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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국회를 둘로 나눌 순 없을까 (上)

[이민우 기자의 If] ‘지역일꾼론’에 대한 환상 깨기 어려워…‘한국식 양원제’를 말하다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0(Tue)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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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국회 출입기자가 200명 안팎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대략 20여 년 전 이야기입니다. 이 때 국회를 출입했던 기자들의 추억담(追憶談)을 종종 듣곤 합니다. 의원들이 기자들을 만나기 위해 줄을 섰었다거나, 명절 때만 되면 거물급 정치인들에게 세배를 하고 촌지(寸志)를 두둑이 받았다는 등의 얘기입니다. 당연히 ‘그 때 그 시절’의 얘기였고, 지금은 있어선 안 되는 일입니다.

 

지금은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국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출입기자만 200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수많은 언론사들이 생겨나면서 국회 출입기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국회사무처는 물론 각 정당들도 관리가 어렵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랍니다. 당연히 취재 경쟁은 뜨거워졌습니다. 개별 의원을 만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치 문화가 바뀐 이유도 있겠지만, 언론 환경이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국회 취재 시스템의 적폐는 사라졌습니다.

 

갑자기 20년 전 얘기를 전하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국회 구조와 관련된 얘기를 하려고 옛 추억을 꺼냈습니다. 작년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무렵, 의원을 500명으로 늘리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꺼내긴 했습니다. 그리곤 개헌 정국이 도래했습니다. 개헌과 발맞춰 선거제도 개편 얘기도 솔솔 들립니다. 국민 정서상 정치 불신이 깊고, 의석이 많아지는 점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낮은 국회,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치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의석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은 지역 일꾼인가, 국가 일꾼인가

 

제도를 말하기에 앞서 국회의원의 역할을 한 번 다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선거 때마다 흔히 등장하는 구호가 ‘지역 일꾼’입니다. 지역 발전을 위해 이바지하겠다는 후보들의 다짐입니다. 실제로 유권자들은 ‘내 지역을 발전시킬 후보를 찾는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과연 국회의원은 지역 일꾼‘일 수 있을까요.

 

우리가 배웠던 정치 교과서 내용과는 다릅니다. 국회의원은 ‘지역구를 위한 일꾼’이 아닌 ‘국가 전체를 위한 일꾼’이라고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장에 출마하려면 해당 지역에 60일 이상 거주해야 하지만, 국회의원은 거주요건이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라 불리는 국회의원은 특정 이익집단을 위해 움직여서도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특정 지역을 위해 움직여서도 안 됩니다. 

 

법률상 의원은 행정부를 견제해야 합니다. 행정부가 철도나 도로를 연결하고, 공항을 지을 때 제대로 검토했는지, 타당한 사업인지 따지는 역할입니다. ‘내 지역구에 철도를 놓아야 한다’고 하는 건 관행화된 월권(越權)입니다. 행정부의 권한이지, 입법부가 개입할 일은 아닙니다. 또 예산심의권을 바탕으로 지역구에 얼마 예산을 땄다고 생색을 내는 것은 ‘쪽지 예산을 통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是認)하는 꼴입니다. 실제로 관행처럼 여겨진 이 구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예산들이 허무맹랑한 사업에 들어갔는지 추정조차 할 수 없습니다. 결국 시민의 돈이고, 때로는 타당성 없는 사업으로 지자체를 빚더미에 앉게 만들기도 합니다.

 

 

‘지역 일꾼론’을 버릴 수 없다면…

 

시민들의 바람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습니다. 국회의원이 지역구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논리는 오랜 정치적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한국의 선거제도는 첫 선거인 제헌국회 선거 때부터 일부 총선을 제외하곤 모두 소선거구제를 기본으로 치러졌습니다. 물론 유신 체제에서 치러진 9·10대 총선에선 중선거구제를, 11·12대 총선에선 중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가 적용되긴 했지만, 13대 총선 이후엔 현행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가 유지돼 왔습니다. 자연스레 지역 대표를 뽑는다는 인식이 뿌리 깊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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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이 선거 제도를 결정하는 구조 또한 고려 대상입니다. 소선구제 하에서 전국 253개의 지역구에서 선출된 의원들이 스스로 선거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차기 선거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과연 소선거구제를 포기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간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자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움직였던 이들입니다. 그만큼 스스로 ‘밥그릇’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을 겁니다. 유권자나 국회의원 모두 이성적으로는 알면서도,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학계나 시민단체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소선거구제의 대안이라고 말합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지역구 선출과 비례대표 의원을 조화시키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A정당과 B정당의 정당득표율이 60%와 40%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역구에서 A정당과 B정당이 각각 60석, 20석을 얻었다고 한다면 비례 의석을 B정당에게 20석을 할당하는 방식입니다.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을 강화하면서도 지역구 의석을 지키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선거 제도가 복잡하고, 정당 내부에서 임의로 비례대표 후보의 순위를 결정하기 때문에 수준 미달의 후보들이 당선될 수 있다는 문제도 안고 있습니다.

 

물론 소선거구제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뀌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수준의 정치 개혁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종착지일 수는 없습니다. 현재 유권자들의 성향과 국회의원의 구조를 고려했을 때, 이를 조화시킬 수 있는 게 양원제일 수 있습니다. 현재 단원제인 국회를 상원과 하원으로 나눠 역할을 달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미국식 양원제를 도입하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지역 대표성과 표의 비례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한국식 양원제를 고려해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음 (下) 편에선 한국식 양원제의 선출 방식과 권한 등을 구체화할 방법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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