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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와 ‘달리기’, 어느 쪽이 운동효과 더 클까

“걷기보다 달리기…걸을 때는 빨리 그리고 멀리”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ㅣ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4.20(Fri) 11:00:00 | 1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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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것과 달리기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는 규칙적인 운동으로 달리기를 하는 사람 3만3000명과 걷는 사람 1만5000명을 대상으로 6년 동안 관찰하며 운동 효과를 비교했다. 달리기를 한 사람들은 고혈압 위험 4.2%, 고콜레스테롤 4.3%, 당뇨병 12.1%, 심혈관질환이 4.5% 감소했다. 걷기를 한 사람은 고혈압 7.2%, 고콜레스테롤 7%, 당뇨병 12.3%, 심혈관질환 9.3%로 발병 위험이 낮아졌다.

 

일반적으로 운동 강도가 더 높은 달리기가 걷기보다 훨씬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걷기도 달리기만큼 운동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소의 폴 윌리엄슨 생명과학연구실장은 2014년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이 달리는 것 못지않게 심장병 3대 위험요인인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하루에 1만 보를 꾸준히 걸으면 자신의 나이보다 여자는 4.6년, 남자는 4.1년 더 젊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윌리엄슨 박사의 말에서 짚어야 할 점은 ‘빠른 걸음’이다. 이 말은 걷기로 달리기와 엇비슷한 운동 효과를 얻으려면 운동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또 걷기를 통한 에너지 소모량은 달리기의 2분의 1 수준이므로, 달리기만큼의 효과를 보려면 2배 정도 더 걸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연구의 핵심은 ‘걷기=달리기’가 아니라 ‘걷는 양과 속도 등을 늘려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걷기와 달리기는 겉으로 비슷해 보여도 여러 면에서 다른 운동이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연구결과에서 나타났듯이, 빠르게 걸으면 고혈압·당뇨·고콜레스테롤·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걸으면 엔도르핀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지고 집중력도 높아진다. 미국심장학회는 유방암·대장암·심장질환·당뇨병·골다공증·고혈압을 낮추는 방법으로 걷기를 권장한 바 있다. 요즘은 스마트폰·스마트워치·만보계 등을 활용해 자신의 걷는 양을 측정하거나 관리할 수 있다. 걷기가 지루하면 음악을 듣거나 다른 사람과 같이 걸으면 좋다. 걷기 운동은 스쿼트 같은 근육 강화 운동을 병행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걷기의 단점은 심폐지구력 향상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다. 또 무엇보다 열량 소모량이 적다. 빠르게 걸어야 그나마 열량 소모량을 높일 수 있다. 일반 걸음 속도보다 약간 빠르게 걸을 때 소비하는 열량을 측정한 연구가 있다. 미국 최대 의료기관 중 하나인 메이요 클리닉 연구팀이 미국 국립보건원의 관련 연구결과를 분석한 결과, 1시간 천천히 걸으면(3km/h) 204~255kcal, 빠르게 걸으면(6km/h) 314~391kcal의 열량을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흔히 걷기 속도를 평보·속보·경보로 구분한다. 평보는 1시간에 3~4km(보폭 60~70cm), 속보는 1시간에 6km(보폭 80~90cm), 경보는 1시간에 8km(보폭 100~120cm) 속도로 걷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평보의 보폭은 자기 키에서 100을 빼면 된다.

 

 

매일 속보로 1시간 걸어야 효과

 

걷기로 운동 효과를 보려면 평보보다 속보로 걸어야 한다는 게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다. 속보로 걸으면 약간 숨이 차서 노래를 부를 수는 없어도 옆에 있는 사람과 대화는 가능한 정도의 운동 강도가 된다. 달리기 운동이 부담스러운, 심장이 약한 사람이나 근육과 뼈가 부실한 사람에게도 빠르게 걷기는 큰 무리가 없다.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건강한 사람을 기준으로, 운동 효과를 높이려면 걷기보다 달리기를 권한다. 만일 이런저런 이유로 달릴 수 없는 사람이라면 걷기라도 해야 하는데, 걸을 때는 빨리 걸어야 한다. 보통 걸음으로는 운동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또 오랜 시간 걸어도 근력을 높일 수는 없으므로 근력 강화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충분히 걷고 있을까? 한국걷기과학학회가 일반인의 하루 걷는 양을 측정한 바에 따르면, 집에서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지내는 사람은 1000보, 청소·주방일·세탁 등 잔일을 하는 사람은 3000보를 걷는다. 사무직 회사원 등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도 하루 1만 보를 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1일 권장 섭취량은 2500~3000kcal이고, 일상생활에서 소비하고 남는 열량은 300kcal 정도다. 이 열량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약 1만 보를 걸어야 한다. 이 정도 걸으면 섭취 에너지와 소비 에너지가 균형을 이룬다. 1만 보를 걷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시간에서 1시간30분이고, 거리로는 5~7km에 해당한다. 따라서 매일 속보로 1시간 정도 걸어야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예방재활센터 교수는 “적당한 강도로 1회 30~60분, 일주일에 5회 이상 운동하는 게 건강 유지에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전문의들은 걷기 운동의 효과에 대해 말할 때, 강도와 빈도보다 자세를 강조한다. 그 이유는 몸의 상체와 하체, 좌우 균형을 이루어 각 관절에 걸리는 부하를 최소화해야 오랫동안 건강한 관절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른 자세로 걷지 않으면 근육에 불균형이 생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체 구조의 변화가 생기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잘못된 자세로 걷거나 달리면 발이 삐끗하는 발목 염좌(관절을 지지하는 인대 혹은 근육이 외부 충격 등에 의해 늘어나거나 찢어짐), 발목 인대 손상, 발목관절염, 허리질환 등 다양한 질병을 부를 수도 있다. 따라서 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자세를 바르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열량 소모·체중 조절에 최고 운동 ‘달리기’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바른 걷기 자세를 종합하면 이렇다. 걸을 때는 복근에 약간 힘을 주고 허리를 바로 세운 상태를 유지한다.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약간 앞쪽으로 숙인 자세로 걷는 사람이 많은데, 약간 과하다 싶은 정도로 가슴과 허리를 펴야 한다. 눈은 10~15m 전방을 주시하면서 몸의 힘을 뺀 채 걷는다. 무릎이 펴진 상태로 발뒤꿈치부터 땅에 닿고 발바닥이 닿은 다음 엄지발가락으로 지면을 차고 앞으로 나간다.

 

전문가들은 운동 효과 면에서 걷기보다 달리기를 권한다. 달리기는 짧은 시간에 운동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결과들을 종합하면, 같은 시간 운동할 경우 걷기보다 가볍게 뛰는 운동의 효과가 약 2배 크다. 비교적 느린 속도로 달리더라도 지방 연소 효과가 뛰어나 달리기가 비만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예컨대 몸무게 80kg인 성인이 30분 걸을 때 약 160kcal의 열량을 소비한다면, 달릴 때는 약 320kcal를 소모할 수 있다. 달리기는 내장 비만 해결에 걷기 운동보다 더 효과적인 셈이다. 게다가 달리면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2012년 미국 와이오밍대학의 연구결과를 보면, 걷기 운동은 식욕을 촉진하는 반면, 달리기 운동은 식욕을 낮추는 특징을 보인다. 달리면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펩티드YY)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걷기 운동에서 이 호르몬의 증가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체중조절이나 살을 뺄 목적이라면 걷기보다 달리기가 이롭다.

 


 

내 운동 강도 ‘220-나이×0.75’

 

빨리 달릴수록 폐활량이 늘고 심폐기능을 자극하는 효과도 증가한다. 자연히 근육량과 골량도 늘어나는데, 특히 하체와 복근 근력이 좋아진다. 관절의 인대가 튼튼해져 염좌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뛸 때 균형을 잡아야 하므로 자세 교정 효과도 볼 수 있다. 달릴 때 엔도르핀이 분비돼 심리적 안정감과 자신감이 높아진다. 미국 타우슨대학은 심장질환·고혈압·당뇨병·유방암·자궁암·대장암의 위험을 낮추는 운동으로 달리기를 추천한 바 있다.

 

달리기의 단점은 부상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다. 달릴 때 체중의 2~3배 부하가 관절에 걸리기 때문에 발목·무릎·엉덩이·척추 관절의 손상 위험이 있다. 따라서 달리는 장소·운동 강도·자세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딱딱한 포장길보다 잔디나 포장이 안 된 길이나 운동장에서 달리는 것이 안전하다. 트레드밀을 이용하는 것도 충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달리기는 걷기보다 강도가 높아 시간당 소모 열량은 2배 가까이 되지만, 그만큼 쉽게 지친다. 따라서 운동 강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일반인에게 적당한 달리기 강도는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으면서도 숨이 다소 가쁜 정도다. 구체적으로는 분당 120~180m의 속도다. 호흡이 짧아지며 땀이 나고, 짧은 대화를 나눌 수는 있지만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정도다. 조금 더 과학적으로 자신의 운동 강도를 알아보려면 심박 수를 이용할 수 있다. 건강한 성인의 최대 심박 수는 ‘220-나이’를 계산한 값이다. 이 값의 75% 정도가 일반인에게 적당한 운동 강도다. 50세라면 1분당 심박 수를 120~130회로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요즘은 스마트기기로 자신의 심박 수를 측정할 수 있다. 또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달리는 속도보다 달리는 시간·거리·횟수를 늘려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달릴 때의 바른 자세는 상체를 앞으로 약간(5도 정도) 기울이고 몸통의 움직임을 적게 하는 것이다. 턱을 올리지 말고 잡아당긴 상태에서 시선은 정면 20~30m 앞에 두면 된다. 팔꿈치를 L자로 굽히고 손목의 힘을 빼고 앞뒤로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무릎은 다리 모양이 팔자나 양반걸음 형태가 되지 않도록 11자 형태를 유지한다. 발이 땅에 닿을 때 충격완화를 위해 무릎을 살짝 구부리는 것이 좋다. 발목도 무릎과 같이 11자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고, 발뒤꿈치와 발바닥 사이로 착지해서 발바닥 전체로 몸을 지지한 뒤 발바닥을 지면에 가볍게 굴리면서 엄지발가락 부위로 지면을 힘차게 차고 나간다. 신발은 달리기 전용화를 발에 완전히 밀착해 착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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