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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검찰 권한 축소와 딴판

국방부 군사법 개혁안, 막강한 ‘헌병 통제권’ 부여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3(Fri) 08:00:00 | 1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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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군(軍) 사법개혁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와 청와대가 경쟁하듯 한 달 사이에 각각 개혁안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2월 고강도 군 사법개혁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2심 법원인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해 민간으로 이관하고, 부대별 검찰부를 폐지해 각 군 참모총장 소속 검찰단을 설치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군 수사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반면 청와대는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하겠다며 국방부보다 진일보한 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국방부 개혁안을 보면 의아하다. 군 검찰에 막강한 권한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려는 민간의 움직임과 딴판이다. 검찰개혁의 ‘견제와 균형’ ‘권한 분산’ 취지와도 상반된다.

 

국방부 안에 따르면, 군 검찰에 군 사법경찰인 헌병에 대한 수사지도권뿐 아니라 직무감찰, 징계요구, 보직교체 요구 권한까지 준다고 돼 있다. 이렇게 되면 군 검찰은 헌병에 대한 수사지도는 물론 민간의 감사원과 같은 직무감찰권을 갖게 되고, 헌병에 대한 보직교체 등 인사권까지 행사할 수 있다. 군 검찰이 헌병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은 물론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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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헌병 수사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군에서는 대표적 의문사인 김훈 중위 사건과 허원근 일병 사망 사건 등 숱한 의문의 죽음이 있었다. 김 중위 사건의 경우 초동수사부터 문제점이 노출됐다. 사건 당시 군은 ‘자살’로 결론짓고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했다. 최초 현장 감식이 있기 전에 군 내부에서 자살로 보고됐는가 하면, 미군은 당일 현장을 보존하기는커녕 오히려 물걸레로 청소해 현장을 훼손했다.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타살의 단서가 될 수 있었던 증거가 제대로 보존되지 않는 등 오류투성이였다. 군이 쉽게 자살로 결론 내리고 사건 현장이 훼손되면서 사망원인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던 것이다. 군이 수사하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은폐를 하려고 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여러 논란을 거쳐 김 중위의 사망원인은 자살이 아닌 것에 무게가 실렸으나 타살도 아닌 것이 됐다. 이로 인해 김 중위의 시신은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차디찬 군 임시봉안소에 방치돼야만 했다. 19년 만인 지난해 10월 순직자로 인정돼 대전 현충원에 안장됐지만, 유족들의 고통과 상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984년 4월2일 강원도 화천 육군 7사단에서 사망한 허원근 일병 사건도 마찬가지다. 허 일병은 7사단 GOP 철책 근무지 전방소대 폐(廢)유류고 뒤에서 가슴에 2발, 머리에 1발의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 당시 군 헌병대는 자살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자살자가 머리와 가슴 등에 총 세 발을 쏠 수 있었는지가 의문으로 남았고 자살 동기도 불명확했다. 허 일병도 김훈 중위와 같이 ‘판단 불능’ 결정이 났다. 국방부는 사건 발생 33년 만인 지난해 5월 허 일병의 순직을 결정했다. 결국 김훈 중위와 허원근 일병 사건은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고 말았다. 사건 초기 군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의문사로 남지 않았을 것이고, 긴 세월 동안 유족들도 고통받지 않았을 것이다.

 

경기도 벽제에 있는 제7지구봉안소는 군 수사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여기에는 지난해 11월2일 합동 위령제를 지낼 당시 기준으로 시신 12구와 유골 82위 등 총 94위(순직 결정 후 안장대기 중인 26위 포함)의 ‘미인수 영현’이 있었다. 군 복무 중 사망했지만 의문사를 당해 유족이 인수하지 않거나 거부한 사망자의 시신이나 유골이다. 군이 수사를 제대로 했다면 ‘의문사’라는 꼬리표가 붙지 않았을 사건이 태반이다.

 

 

모든 수사 절차에 관여

 

현행 군 수사 구조를 보면 1차는 헌병이 맡고, 기소권은 군 검찰이 행사한다. 군 검찰은 헌병이나 기무 등 군 사법경찰에 대한 강제수사 절차는 물론 변사자 검시와 같이 사안이 중대하거나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모든 수사 절차에 관여하고 있다. 또한 민간 경찰로부터 이첩받은 사건뿐 아니라 군 사법경찰이 자체 입건한 모든 사건에 대해서도 통보받을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헌병 수사가 미비하면 보완요구를 할 수 있고, 자체 수사도 가능하다. 여기에 모든 수사의 최종 종결권은 군 검찰이 갖고 있다. 헌병 간부 출신의 한 전역자는 “사건이 발생하면 수사 초기에 군 검사와 충분하게 협의한다”고 말했다. 즉 군 검찰은 헌병이 수사하는 모든 사건을 처음부터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문제가 됐던 의문사 등에 대해서는 헌병의 책임뿐 아니라 군 검찰도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최근 한 지상파 방송을 통해 이슈가 된 ‘고 염순덕 상사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타살 의혹이 많은데도 헌병은 사건 초기부터 뺑소니 등 사고사로 처리하려고 했다. 유력한 용의자가 있었지만 군 검찰은 사건을 덮었다. 이런 배경에는 당시 군 수뇌부가 부대 운영 정상화를 이유로 수사 종결을 언급한 데 있다. 군 수사가 지휘관의 입김에 좌지우지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월28일 백낙종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예비역 육군 소장)이 구속됐다. 백 전 본부장은 2013~14년 군 당국이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관여 의혹을 수사할 때 진상규명 업무를 총괄하며 부실 수사·조사를 주도한 혐의다. 그는 ‘조직적 대선 개입은 없었다’는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에 맞지 않는 조사 결과는 은폐하게 하는 등 부실 수사를 주도한 혐의도 받았다. 그렇다면 군 검찰은 수사 종결권을 제대로 행사했을까. 당시 군 검찰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송치한 것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 등의 ‘윗선 개입’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는데도 관련자 몇 명을 불구속 수사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사실상 ‘윗선’에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군 법무관 출신의 신종범 변호사는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군 법무관 또한 계급이 있는 군인이고, 자신에 대한 지휘권과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국방부 장관의 혐의에 대한 수사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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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개혁안이 변수로 작용

 

군 수사 구조를 개혁하고 바꿔야 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현재의 지휘 구조와 시스템으로는 투명성을 높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군 검찰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는 것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권한의 집중으로 인해 자칫 또 다른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만들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군 검찰은 군내의 모든 수사 절차에 관여하고, 군 형사범을 감금하는 군 수용시설에 대한 직무감찰과 군사재판확정에 따른 형 집행 지휘 권한 등 상당한 통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 검찰이 헌병 조직을 통제할 경우 여러 부작용도 우려된다. 헌병을 통제하기 위해 군 검찰에 직무감찰권과 징계요구, 보직교체 권한까지 주면 오히려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 군 검찰의 잘못된 판단에 제대로 된 이의제기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견제와 감시’ 기능이 무력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정작 군 내에서 군 검찰을 감독할 수 있는 것은 지휘관을 제외하고는 전무한 것도 문제다. 더욱이 군 검찰의 자체 비리에 대한 수사는 내부 규정과 실무 시스템상 군 검찰에서 독점하는 형태다. 자칫 제 식구 봐주기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또 하나는 군 검사의 수사 전문성이다. 현재 군 검사는 ‘군법무관 제도’를 통해 임용되고 있다. 군 미필 사법연수원 수료생,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들이 법무장교로 입대할 수 있는 제도다. 법무관은 단기(3년)와 장기(10년 이상)로 구분된다. 이들은 입대 후 판사와 검사로 활동한다. 수사 경험이 적은 군 검사들이 수사지휘를 하다 보면 사사건건 마찰을 빚거나 갈등이 형성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수사 경험이 많은 소령급으로 올려 수사를 주체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어느 정도까지 전문성이 확보될지는 미지수다.

 

기존 헌병 수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사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사권을 가진 지휘관 등 상급자의 입김에 따라 수사 방향이 정해지거나 은폐·왜곡될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일선 지휘관의 영향을 받지 않는 헌병의 수사 독립이 시급하다. 이에 대해 전직 헌병 간부는 “사단급 헌병대를 폐지하고 군단에서 파견하면 지휘관(사단장)의 입김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군 사법개혁안에 대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굉장히 위험한 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군 검찰은 헌병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국방부 개혁안을 보면 군 검찰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는데 이것은 자기들 밥그릇 싸움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소장은 또 국방부가 1심은 두고 2심 법원인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해 민간으로 이관한다는 것도 ‘자리 지키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봤다. 그는 “1심이 사라지면 (국방부가) 군 검찰과 헌병을 다 뺏기기 때문에 계속 지휘관 영향력 아래 두려고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군 사법개혁안이 얼마나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청와대가 3월22일 발표한 개헌안에는 ‘평시 군사법원 폐지’가 담겼기 때문이다. 이것은 1심 군사법원을 존치하겠다는 국방부 안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다. 만약 평시 군사법원이 폐지될 경우 군 사법체계는 획기적인 변화가 예고된다. 물론 청와대 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리고 반드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임태훈 소장은 ‘프랑스식 모델’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프랑스의 경우 군사법원이 없다. 헌병도 민간으로 넘어온 상태이기 때문에 프랑스식을 한국식으로 차용한다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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