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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世代는 갈등의 대상일까?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9(Thu) 11:44:17 | 1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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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사회 소통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귀하는 다음 집단과 소통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혹은 그런대로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응답률을 살펴본 결과, 가족 간 소통이 87%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다음은 직장 구성원 간 소통이 73%로 뒤를 이었다. 반면 이웃 간 소통이 잘되고 있다는 응답률은 42%에 머물렀고 세대 간 소통은 더욱 낮은 38%로 나타났다.

 

일찍이 독일의 사회학자 칼 만하임은 세대를 일컬어 “사회 변화 과정에서 생물학과 역사가 만나 형성되는 사회현상”으로 정의하면서, 세대는 필연적으로 간극을 야기한다고 보았다. 사회 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각기 차별화된 경험과 가치관, 행동양식 및 이해관계 등을 지닌 사회집단이 출현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농축적 사회변화’와 ‘압축적 사회변동’을 경험해 온 한국 사회는 다른 사회와 비교해 볼 때 매우 다양한 세대가 생성되고 매우 빠른 속도로 분화되어 온 사회임이 분명하다. 다만 급격한 사회변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발생한 세대 간극(generation gap)이 불필요하게 과도한 세대 갈등으로 전환되고 있음은 한국 사회의 아킬레스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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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갈등 또한 계급·지역·이념 등 여타의 사회 갈등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규모의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을 것이다. 현재 세대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규모가 얼마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과도한 갈등으로 인해 불필요한 비용을 치르고 있음은 분명하다 할 것이다.

 

실제로 세대 간에는 객관적 근거 없이 유통되는 고정관념 및 편견이 세대 갈등을 유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1983년 이후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다’ ‘책을 멀리해서 무식하고 생각하는 힘이 약하다’ ‘개성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복제된 개성이다’ ‘디지털 기술을 다루는 솜씨는 있지만 콘텐츠가 빈약하다’ 등의 부정적 평가가 널리 회자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위대한 세대(Great Generation)’와 전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있다는 연구가 있다. 위대한 세대는 베이비부머를 일컬어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Me 세대’ ‘국가와 민족에 대한 개념이 부재한 반전주의자’ 등으로 칭하고 있고, 베이비부머는 위대한 세대를 대상으로 ‘명분만 앞세우고 실제로는 성차별, 인종차별을 일삼는 위선자’라고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미디어가 조장한 이미지일 뿐, 각 세대는 자신들의 강점과 약점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고, 다른 세대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서도 충분한 이해를 하고 있음이 다양한 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기도 하다. 일례로 신세대는 기성세대의 강점으로 풍부한 경험과 연륜, 희생과 헌신하는 자세, 리더십 등을 들고 있고, 기성세대는 신세대의 장점으로 창의력과 열정, 자신에게 솔직한 개인주의, 새로운 기술을 다루는 솜씨 등을 지목하고 있다. 물론 기성세대의 꼰대질, 권위주의, 변화에 대한 저항이나 신세대의 이기주의, 희생과 헌신보다 보상을 중시하는 태도 등은 약점으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의 대표적 인구학자인 토레스 길은 머지않아 나-부모-조부모-증조부모가 공존하는 4세대를 넘어 고조부모까지 함께하는 5세대 사회가 도래하는바, 이 시대의 핵심적 과제로 세대 간 통합 및 공존을 제시하고 있다. 세대의 묘미는 누구나 신세대를 거쳐 기성세대로 진입한다는 사실에 있을 것이다. 이제 세대 간 간극이나 이질성을 갈등으로 범주화하기보다 차이와 다양성으로 ‘인정’한 후에, 각 세대의 강점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며 소통하는 방안을 찾을 수만 있다면, 세대 공존도 공허한 구호에 그치진 않을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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