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마다 되풀이되는 변호사 수 논쟁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7 14:48
  • 호수 1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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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변호사 배출 연 1000명으로 줄여야” vs 로스쿨 “입학 정원 75% 기준 변시 낭인 양산”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는 4월11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미래와 해법’이라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로스쿨의 결원보충제, 로스쿨 평가 및 관리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변호사시험(변시) 합격자의 실무수습 개선, 로스쿨의 외연 확대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그중 변시 합격자 수는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이 자리에서 남기욱 대한변협 제1교육이사는 “우리나라의 연간 변호사 배출 수는 1000명 수준으로 감축해야 하며, 로스쿨 입학정원 수도 2000명에서 1500명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원우협)는 대한변협의 심포지엄이 열린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집회를 갖고 삭발식을 진행하기까지 했다. 원우협은 대한변협의 변호사 배출 규모 감축 주장에 대해 “로스쿨 도입 취지는 국민들이 누구나 쉽게 법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서 “대한변협은 로스쿨 도입 취지를 무시한 채 법조계의 특권 유지에만 관심이 있다”고 비판했다. 삭발식에 참여한 최상원 원우협 대표는 “법무부가 로스쿨 입학정원 대비 75%를 합격자로 산정한다고 발표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올해 제7회 변호사시험부터 자격시험으로 운영해 원래의 로스쿨 제도 취지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시 합격자가 발표되는 4월마다 매년 반복되는 논쟁이 올해 역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법원로 일대 법조타운 © 시사저널 최준필


 

로스쿨 10주년에도 계속되는 변호사 수 논쟁

 

올해는 로스쿨이 도입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2017년 12월31일 사법시험이 폐지되면서 로스쿨을 거쳐 변시에 합격해야만 변호사가 될 수 있다. 1월9일 치러진 2018년 변시 역시 7회째를 맞고 있다. 그러나 변호사 합격자 수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변협은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과당 무한경쟁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로스쿨 측에서는 “변호사시험 응시자는 해마다 늘어나는 데 비해 합격률은 입학정원 대비로 결정돼 실질적인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변시 낭인이 늘어남으로써 수많은 인재가 능력을 펼칠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는 2012년 제1회 변시 때 합격자 정원을 로스쿨 입학정원의 75%로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대한변협은 극렬히 반대했다. 당시 대한변협은 “변시 합격자 정원은 로스쿨 입학정원의 30%가 적당하다. 다만, 로스쿨 도입의 취지와 정부 방향에 적극 협력하기 위해 50%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면서 “변시 합격자 정원이 입학정원의 75%가 되면 2012년 한 해에만 2500명의 신규 변호사가 배출된다. 이는 전국의 모든 개업변호사 수 1만1000명(2010년 기준)의 23%에 해당한다. 법률시장의 수요 규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총인구 및 경제성장 여건은 0.44~3.51%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신규 변호사 수를 1년 만에 23% 늘리게 되면 법률시장은 일대 취업난, 대량 실업 사태 등 대공황 사태에 빠지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1년 변호사 등록 신청 건수는 847명이었지만,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나오기 시작한 2012년에는 2057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2012년 이후부터는 매년 2000명 내외의 신규 변호사가 나오면서 현재 변호사 등록자 수는 2만4000명을 넘었으며, 2022년경에는 변호사 수가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변협 측 관계자는 “변호사 이외에 법조 유사직역인 법무사·행정사·변리사·세무사·노무사 등록 회원 수를 합치면 현재 25만8000여 명이 법조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면서 “변호사 과다 배출로 인한 부작용은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유사 법조 직군, 변호사 배출에 대한 근본적인 수급대책을 세우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더 방치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변호사 연간 수익 1500만원까지 떨어질 것”

 

서울변협 법제연구원은 “변시 합격자 수를 현재와 같은 1500명으로 가정하고, 변호사의 은퇴 시점을 75세로 잡았을 때 2050년에는 변호사 수가 7만2952명까지 급증할 것”이라면서 “변호사 1인당 연간 수임 건수는 2014년 20건에서 2050년 5.93건으로, 연간 순수익은 2014년 4344만원에서 2050년 1521만원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김현 변호사는 취임 후 해결할 최우선 과제로 변호사 수 감축을 내 걸었다. 김 회장은 “서울 지역 변호사들의 월평균 수임 사건 수가 1.69건에 그쳤는데도 신임 변호사 1800여 명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면서 “점진적으로 로스쿨 입학 정원을 1500명으로, 연간 배출 변호사 수를 1000명 수준으로 감축할 필요가 있다. 다만, 급격한 합격자 수 감소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년 100명씩 합격자 수를 감축해 5년 내에 합격자 수를 1000명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협은 일본의 사례를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법조 구조가 유사한 일본의 경우 인구는 우리나라의 2.48배, 국내총생산(GDP)은 3.5배에 이르지만 변호사 수는 1.62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일본 문부과학성은 2009년 변호사 과다 배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체 로스쿨 정원 삭감을 요구하도록 지시하는 등 꾸준한 감축 노력을 해 왔다. 그 결과 현재까지 법조인 공급은 연간 1500명 수준으로 낮아졌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지바(千葉)현 등 17개 변호사회는 여전히 연간 1500명의 변호사 배출도 많다며 변호사 배출 수를 대폭 감축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4년 기준 일본의 변호사 1인당 인구수는 3625명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2769명이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인구수 대비 전체 변호사 수가 많은 것이다.

 

© 시사저널

 

“경쟁을 통한 생존이 자본주의 원리”

 

반면 로스쿨 측은 법조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변호사 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변협의 주장은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한 발상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원우협 측은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원리는 경쟁이다. 경쟁이 없는 곳은 없고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라면서 “대한변협은 새로운 법조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지 수많은 청년을 변시 낭인으로 만드는 합격자 수 축소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실제로 일본을 제외한 독일·영국·미국의 경우 변호사 1인당 인구수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다”고 반박했다. 독일의 변호사 1인당 인구수는 496명이며, 미국은 249명, 영국은 437명 수준이다.

 

로스쿨 측은 변시 합격자 기준인 입학정원 75%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실상을 알기 위해서는 ‘입학정원’이 아닌 ‘응시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의 경우, 매년 불합격자가 누적되고 이들이 다시 변시에 응시하면서 합격률은 매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 1회 시험 당시 1665명이 시험에 응시해 1451명이 합격했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87%를 넘었다. 그러나 2013년(2회) 75.2%, 2014년(3회) 67.6%, 2015년(4회) 61%, 2016년(5회) 55.2%, 2017년(6회) 51.4%를 기록했다. 올해 제7회 변시 응시자는 324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회 시험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원우협 관계자는 “입학정원 대비 75%라고 하면 4명 중 3명이 합격하는 시험으로 비친다. 그러나 이번 7회 변시의 경우 1600여 명 이상의 불합격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응시자 대비 합격률로 계산하면 50%에 불과한 수치며, 입학정원(2000명)으로 환산할 경우 80% 이상이 불합격하는 시험”이라고 지적했다.

 

로스쿨 기수 간 불평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응시자 수는 매년 증가했지만 합격 인원을 1500명 안팎으로 제한하면서 합격 점수 커트라인이 해마다 올라가고 있다. 1회 합격 커트라인은 1660점 만점에 720점이었지만, 지난해 치러진 6회 변시의 경우 커트라인은 890점이나 됐다. 로스쿨 출신 A변호사는 “과거 사법시험 제도에서는 다양한 경력과 관심을 가진 변호사를 배출하기 어려웠다. 사법시험이 헌법·민법·형법 등 시험 과목만을 공부하던 사람들을 뽑는 시험이었다면, 로스쿨 제도로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법조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기회가 넓어졌다”면서 “과거와 달리 분쟁이 일어나는 영역과 법률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다양해져 변호사가 일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수임 사건이 준다는 이유로 변호사 배출 수 축소를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의 변화를 보지 못한 편협한 사고에서 나온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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