 같습니다. 전통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은 좀처럼 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심지어 사태가 수습되고 도효에 소금을 많이 뿌린 것에 대한 비난도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도효에서 싸우다 다치는 사람이 나오거나 싸우기 직전에 소금을 뿌리는 것은 익숙한 모습인데도 불구하고, 여자가 도효에 올랐기에 부정 탄 것을 떨치기라도 하듯 대량의 소금을 뿌렸다는 것입니다.

 

스모가 이뤄지는 직경 4.55m(5尺·척) 크기의 도효는 여성 금지 구역으로 몇 차례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사건만도 3건 정도 됩니다. 1978년 초등학생들이 겨루는 지역 스모 예선 시합에서 5학년생 여자아이가 우승했습니다. 하지만 이 우승자는 결승전이 치러지는 국기관 시합에 참석 거부를 당했습니다. 국기관의 도효는 여성 금지라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당시 노동부의 모리야마 마유미(森山眞弓) 부인소년국장이 협회 측에 항의했지만 상대해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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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정해지면 바꾸기 어려운 일본

 

약 10년 후 모리야마씨는 사상 첫 여성 관방장관(官房長官·국무조정실장과 정부 대변인을 겸하는 자리)이 됩니다. 1990년 총리를 대신해 수상식에 참여한 그는 직접 트로피를 전하고 싶다고 했지만 도효 안에서 이뤄지는 수상이기에 여자는 안 된다며 거부당합니다. 그다음 해에도 초등학생 스모 예선전에서 우승한 여학생이 결승에 못 나가는 사태가 벌어지자 점점 사람들은 스모협회의 ‘전통’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그 후로 2000년 일본 사상 첫 여성 지사(知事)가 된 오타 후사에(太田房江) 오사카부(府) 지사가 지사상을 직접 건네고 싶다고 전했지만, 이때도 거부당합니다.

 

스모의 경우 현역 생활에 막을 내리는 선수는 단발식을 거행합니다. 중요한 선수의 단발식은 생중계까지 해 줍니다. 단발식은 주로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차례로 나와 조금씩 머리를 자르는 세리머니입니다. 2011년 한 선수는 어머니에게 가위를 넘겨 단발하게 합니다. 물론 이때도 도효에서 리키시가 밑으로 내려가 어머니께 머리를 조아려 단발이 이뤄집니다.

 

이번 일은 도효의 여성 금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결승에 못 나가는 것이 문제가 된 지 어언 40년이 되도록 변함이 없지만 그래도 예선에 여학생이 선수로 참가해 힘을 겨룬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일본 사상 첫 여성 총리가 나오면 총리배 수상식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합니다.

 

스모를 스포츠이면서 신에게 드리는 신성한 제사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전통을 지지합니다. 제 지도 학생 중 스모를 연구하는 박사 과정의 가미노고 나호(上之鄕奈穗)라는 여학생이 있는데, 시대에 맞춰 전통을 바꾸기 시작하면 많은 것들이 무너지지 않을까 두려워서 전통을 고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여론이 너무 시끄럽고 언론 역시 성차별적인 양태가 인명을 경시하는 태도에까지 이르렀다는 비판 일색인 가운데 ‘전통’은 어떻게 변해야 할지 산고를 겪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40년의 긴 싸움이라는 게 일본을 알아가는 저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15일간 이뤄지는 스모의 힘겨루기는 도효에 신을 모시는 작업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신을 보내는 의례를 하게 되지요. 그렇게 신을 보내고 난 도효는 그냥 모래밭이라고 합니다. 누구나 올라가도 된다는 것이지요. 합리적인 생각을 주로 하고 싶어 하는 학자인 저로서는 신을 보내는 의례를 모두 마치고 수상식을 한다면, 총리상이나 그 지역의 지사 트로피를 여자든 남자든 ‘모래밭’에 올라가 수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일본은 한 가지 정해지면 매우 바꾸기 어렵고, 관계없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간섭하게 내버려두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자기 영역을 확고하게 지키기 때문에 밖에서 침범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지요. 한류 여성 팬들이 가족과 일상을 괘념치 않고 자유롭게 넘나드는 듯이 보이는 사례도 이러한 ‘자기 영역’을 구축하는 사회 문화와 관계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일본 중년여성 팬들의 열정에 대해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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