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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꺼진다던 ‘반도체 초호황’에 한국 경제도 반색

D램 등 가격상승에 삼성·하이닉스 최고 실적…유령처럼 떠돌던 ‘공급과잉론’ 무색

고재석 시사저널e. 기자 ㅣ 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8.04.19(Thu) 14:40:21 | 1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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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년이 오기 며칠 전, 산업연구원은 올해 반도체가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에 달할 거라 내다봤다. 지난해 비중은 17%였다. 반도체 수출을 제외하면 지난해 한국 경제 총수출은 2016년보다 1.8%나 줄어든다. 좋든 싫든 한국 경제가 반도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도체 초호황 종료 시점이 업계뿐 아니라 경제계 전체의 관심사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 초호황은 수요와 공급이 확연히 엇갈린 데서 기인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시장을 만족시킬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내다 파는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치가 급등하니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지사. 일각에선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유력 제조업체들의 시설투자 발표 소식이 연이어 이어졌기 때문이다. 생산이 늘면 당연히 시장에 내놓는 제품도 증가하게 된다. 그러면 결국 가격이 꺾여 초호황도 이른 시일에 사그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국내외 유력 시장조사업체와 전문가 목소리를 담은 언론 보도도 이어졌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조사업체인 가트너의 앤드루 노우드 리서치 총괄부사장은 지난해 7월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신규 공급을 늘리면서 메모리 시장 거품은 2019년에 사라질 수 있다”며 “삼성전자는 올해와 내년에 거둘 수익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될 것”이라고까지 내다봤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가격을 올려 매출과 수익 공히 커졌지만 곧 공급이 늘어 사는 사람에게 다시 유리해질 거라는 뜻이다. 노우드 부사장이 거품(bubble)이라는 표현을 쓴 건 아마 그만큼 스스로의 관측에 자신감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설 투자액은 미국 인텔과 대만 TSMC의 투자액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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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시장 거품 2019년에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정반대 시각도 있었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공급과잉론이 스멀스멀 확산될 당시 기자가 만난 두 사람의 설명이 딱 그렇다. 십 수년 동안 세계 최상위권 반도체업체 두 군데를 거친 한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이 한 번에 최소 수조원대 시설투자를 발표하니 착시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생산라인 하나를 건설하는 데 쓰이는 금액 자체가 천문학적”이라면서 “공정 자체도 (과거와 비교하면) 매우 까다로워져서 돈만 있다고 모두가 시설을 구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진행되는 설비투자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도 벅차다. 공급과잉론 자체가 과잉해석”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20년간 반도체 시장을 분석해 온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도 “D램의 경우, 지금의 수요가 한풀 꺾여도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새 수요가 나타나 초호황을 더 이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D램 상위 3개 업체(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현재의 점유율 구도가 모두 이득”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굳이 특정 업체가 생산을 일부러 늘려 가격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이득을 취할 유인이 없다는 뜻이다. 이 역시 ‘수요 대응론’을 지지해 주는 해석인 셈이다.

 

반년 정도가 지난 현재, 두 사람의 해석은 시장에서 그대로 증명된 모양새다. 공급과잉은커녕 여전히 타이트한 수급이 이뤄지고 있고, 모바일 D램에 의존하던 수요도 서버 D램으로 확장됐다. 가격하락을 걱정하던 목소리도 힘을 잃었다. 가트너는 올해 초 당초 전망치보다 236억 달러(약 25조2000억원)나 액수를 상향 조정한 반도체 시장 전망치를 제시했다. 상향 조정된 액수 중 대부분(195억 달러)이 메모리 반도체의 몫이었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30%를 넘긴 상태다.

 

올해도 반도체 가격 오름세는 이어지고 있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1월 D램 기가비트(Gb)당 가격은 1년 전보다 47%나 급등했다. 기저효과가 작용한 결과도 아니었다. 지난해 1월 국내외 매체들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시작됐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한국은행이 4월8일 내놓은 ‘해외경제포커스’에 따르면,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2016년보다 37.3%나 올랐다. 또 다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D램 가격이 올해 2분기에도 3% 더 오르리라 내다보고 있다. 분기 기준으로 계약이 이뤄지는 D램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3%도 눈에 띄는 상승세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PC와 서버 D램은 고용량 제품의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모바일 D램은 안정적 공급을 원하는 스마트폰 업체들의 요구에 따라 가격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다 보니 관련 기업들의 실적도 기대치를 뛰어넘고 있다. 원화 강세와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반도체 부문에 불리한 대외환경임에도 말이다.

 

지난 4월6일 삼성전자는 1분기 잠정실적 집계 결과,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0조원, 15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4분기(65조9800억원)보다 9.0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되레 2.97% 늘면서 수익성은 더 좋아졌다. 당초 시장의 기대치를 1조원이나 웃돈 성적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DS)에서만 전체 영업이익의 75%를 넘는 11조원 안팎의 돈을 벌어들였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24일 성적표를 내놓는 SK하이닉스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관심사는 지난해 4분기 기록한 최고기록(4조4658억원)을 넘을지 여부에 쏠린다. 당초 증권가는 1분기가 상대적 비수기인 점을 고려해 4조3500억~4조4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관측했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으로 4조5000억원을 전망한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기존보다 4.8% 높여 잡았다. D램과 낸드의 가격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가 반도체 기업에 계절적 비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 기업의 상승세가 단연 더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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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 성장세 언제 꺾일지에 업계 촉각

 

여러 지표들을 종합하면, 결국 업계 안팎에서 유령처럼 떠돌던 ‘공급과잉론’의 설 땅이 좁혀진 건 분명해 보인다. 이제 궁금증은 폭발적 상승세가 언제 꺾일 것인가로 모아진다. 이번에도 전망은 확연히 엇갈린다. 한은은 내년 이후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 D램 수요도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업계에서는 초호황 끝물을 아직은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로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수 있고, 가정에서도 ‘스마트홈’이 확산돼 메모리의 비중이 높아질 거라는 예측 때문이다. 한은 역시 “자율주행차와 AI(인공지능) 산업 발전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밝히면서 다른 가능성을 열어뒀다. 돌발 변수인 ‘인력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앞선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공정이 매우 까다로워져 몇 사람이 중국으로 옮긴다고 손쉽게 (상위 기업을) 추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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