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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인사 탄압 일상화”

[인터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이원재 대변인

유지만 기자 ㅣ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8(Wed) 08:01:00 | 1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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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에서 운용한 문화예술계 인사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하나씩 확인되고 있다. 이 사안의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 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진상조사위)는 현재 140건이 넘는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있다. 진상조사위는 5~6월까지 활동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담은 대국민 브리핑을 계획하고 있으며, 백서 형태로 이 사건의 전모를 공개할 예정이다. 시사저널은 이원재 진상조사위 대변인을 4월12일 서울 성북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이 대변인은 블랙리스트에 대해 “이명박 정권부터 축적돼 온 결과물”이라고 정의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기초를 닦았고, 박근혜 정부에서 더욱 심화·발전시켰다는 의미다. 그는 “정부의 온갖 부처와 기관이 합심해 블랙리스트를 광범위하게 운용했고, 죄의식 없는 일상화된 탄압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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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73명의 명단이 존재한다는 점은 이미 나왔었지만, 실제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었다. 이번에 적용 사례가 발견된 것인가.

 

“블랙리스트는 여러 시국선언 인사들의 명단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게 워낙 허술해 보이기도 했고 인원이 방대한 탓에 실제 적용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블랙리스트 위원회가 중간 브리핑을 하면서 지금까지 1만1000명가량의 데이터베이스가 운용됐다고 밝혔다. 또 다양한 시국선언 명단이 이명박 정부 때부터 축적되면서 블랙리스트 명단으로 발전했다고 밝혔는데, 그중에서 9473명에 대해 실제 적용됐다는 점이 드러났다. 문체부와 해외문화홍보원에서 이 명단을 가지고 지원배제를 적용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명박 정권 ‘문화 균형화 전략’ 문건이 시작”

 

리스트의 시작은 어느 시점부터인가.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 균형화 전략’이란 문건이 작성됐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말하는 블랙리스트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문건을 보면 예술을 좌파와 우파로 구분하고, 소위 ‘정부 비판적 예술’을 적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더 나아가 본인들에게 유리한 우익 영화를 지원하고 만들어야 한다는 계획이 있다. 이 계획의 구조가 박근혜 정부 들어 ‘문화융성 건전화’ 문건으로 발전하게 됐다. 지원사업 배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명단 외에도 이명박 정권부터 국정원이나 청와대가 시국선언 명단을 취합했고, 이것을 관리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명백한 민간인 사찰이다.”

 

 

가장 큰 역할은 어느 기관이 했나.

 

“블랙리스트의 일반적인 구조는 청와대의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에 의해 교육문화수석실이 실무를 맡았다. 이에 따라 국정원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요구했고, 그 이후로는 지속적으로 국정원이 문체부와 교차확인을 하며 작업했다. 이번에 진상조사위가 발표한 ‘한불 수교 기념행사’로 국한해서 보면 일상화된 블랙리스트 작동 구조 속에서 조직위원회를 통해 블랙리스트를 적용했다. 특히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2015년 3월부터 프랑스 대사관으로 가면서 이 행사에 블랙리스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블랙리스트로 배제된 작가들을 프랑스에서 직접 초청한 경우도 있었다.

 

“매우 망신스러운 일이다. 양국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큰 행사인 데다, 예술에 대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무시한 처사였다. 당시 주요 작가들이 배제되면서 프랑스에서 우려를 표했고, 결국 프랑스 측에서 비용을 들여 초청했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내내 ‘국격’을 강조했는데, 그 국격을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다.”

 

 

이 자료의 조사 과정은 어떻게 됐나.

 

“이 사건뿐만 아니라 그동안 다룬 사건들이 모두 연관돼 있다. 그 때문에 발표된 조사결과들은 모두 크로스체크(교차확인)가 된 것들이다.”

 

 

자료에 보면 관계자들이 국정원을 상당히 많이 신경 쓰는 것 같았다. 내부 문건에는 국정원이 ‘K’로 등장한다.

 

“국정원이 적극적으로 리스트 작성 작업을 했다. 이미 국정원 개혁 TF(전담팀)가 발표했듯이 국정원이 A등급부터 C등급까지 분류했던 명단만 해도 400여 명이 넘는다. 그 400여 명은 일상적으로 관리됐던 명단이라고 봐야 한다. 문건에는 국정원이 ‘K’로 등장한다. 국정원은 문체부를 관리하면서 경찰을 통해 신원조회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문체부는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 국정원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 가며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취향을 취합했다. 언론에서는 블랙리스트 사건을 두고 ‘지원배제’라고 표현하는데, 사실상 ‘사찰’이나 ‘감시’로 봐야 하는 사건이다.”

 

 

블랙리스트의 형태는 특정 파일을 지칭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블랙리스트는 하나의 명단이 아니다. 보통 생각하듯이 하나의 문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여러 시국선언 명단이 있고, 엑셀로 만든 명단도 있다. 사건이 생기면서 추가되기도 했다. 일종의 데이터베이스라고 봐야 할 것이다.”

 

 

“특정 그룹이 블랙리스트로 이권 챙겨”

 

2008년 처음 만들어질 때는 블랙리스트라는 개념은 아니었나.

 

“당시에는 블랙리스트라기보다는 지원배제나 관리의 개념이었을 것이다. 2008년 당시 이명박 정부 관련 인사들이 ‘문화예술계에 좌파밖에 없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었다. 한국에서 배출된 세계적인 영화감독, 작가들이 모두 좌파라는 인식이다. 그래서 ‘문화 균형화 전략’이란 문건이 우파 예술인을 지원해야 한다는 전략을 담고 있다. 특히 영화가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영화에 더 힘을 줬다. 통상적으로 보면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유인촌 당시 문체부 장관을 필두로 기관 장악 시도를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립현대미술관, 언론과 방송 장악을 시도했다. 정권을 재창출하고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서는 대중문화를 장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는 이명박 정부의 그것을 더욱 심화·발전시켰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렇다. 이명박 정권 동안 언론과 미디어, 대중문화를 장악하면서 토대를 쌓았고, 박근혜 정부는 이를 더욱 심화·발전시켜 지원사업까지 손을 댔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주로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더욱 노골적으로 일상화한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 더욱 발전한 점이다.”

 

 

9000명이 넘는 명단을 관리했다는 것은, 모든 주무부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가능한 것 같다. 정권 전반에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돼 있었던 것인가.

 

“실제 모든 주무부처가 덤벼들었다. 기관과 거의 모든 문화예술기관, 지금까지 조사해서 나오지 않은 기관이 없을 정도다. 콘텐츠진흥원, 영화진흥위원회 등 모든 기관의 작업들이 있었다. 블랙리스트는 어떻게 보면 이념적이고 퇴행적인 탄압이지만, 동시에 이권 사업과 연결돼 있기도 하다. 이념을 겉에 걸긴 하지만 이면에는 화이트리스트가 존재한다. 그 증거가 바로 최순실과 차은택 등 인사들이지 않나. 이권 그룹들이 블랙리스트를 작동시켜 자신들의 이권을 챙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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