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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後] 女비서는 출장도, 승진도 안 되나요?

김기식 논란의 희생양 ‘女비서’를 위한 변명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3(Fri) 14: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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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이름이 세간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소폭 하락하는 정도니, 실로 논란이 큰 것 같습니다. 김 원장 논란을 보는 기자의 마음은 편하질 않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 또한 국회 의원실에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인턴 신분으로 해외 출장을 동행한 적이 있고, 야당의 주장대로 ‘초고속 승진’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김 원장을 둘러싼 논란을 요약해보면,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돈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인턴 신분의 여성 비서를 출장에 동행했고, 또 그는 7급 비서까지 초고속으로 승진 특혜를 받았다는 점입니다. 이 밖에 임기말 정치자금의 더좋은미래연구소 후원 문제, 수강료 수입 의혹 등이 불거졌습니다.

 

이 가운데 여성 비서에 대한 의혹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여성이라서 문제일까요, 인턴이라서 문제일까요. 기자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국회의 한 의원실에서 근무했습니다. 소수정당이었기 때문에, 거대 양당의 관행에선 조금 벗어나 있었습니다. 기자가 보좌했던 의원은 2010년 무렵 핵 반대 시민단체의 초청으로 일본 출장을 갔었고, 그곳에 동행했습니다. 현장에서 의원의 발언 내용, 일본 인사들과의 회담 내용 등을 기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침 8시에 일어나서 밤 10시에 회의가 끝날 때까지 눈코 뜰 새 없이 움직였습니다. 다시는 해외 출장을 같이 안 오겠다고 다짐할 정도였습니다. 인턴 신분이라고 해서 해당 업무를 처리하는 데 지장을 끼쳤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초고속 승진’이 드러낸 수직적 사고방식

 

국회의원 보좌진은 4급부터 9급, 인턴비서 등 수직적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를 운용하는 방식은 예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의원도 이젠 스스로 커피를 타 마시고, 9급 비서는 물론 인턴 비서도 소관기관을 맡아 직접 자료를 요청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진보정당이나 시민단체 출신 정치인들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의원들에게 김 원장의 사례를 물으니 한마디로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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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승진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자가 근무했던 의원실은 4급 보좌관부터 인턴 비서까지 호칭을 모두 ‘보좌관’으로 통일했습니다. 수직적인 구조를 수평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입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이 있을 순 있지만, 배 이상 차이나는 임금 또한 서로 모은 뒤 다시 재분배하는 구조를 거쳤습니다. 의원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들어갈 때부터 합의한 내용이기도 했고, 또 그게 옳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때문에 4급 보좌관이건 9급 비서이건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후원회를 관리하는 ‘女비서’나 회계담당자가 5급 비서관으로 등록돼 있기도 했습니다. 지역구에서 수행하는 분이 4급 보좌관으로 등록하기도 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업무를 수월하게 처리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급수를 정리했을 뿐입니다.

 

김 원장을 둘러싼 논란의 특이한 점은 또 있습니다. 바로 ‘女비서’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언론에서 이 같은 프레임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의 성별이 그렇게 중요했을까요.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처럼 ‘왜곡’하고 싶었을까요. 4월11일 오전, 보좌관들의 익명 게시판 역할을 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한 편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김 원장에게 제기되는 의혹을 바라보면서 “외유성 출장은 문제여도, 남자 인턴이었으면 이렇게 더러운 이야기를 들었을까”라며 “나는 앞으로 의원님과 업무상 출장 갈 일이 생겨도 이때의 기억을 떠올릴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다른 글쓴이도 “비슷한 승진 코스. 흔치는 않지만, 종종 있다. 평판 들어보니 일도 엄청 잘했다더라. 능력 출중한 석사 출신 직원 내부 승진시켜준 게 뭐 어때서 자꾸 이상한 눈으로 보느냐”고 공감했습니다. 

 

물론 김 원장을 변명하고 싶진 않습니다. 소관기관의 비용으로 해외 출장을 갔고, 그 출장 내용도 외유성이 짙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임기 말 후원금을 연구소로 후원한 내역 또한 정치권의 적폐에 가깝습니다. 때문에 김 원장의 그간 활동 문제 등을 차치하고서라도 그 직을 수행하는 데 문제제기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턴이라고 해서, 여성이라고 해서 김 원장을 공격하는 데 빌미로 쓰여선 안 됩니다.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은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금융기관이 국민 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맡고 있지만 자칫 부실해질 경우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안길 수 있습니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국민들은 큰 피해를 겪어야 했습니다. 2008년 세계적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발전됐습니다. 김 원장의 사퇴 여부와 무관하게 금감원장 자리에 앉은 인물은 금융감독의 기강을 확립해 어수선한 금융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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