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외교·안보와 경제 라인 엇갈린 두 바퀴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6 10:08
  • 호수 1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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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라인 ‘일사불란’, 경제 라인 ‘성과 미흡’…지방선거 후 2기 靑참모진 개편 가능성 대두

 

청와대 전성시대다. 국민의 시선은 청와대로 향한다. 헌법 개정 등 모든 정치·정책 이슈를 청와대가 주도하고 있다. 청와대 시대를 연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취임 1주년을 앞둔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실로 대단하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취임 1주년을 앞두고 70% 수준의 국정지지율을 기록한 사람은 없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문제 등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소폭 등락을 반복하지만 대세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웬만한 악재(惡材)로는 뚫리지 않는 신뢰의 보호막이 있는 셈이다. 그만큼 문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신뢰가 대단하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의 인기 비결은 뭘까. 초반엔 국민 눈높이에 맞는 탈권위적 행보로 박수를 받았다. 초등학생에게 무릎을 꿇고,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에게 다가가 포옹을 나눈 장면이 대표적이다. 복잡한 외교 이슈를 능숙하게 풀어나간 것도, 한반도 정세가 해빙 무드에 접어든 것도 문 대통령의 리더십을 공고히 만들고 있다. 한국갤럽이 4월10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정례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72%가 ‘잘하고 있다’고 응답할 정도다. 긍정 평가 이유를 묻는 21개 선택지 가운데 외교(11%)와 대북관계(10%)가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청와대의 외교·안보 라인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경제정책 분야에선 다소 미흡한 평가를 받고 있다. 비판적인 여론 가운데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13%에 달했다. 실제로 여권 내부에선 “경제정책 라인이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오른쪽)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구상 밑그림을 함께 그린 최측근이다. © 사진=연합뉴스


 

‘코드 인사’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외교 문제, 특히 한반도 정세에 있어서 적잖은 도전에 직면해야 했다. 북한과 미국의 두 지도자는 연일 맹공을 퍼부었다. 사드 배치 논란으로 한·중 관계는 얼어붙었고, 이명박 정부 시절 맺었던 군사협정 문제로 아랍에미리트(UAE)와의 관계도 악화됐다. 문 대통령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지난해 12월 중국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홀대 논란을 딛고 양국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비록 국내에선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임종석 비서실장을 UAE 특사로 파견해 관계 개선을 시도한 데 이어 직접 정상회담을 통해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반도 정세 또한 급변했다. 취임 때만 해도 남북관계는 극도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다. 2015년 개성공단 폐쇄 이후 해법은 없어 보였다. 게다가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나흘 만인 5월14일 ‘화성-12형’ 한 발을 시험발사했다. 이후 탄도미사일 9발을 더 발사했다. 지난해 9월엔 6차 핵실험까지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베를린 구상’은 종잇조각에 불과했다. ‘한반도 운전자론’도 이른바 ‘코리아 패싱’ 우려 속에선 구호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반전을 꾀했다. 북한이 더 이상 도발하지 않을 경우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보수진영에선 격하게 반발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흔쾌히 동의하면서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데 이어 온갖 ‘선물 폭탄’을 안겼다.

 

문 대통령은 각각 외교안보·정보 라인 최고 책임자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대북 특사로 파견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직접 특사단에 북·미 대화 및 비핵화 구상을 전달했고, 정 실장과 서 원장은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뜻을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했다. 한국과 미국, 북한 사이에 전례 없는 ‘톱다운’(Top-down·위로부터) 외교가 이뤄낸 성과였다.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의 정점엔 정의용과 서훈이라는 투톱이 있다. 문 대통령이 이들을 대북 특별사절단 수석으로 선택한 이유도 자신의 뜻을 잘 이해하고 있어서 격의 없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정 실장은 남북관계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미 동맹 균열설이 나돌 때 상황을 정리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신임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서 원장은 대통령과 긴밀하고 격의 없이 소통하는 복심이면서 한반도 현안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 원장은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과 2007년 2차 정상회담을 모두 이끈 문재인 정부 최고의 대북전략통인 데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 밑그림을 함께 그린 최측근이다. 야당 쪽에선 “간첩 잡는 국정원장을 특사로 파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반발했지만, 대북관계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논란을 불식시켰다. 여당의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외교·안보 사령탑과 각 부처 사이에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며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 시사저널 박은숙


 

“누구도 결정 못한다”…靑 경제정책 라인 ‘흔들’

 

반면 경제정책 라인은 다소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경제정책 라인의 장악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비판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로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얼마 전부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매달 한 번씩 대통령 독대를 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집권 초기 경제정책의 기조였던 ‘소득 주도 성장’이 사라지고 ‘혁신 성장’을 대신 내세우고 있는 점을 잘 보라”고 했다. 청와대 정책 라인의 정점에 있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당초 분배에 초점을 맞춘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웠다. 반면 김 부총리는 혁신 성장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복수의 여당 관계자들도 “교수 출신으로 이뤄진 청와대 정책 라인의 부처 장악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이 늘공(늘 공무원인 사람)을 장악하지 못하면 사실상 정책 기조를 이어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청와대 경제정책이 흔들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지난 1월 가상화폐에 대한 논란이 커져가던 때 청와대와 부처는 엇박자를 냈다. 청와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마저도 각종 반발 여론에 추가 대책을 내놨지만 그마저도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지원 대책으로 3조원의 예산을 쓰겠다는 대책이 나왔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임금이 줄어드는 근로자에게 1년 동안 월 10만~40만원을 메워주겠다는 발상도 나왔다. 시장에 충격을 줄 정책을 사전 검증 없이 던져놓고, 뒤탈이 나면 두더지 잡기 하듯 땜질에 급급해하는 모습이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에 비해 정책 라인의 성과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며 “지방선거 이후 청와대 2기 참모진이 새롭게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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