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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영화가 말한다 “세월호를 기억하라”

세월호 참사 4주기 앞두고 다양한 영화 개봉 눈길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6(Mon) 17:00:00 | 1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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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의 마음속에 가라앉은 배 세월호. 4월16일은 세월호 참사 4주기다. 그간 영화계 안에서도 이 국가적 비극을 기록하고 기억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참사 6개월 만에 제작된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이 그 시작이다. 진행형인 사회 현안을 발 빠르게 기록하려는 시도는 의미 있었지만, 구체적 증거보다는 영화가 제시하는 주장이 더 돋보이는 듯한 구성은 완성도를 논하기 어려웠다. 이후 정권 개입 사실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다큐를 제일 먼저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입지만 휘청거리는 예상외의 결과만 초래됐다. 참사 4주기를 맞이한 올해는 세월호를 이야기하려는 영화들 사이에서 보다 본질적인 고민과 다양한 접근 자세가 눈에 띈다. 작품마다 목소리를 내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은 뚜렷하다. “세월호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 절박한 마음이 이 영화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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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들을 위한 진혼곡 《눈꺼풀》

 

《눈꺼풀》은 제주를 배경으로 《어이그 저 귓것》(2009), 《뽕똘》(2009), 《지슬》(2012) 등의 작품을 만들어온 오멸 감독의 신작이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을 접한 감독은 며칠 동안 불면의 밤을 보내며 20페이지 분량의 짧은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이후 대여섯 명의 제작진을 꾸려 무인도에 들어가 이 영화를 찍었다. 완성한 것은 2014년이었지만,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 중 한 명이었던 탓에 오 감독은 이제야 작품을 세상에 내놓게 됐다.

 

오 감독은 “참사에 대한 영화의 몫을 찾고자 했을 뿐”이라며 “뭐든 해야 했다”고 말한다. 사회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의 분노와 무력감, 세월호가 제주로 향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 제주 출신 감독에게 카메라를 들게 만들었다. 영화의 문이 열리면, 동굴에서 수행하다 졸음을 참지 못해 결국 눈꺼풀을 잘라내고 참선을 계속한 달마의 이야기가 내레이션으로 등장한다. “눈꺼풀을 도려내면서까지 그는 무엇을 보고자 했던 것인가?”라는 물음은 고통을 감수하면서라도 동시대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감독의 의지와 포개진다.

 

영화는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들을 위로하는 한 편의 진혼굿이 되기를 자처한다. 죽은 자들이 마지막으로 들른다는 가상의 섬 미륵도. 이곳에 직접 찧어 만든 떡으로 먼 길 떠나는 이들에게 이승에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전하는 노인이 있다. 노인(문석범)의 일상은 섬에 들어온 쥐 한 마리 때문에 엉망이 된다. 쌀을 빻을 절구통은 깨지고 우물의 물은 썩어버린다. 선생님(이상희)과 학생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떡을 기다리지만, 노인은 끝내 떡을 만들 수 없었다.

 

세월호를 둘러싼 서사가 또렷한 작품은 아니다. 영화는 이 모든 것을 상징으로 말한다. 오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가난을 찧는 도구인 절구가 망가지는 것’은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하며, ‘섬을 헤집는 쥐’는 ‘하나의 존재로 인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생기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다. 쥐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듯 이명박 전 대통령을 상징하기도 한다. 참사가 일어난 건 박근혜 정부 때지만, 이전부터 이어진 사회 병폐와 무너진 시스템을 지적하는 것이다. 떡을 만들 수 없게 된 노인은 쥐를 향해 “너 때문”이라고 원망하는데, 이를 바라보는 마음은 시원하기보다 씁쓸하다. 세월호 참사가 누구 하나 때문에 벌어진 문제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까닭이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절망 앞에서 언어는 힘을 잃는다. 이 영화에는 대사가 거의 없다. 오직 슬픔과 먹먹한 마음만이 스크린 가득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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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왜 침몰했는가’라는 질문의 답 《그날, 바다》

 

《그날, 바다》는 과학적 접근을 내세운 다큐멘터리다. 세월호의 진짜 침몰 원인은 무엇인가. 그 하나의 질문만을 끈질기게 쫓는다. 과대 적재와 급격한 방향 전환에 의한 단순 전복사고라는 정부 조사 결과는 과연 진실인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분석된 데이터는 진짜인가. 그렇다면 의문은 왜 해소되지 않고 여전히 존재하는가. 영화는 다섯 챕터로 나누어 진실에 다가서고자 한다. 여기에는 오직 2014년 4월15일 인천항에서 세월호가 출항하던 순간부터 16일 침몰할 때까지의 상황만 존재한다. 구조와 관련한 의혹이나 음모론을 제기하는 건 이 다큐의 몫이 아니다.

 

제작진은 4년간 세월호 침몰 원인을 분석하기 위한 모든 자료를 검토해 이 다큐를 만들었다. 탑승 생존자들이 공통적으로 기억하는 시간인 8시30분경과 엇갈리는 정부 발표인 8시50분이라는 침몰 발생 시간, 세월호의 항로를 기록한 AIS(선박자동식별장치), 탑승객과 목격자 인터뷰, 세월호 유가족들이 전달한 자료들, 전문가 자문 등을 기반으로 사고 당시를 재구성한다. 특히 세월호의 침몰을 해경보다 앞서 제일 먼저 목격한 두라에이스호의 문예식 선장의 증언이 결정적 증거가 된다. 김지영 감독은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되면 세월호 생존자들의 경험과 일치하는지 교차 검증을 거치는 방식을 거쳤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 바다》는 어떤 결론에 도달한다. 제작진이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출한 이 결론을 관객과 공유하는 것이 이 다큐의 목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큐를 보면 사실상 반박 불가의 결론에 가깝다. 다만 제작자 김어준과 김지영 감독은 “만약 이것이 틀리다는 증거가 있다면 얼마든지 반박이 나와도 좋다”며 “그 사이에서 새로운 진실이 도출된다면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배우 정우성이 내레이터로 참여한 이 다큐는 그간 볼 수 없었던 침몰 원인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1만6000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해 조성한 제작비 20억3000만원은, 세월호 진상 규명을 향한 국민의 염원을 보여주는 단적인 수치일 것이다.

 

한편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소속 감독 네 명이 공동 연출한 옴니버스 다큐 《공동의 기억: 트라우마》 또한 관객을 만난다. 일반 상영이 아닌 ‘찾아가는 극장’ 공동체 상영 방식을 통해서다. 세월호 생존 학생과 세월호 세대의 목소리를 담은 《어른이 되어》(오지수 감독), 사람들에게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묻는 《이름에게》(주현숙 감독), 유가족들이 느끼는 상실감을 이야기하는 《상실의 궤》(문성준 감독), 세월호 거치장소인 목포신항의 모습을 담은 《목포의 밤》(엄희찬 감독)까지 네 편이 담겼다. 유가족들의 일상을 담아 2016년 독일에서 《SEWOL》(정옥희 감독)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던 다큐는 세월호 3주기를 기점으로 추가 촬영한 영상을 더해 《세월-0416》으로 재편집됐다. 이 다큐 역시 공동체 상영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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