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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대만

美·中 무역전쟁, 대만에 치명타 입힐 수 있어…“한국도 구경만 할 순 없다”

모종혁 중국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9(Thu) 08:27:01 | 1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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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 충칭(重慶)에서 폭스콘(富士康) 관리자로 근무하는 리웨이(가명)는 주변으로부터 “괜찮냐”는 인사를 자주 듣는다. 중국인들은 주로 대만계 기업인 폭스콘이 중국에서 계속 사업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외국인들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폭스콘이 가장 타격이 큰 것 아니냐”고 질문한다. 폭스콘의 모기업인 훙하이(鴻海)정밀공업은 대만 최대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무려 4조7074억 대만달러(약 172조1025억원)를 올렸고, 영업이익은 1390억 대만달러(약 5조818억원)에 달했다.

 

무엇보다 폭스콘은 세계 최대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및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업체다. 아이폰을 위시한 애플의 대부분 제품을 폭스콘에서 생산한다. 이제 폭스콘은 남의 회사 제품만 생산하지 않는다. 2016년 일본 샤프(Sharp)의 지분 66%를 35억 달러에 인수해 자회사로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도시바의 반도체사업부 인수 경쟁에 뛰어들었다. 비록 인수엔 실패했지만, 세계 반도체산업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뻔했다. 올해 3월에는 전자제품 액세서리 업체 벨킨(Belkin)을 8억6600만 달러에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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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려야 뗄 수 없는 양안(兩岸) 경제

 

문제는 폭스콘의 대부분 사업장이 중국에 있다는 점이다. 실제 폭스콘은 중국 각지에 30여 개의 공장을 갖고 있다. 또한 전 세계에서 고용하는 120여만 명의 직원 중 90% 가까이가 중국인이다. 미국인이 사용하는 아이폰·아이패드 등은 폭스콘이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이런 현실은 다른 대만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대만의 산업 구조는 간단하다. 대만에서 디자인하고 원자재와 부품을 중국으로 수출해 현지 생산기지에서 완성품을 만든다. 이를 다시 미국과 전 세계로 수출하는 산업 메커니즘이 정착됐다.

 

대만의 각종 통상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대만의 총 수출액은 3173억 달러였다. 그중 홍콩을 포함한 대중국 수출액이 1302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체 비중에서 무려 41.1%를 차지한다.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비중인 24.8%보다 훨씬 높다. 중간재 제품만 따져보면,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도 78.9%로 상당히 높다. 하지만 대만은 79.9%로 압도적인 1위다. 게다가 대만은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어필할 만한 브랜드가 별로 없다. 이에 반해 한국은 소비재 제품의 수출을 꾸준히 늘리고 있고, 중국에서 직접 사업을 전개한다.

 

대만 기업의 중국 진출은 한국과 궤적을 같이한다. 1990년대부터 노동자 임금 상승과 공장부지 조성 부담을 줄이고자 중국으로 갔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진출 규모가 커졌고 속도도 빨라졌다. 그로 인해 1992년 이래 2017년 초까지 대만이 중국에 투자한 규모는 1조5129억 달러에 달했다. 2011년에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까지 맺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경제와 무역은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해졌다.

 

2016년 5월 집권한 차이잉원 총통은 이런 현실을 완화시키려 했다.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을 동남아·서남아·오세아니아로 이전시키는 신남향(新南向) 정책을 전개했다. 신남향 정책은 아직 그 성패를 예단할 수 없다. 다만 대중 편중 현상을 단시간 내 끌어내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지난해 대만의 대중 수출은 전년보다 16% 증가했다. 중국이 6.9%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면서 대만도 예상치보다 0.26% 높은 2.8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최근 일어나는 미·중 무역전쟁은 대만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이런 우려가 중국 내 대만 기업과 대만인 커뮤니티에서 먼저 퍼지고 있다. 폭스콘 관리자인 리웨이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매기는 관세는 결국 규모가 큰 ICT(정보통신기술) 제품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며 “미국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애플 제품을 중국산으로 규정하는 현실에서 폭스콘이 받을 타격은 실로 지대하다”고 걱정했다. 실제 4월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상은 컴퓨터·전자부품·통신설비 등 ICT 제품에 몰려 있다. 이에 반해 3월22일 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관세를 물린 대상은 화학·고무·금속·오토바이·항공기 등이었다.

 

대만 산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대만산 ICT 제품의 대중 수출 비중은 55%에 달한다. 대부분 중국의 생산기지에서 조립되어 미국과 제3국으로 수출한다. 게다가 대만은 수십 년 동안 대미 무역에서 엄청난 흑자를 거뒀다. 지난해 대만의 대미 무역액은 682억 달러를 기록해 미국의 11번째 교역 대상국이었다. 무역수지 흑자는 167억 달러로 1987년 이래 최고치였다. 이는 교역액이 1193억 달러로 대만보다 2배 많지만 흑자는 179억 달러인 한국에 육박한다.

 

 

中과 패권 다툼하는 美에 대만은 꽃놀이패

 

최근 미국과 대만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 3월16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여행법’에 서명했다. 대만여행법은 대만 고위직 공무원이 미국을 방문해 자유롭게 정부 관료를 만나고 비즈니스를 전개하도록 허용한 법안이다. 과거에도 대만 정부 관리가 미국 행정부서를 방문했고 정부 관료를 만났다. 그러나 만나는 관료의 격은 낮았다.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반발은 거셌다. 중국 외교부는 즉각 “해당 법 조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중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미국은 무시했다. 법안이 서명된 다음 날 천쥐(陳菊) 가오슝(高雄) 시장이 미국을 방문했다. 천 시장은 차이잉원 총통의 최측근이고, 가오슝은 집권 민진당의 터전이다. 천 시장은 워싱턴에서 국무부·국방부·의회 등의 고위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그 뒤 미국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알렉스 웡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이안 스테프 상무부 제조업담당 부차관보,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등 고위직 인사가 잇달아 대만을 방문했다. 오는 6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내정자의 방문설도 떠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저한 비즈니스맨이다. 그는 중국과의 힘겨루기에서 이기기 위해 대만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집권 전후에 행동으로 잘 보여줬다. 2016년 12월 미국 대통령 당선자로서는 처음 대만 총통과 통화했다. 또한 취임 전까지 친(親)대만 발언을 이어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돌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 직후부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차이 총통이 다시 통화할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모두 무시했다.

 

무역전쟁뿐만 아니라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는 미국 입장에선 대만은 하나의 꽃놀이패다. 4월초 미국은 대만에 잠수함 기술 수출을 허용했지만, 이는 경제적인 이익을 취하고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대만도 이런 냉정한 현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를 최대한 줄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만 경제부는 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내놓았다. 냉혹한 국제질서의 현실은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미·중 양국의 무역전쟁과 패권다툼이 결코 남의 일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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