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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로에서] 위기의 국가 자산…공기 관리 나서야

이제는 공기도 국가가 중요하게 지켜야 할 자산

김재태 편집위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1(Wed) 15:00:00 | 1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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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교령이라니!” 미세먼지가 짙게 깔린 지난 3월말, 시내 한 커피숍에서 옆자리에 앉은 중년여성이 이런 말을 했다. 워낙 큰 목소리로 얘기한 터라 내용이 또렷하게 들렸다. “이렇게 미세먼지가 심해서 숨넘어갈 지경인데 고작 내놓은 대책이 휴교령이라고?” 일행인 또래의 여성들이 서로 한마디씩 거들며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 이상으로 나빠지면 시교육청과 협력해 휴교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뉴스가 나온 직후였다. 이후 박 시장은 휴교령과 관련해 맞벌이 부부들의 문제 등을 들어 대안을 만들고 난 뒤에 해야 한다며 한 발짝 물러섰고, 커피숍의 중년여성들이 이구동성으로 안타까워했던 본질적인 대책에 대한 언급은 더 나오지 않았다.

 

휴교령 해프닝이 그렇듯, 일이 벌어지고 난 후에 내놓는 이런저런 대책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미세먼지가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문제가 아닌데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올라갈 때마다 조건반사처럼 쏟아지는 말들은 늦어도 한참 늦다.

 

물론 우리들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미세먼지를 말끔하게 해소할 수는 없다. 중국 영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지표로만 보면 중국에 대해서도 크게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15년부터 리커창 총리의 주도로 ‘푸른 하늘 지키기’ 정책을 전쟁을 치르듯 펼쳐왔고, 그 효과도 일부 객관적으로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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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는 그간의 추세로 볼 때 앞으로 더 심해지면 심해지지 결코 자연적으로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다. 미세먼지와의 싸움이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루하루의 농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만 있기에는 갈 길이 너무 멀다. 이제부터라도 1년 후, 5년 후, 10년 후의 공기를 염두에 두고 길게 내다보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최근에는 환경부가 측정한 우리나라 대기 중 발암물질 농도(2016년 기준)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발표까지 나와 미세먼지에 놀란 가슴을 더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가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호주나 하와이의 공기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맑고 상쾌하다. 그런 곳에서는 공기도 하나의 관광자원이 된다. 대외적으로 자랑할 만한 국가의 자산이나 지역의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얘기다. 대기오염 문제가 세계적으로 부각되면 될수록 그들의 자산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이다.

 

이렇듯 이제는 공기도 국가가 중요하게 지켜야 할 자산이 되어 있다. 어느 가전제품의 텔레비전 광고 문구처럼 ‘무엇을 하든 미세먼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이런 시대에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치안이 일상의 활동이듯,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공기 관리도 일상의 일이 되어야 한다.

 

형체가 불명확한 미세먼지와의 전쟁은 분명 어렵고 고단할 수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그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데 기여해 왔던 과학기술과 산업적 열정의 몇 십 배, 몇 백 배를 더 투자해야만 성과를 낼 일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끝내 총력적으로 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처럼 중구난방 식으로 나설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강력한 태스크포스 기구를 세워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

 

벚꽃이 곳곳에 피어 흐드러진 봄, 그 눈부신 꽃빛을 온전하게 느끼지 못하는 날엔 꽃도 사람도 함께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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