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성공하고 싶다면 ‘종합예술’을 하라”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7 11:08
  • 호수 1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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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사의 神》 저자 김유진 ‘김유진아카데미’ 대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 수만 80만 명을 넘어섰다. 자영업자의 85%가 3년 만에 셔터를 내렸다. 수시로 간판이 바뀌는 것도 예삿일이다. 올해 폐업은 역대 최고치에 달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의 위기’라는 이 상황에서, 이들의 ‘페이스메이커’로 일하는 사람이 있다. 김유진아카데미의 김유진 대표(51)다. 음식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예능국 PD였던 김 대표는 시청자가 좋아하는 코드를 찾았던 과거의 이력을 바탕으로, 손님이 좋아하는 코드를 자영업자에게 찾아주는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이자 ‘기획자’를 자처하고 있다.

 

김 대표가 말하는 성공적인 자영업은 ‘장사’가 아닌 ‘종합예술’이다. 그는 4월1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600만 자영업자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장사의 신》 《장사는 전략이다》 등 ‘장사 교과서’라 불리는 베스트셀러들의 저자인 김 대표를 통해 우리나라 자영업의 현실과 성공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 시사저널 박정훈


 

수많은 자영업자들을 직접 만나며 컨설팅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자영업의 현실에 대해 어떻게 보나.

 

“자영업자들의 위기다. 3년 만에 85%가 문을 닫는다는 것은, 15%는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그저 그렇게 사업을 지속하는 경우이고, 성공하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인 2~3%에 지나지 않는다. 불황 속에서도 대기하는 손님들이 장사진을 이루는 식당들이 바로 그 극소수다.”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도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토로한다. 실제로 고용 인원도 지난해 12월 이후 줄고 있는데.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전망되면서 자영업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대기업이 아닌, 작은 규모의 자영업자가 느끼는 체감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직원 수를 줄이는 곳이 많은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무조건 자영업자들을 위해 최저임금을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기업이 주는 시급과 연간 매출 1억원이 되지 않는 자영업자가 주는 시급을 같게 책정할 수 있느냐는 얘기다. 일정 정도 이상의 자산 규모를 가진 업장은 금액을 올린다거나, 시급 인상에 차등을 두는 방법 등을 고려하는 등 자영업자를 위한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높은 폐업률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다.

 

“퇴직자들이나 창업을 하는 청년들 모두 마찬가지다. 섣부르게 자영업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가 준비기간이라는 정석은 없겠지만, 충분한 준비와 공부를 통해 시작해야 한다. 그 도움을 주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만약 커피 전문점을 열고 싶다면 커피 전문점에서 직접 일해 보면서 어떤 점이 필요한지 분석하는 최소한의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공부가 되지 않은 분야에는 당연히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적절한 조언과 장사 종류에 맞는 컨설팅이 더 필요한 것이다.”

 

 

자영업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나 고민 없이 시도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나.

 

“그런 사람이 85%다. 욕심을 내 준비 없이 가게를 열었다가 폐업을 한다면, 이 사람은 혼자 망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망가지고, 가족이 망가지고, 나라가 흔들린다. 국내 자영업자 수가 600만 명이다. 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3년 내 폐업률이 85%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폐업을 한다는 것이겠나. 개인적으로는 자영업을 하기 위한 시험이 있었으면 좋겠다. 다 살기 위해서는 운전면허 이상으로 더 어려운 시험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외식업을 오픈하려면 최소한 칼질은 할 수 있어야 한다. 주방장이 나가거나 최저임금이 올라 고용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자신이 주방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자영업자들을 위한 업무협약, 세미나 등 자영업자를 위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는데.

 

“내가 운영하는 ‘장전’ 수업은 《장사는 전략이다》의 줄임말이다. 자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총을 장전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노하우는 권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많은 소통을 통해 자영업자들과 노하우를 교류하고, 장사에 직접 노하우를 적용하고 피드백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한다. 지난해 자영업 고객의 성공적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신한은행과 체결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신한소호사관학교에서 ‘장사는 전략이다’라는 주제로 아카데미를 진행했고, 성공비법 세미나도 여러 지역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외식업에 한정되지 않고 부동산·숙박·병원·패션·제조까지 다양한 업종의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효과적인 자영업 컨설팅이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

 

“손님들의 연령대, 가게가 위치한 장소에 맞게 아이템을 구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영업자들은 장사 노하우를 배우고도 실제로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효성 높은 방법과 전략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가게로 돌아가 적용할 수 있는 것, 예를 들어 기존에 쓰던 것보다 1% 나은 이쑤시개나 물잔을 사용하게끔 하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다음에는 지속적인 멘토링과 코칭이 필요하다. 사람의 얼굴을 성형을 통해 바꾼다고 해서 당장 그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없는 것처럼, 가게를 확 뜯어고친다고 해서 자영업자의 마인드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든 단계적으로, 마음에서부터 바꿔나갈 수 있는 쉬운 멘토링이 필요하다. 현실에서 적용할 수 없는 폼 나는, 이론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과 다르다.”

 

한국관광공사가 개최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다짐 친절 토크 콘서트’에서 김유진 대표가 ‘친절과 성공의 상관관계’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 사진=김유진 제공


 

메뉴, 인테리어, 음식 맛 등 외식업에서 강조되는 여러 가지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어떤 점에서 전략 수립이 이뤄지나.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삼겹살, 제주 삼겹살이라는 메뉴가 있다. 같은 가격이라면 어떤 메뉴를 고르겠나. 언어는 무시무시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뇌 활동을 하게 만들면서 당연히 수식어가 붙은 삼겹살을 선택하고 싶어진다. 음식 메뉴에 어떤 수식어가 붙었을 때 돈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90% 이상의 식당들이 ‘삼겹살’과 같은 단편적인 메뉴를 소개하고 있다. 전략은 이렇게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이뤄져 점점 확장된다. 만약 옆에 이미지를 더한다면 효과는 배가된다. 다른 예를 보자. 정수기 물을 물통에 받아 서빙하는 것과 새로운 생수 한 병을 손님마다 제공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분석해 볼 때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손님들에게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생수 주는 집에 갔다가 안 주는 집은 못 간다. 이렇게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사고하는 것이 전략의 시작이다.”

 

 

장사를 ‘종합예술’로 표현하는 이유가 있나.

 

“장사는 단순히 하나를 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 식당에 들어설 때 나는 가장 먼저 식당의 온도를 본다. 메뉴를 보는 사람, 위생을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누구나 가장 먼저 염두에 두는 부분도 다양하다. 또 심리학·음악·광고를 비롯해 마케팅까지, 모든 것이 접목되는 것이 장사다. 그렇기 때문에 ‘종합예술’이다. 나도 컨설팅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한다. 도파민을 분비하게끔 하는 일을 모두 찾는다. 자료를 뒤지고 논문을 읽고 책을 본다. 그것이 손님들에게, 장사에 어떻게 작용할지 심리학·정치·뇌과학까지 여러 분야 전문가를 통해 꾸준히 묻고 답을 얻은 뒤 확신을 갖고 장사에 적용한다.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람들 중에 연기자 출신 인사도 있었다. 자영업을 시작하며 힘들어하는 그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장사도 ‘무대에 오르는 것’이라고. 아침에 리허설을 하고 메이크업을 하는 그 과정이 영업을 준비하는 과정이고, 영업을 하는 것이 연기를 하는 과정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에게 중요하게 조언하는 부분이 있나.

 

“중요한 것은 ‘입증’이다. 입증하지 않으면 나의 컨설팅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믿을 사람도 없지 않겠나. 외식업도 마찬가지다. 내가 쓰는 재료를 믿을 수 있게끔 원산지를 밝히는 것도 그중 하나다. 영상물과 사진을 통해 가게를 알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비주얼’의 시대다. 외식업을 말로 보여주는 것보다는 이미지로 얘기하는 것이 더 와 닿는다. 사진에 칼로리를 담아야 한다. 신선한 생선을 직접 잡아 쓰는 식당이 있다면, 가게에 게재한 사진이나 인터넷을 통해 올린 영상으로 그 장면을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신뢰를 얻으면서 재료의 신선함을 같이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서들은 국내 6000여 개 식당을 다니며 모은 전략들의 축약본이었다. 책을 읽거나 노하우를 전수받게 된 업주들의 반응은 어떤가.

 

“실제로 자영업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메시지를 받게 될 때 나는 행복함을 느낀다. 이들은 나를 ‘사부’나 ‘코치’라고 불러준다. 교육을 받고 매출이 30% 이상 올랐다는 사람들부터, 웨이팅이 늘었다고 기뻐하는 사람들, 책만 읽었는데도 장사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온다. 접으려던 장사를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을 볼 때, 최고 매출을 경신해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게 될 때, 내가 이들에게 필요한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직접 내 강의를 듣고 성공한 자영업자들이 책을 쓰고 강의를 하게 될 때도 마찬가지다.”

 

 

최근 자영업자들이 워라밸과 거리가 멀다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자영업의 성공과 삶의 가치의 병행은 이뤄질 수 있나.

 

“나는 자영업자들에게 자신을 생각하라고 얘기한다. 테이블에 놓인 물컵에 꽃을 놓는 한 자영업자가 있다. 손님들은 그것을 보면서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더 기뻐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꽃을 테이블에 비치하는 과정에서, 가게에 놓인 꽃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본인이 행복을 느끼는 것이 먼저다. 무조건 자영업자들이 바쁘고 힘들어야만 사업이 잘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행복해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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