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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스스로 제 몸에 칼 댈 수 있을까 (上)

검찰 과거사委, 시국사건·부실수사 의혹사건 재조사 결정

유지만 기자 ㅣ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2(Thu) 08:00:00 | 1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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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과거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들에 대한 재조사에 들어가게 됐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4월2일 오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10차 회의를 열고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사건 등 5건의 사건을 2차 사전조사 사건으로 선정해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에 사전조사를 권고했다고 발표했다. 장씨 사건과 함께 용산 참사,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사건, 낙동강변 2인조 살인 사건, 춘천 강간살해 사건 등이 재조사 사건으로 선정됐다. 재조사 권고를 받은 사건들은 모두 과거 검찰의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받은 것들이다. 특히 장자연 사건의 경우에는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 명이 넘는 시민이 동참했다.

 

과거사위는 이와 함께 2월 선정한 1차 사전조사 사건 12건에 대해 대검 진상조사단으로부터 두 차례 보고받아 검토한 결과, 8건에 대해 본조사를 진행하도록 권고했다. 본조사 대상은 △김근태 고문 사건(1985년) △형제복지원 사건(1986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1987년)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1991년) △약촌오거리 사건(2000년) △PD수첩 사건(2008년)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사건(2010년) △남산 3억원 제공 의혹 등 신한금융 관련 사건(2008년, 2010년, 2015년) 등이다. 본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삼례 나라슈퍼 사건(1999년) △유성기업 노조 파괴 및 부당노동행위 사건(2011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사건(2012년) △김학의 차관 사건(2013년) 등 4건도 사전조사를 계속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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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리스트 사건(2009년)

 

2009년 3월7일, 배우 장자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진 사건이다. 당시 KBS 인기 드라마였던 《꽃보다 남자》에 출연 중이던 장씨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언니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유서가 나오지 않고 타살 혐의점이 없자 우울증에 따른 단순 자살로 처리했다.

 

하지만 장씨가 남긴 유서가 발견돼 세간을 뒤흔들었다. 장씨가 숨진 다음 날 매니저였던 유아무개씨는 장씨의 심정 고백이 담긴 문건이 있다고 밝혔고, 장씨의 사망 후 6일이 지난 3월13일 KBS는 장씨가 숨지기 전 유씨에게 보낸 자필 유서 형식의 문건을 보도했다. 문건에는 연예기획사 관계자, 대기업·금융업 종사자, 언론사 관계자 등 31명에게 100여 차례 이상 술 접대와 성 상납을 했고, 폭행까지 당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접대 상대방의 소속과 직위까지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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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수사팀을 꾸리고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KBS 보도 다음 날인 3월14일 장씨의 소속사를 전격 압수수색하고 관련 문건을 확보한 뒤 관련자 조사에 나섰다. 이어 4월24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수사 대상에 오른 12명 중 9명을 장씨에 대한 접대 강요와 강제 추행,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다르게 판단했다. 사건을 맡았던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명시적인 폭력 및 협박이 인정되지 않음에 따라 강요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특히 장씨가 숨졌기 때문에 피해 사실에 대한 진술을 직접 조사할 수 없었고, 리스트를 통해 구체적인 피해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장씨의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만이 폭행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되며 수사가 마무리됐다.

 

이번 재조사에서는 강요 혐의가 빠진 검찰의 수사 과정을 다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경찰과 검찰이 관련자 진술 및 통화내역과 같은 객관적인 증거를 어떻게 수사했는지도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당시 장씨와 수사 대상자의 금전 거래는 없었다고 봤으나, 장씨와 장씨 유족 측 계좌에 20~30명의 남성으로부터 총 수억원대 돈이 ‘김밥값’ 등의 명목으로 입금된 사실이 최근 밝혀졌기 때문이다. 또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작용했는지 여부도 재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또 ‘장자연 리스트’의 실체가 명확히 드러날지도 관건이다.

 

 

용산 참사(2009년)

 

2009년 1월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있는 한 건물 옥상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철거민들과 경찰이 충돌하면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진 사건이다. 쟁점은 경찰의 과잉진압 여부에 대해 검찰이 무죄로 결정한 이유다. 용산 참사 진상규명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는 이 사건을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발생한 참사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결과, 진압에 나선 경찰에게는 무죄가, 철거민에게는 유죄가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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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당시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옥상에서 저항했던 철거민들에게 사망 사고의 ‘공동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철거민들은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엎어진 휘발성 물질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전기 한 대를 켜뒀는데, 이를 지탱하기 위해 설치한 철제 빔을 경찰이 뽑으면서 연료인 유사휘발유가 엎어졌고, 경찰이 진압 과정에서 사용한 전기톱과 용접기에서 발생한 불꽃이 옮겨 붙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검찰은 수사 당시 발전기 스위치가 꺼져 있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견을 받아들였다. 철거민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철거민 측 변호사가 발전기 스위치를 증거로 신청했지만 검찰은 “국과수가 분실했다”는 답만 했다.

 

경찰 윗선에 대한 수사 여부도 쟁점이다. 검찰은 당시 진압작전의 지휘라인이었던 김석기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 서면조사만 했을 뿐, 소환조사는 하지 않았다. 김 전 청장은 서면조사 당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재조사를 통해 김 전 청장의 진압작전 지시 여부와 상황 파악 여부도 재조사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이후 사퇴한 김 전 청장은 현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으로 있다.

 

※ 계속해서 (下)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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