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얼마나 제대로 아는가?
  •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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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의 김정은 바로 알기 ①] 선악 이분법적 시각 넘어 김정은을 균형 있고 깊이 있게 이해해야

 

[편집자 주]

남북정상회담이 곧 열린다. 바로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지는 등 향후 국내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할 뉴스메이커는 김정은이 될 것이다. 한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은둔의 지도자 김정은. 우리는 과연 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시사저널은 북한 권력구조 분야 연구에서 국내 전문가 중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의 기고를 통해 ‘김정은 바로 알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정 실장은 이 글을 연재하는 목적에 대해 “본 시리즈는 선악의 이분법적인 시각을 넘어서서 김정은을 균형 있게 그리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정치체제는 ‘군주제적 스탈린주의체제’라고 규정할 수 있다.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는 스탈린과 같은 개인 절대 권력을 향유하며 그의 권력은 그의 아들에게로 세습되어 왔기 때문이다. 

 

스탈린주의체제에서는 공산당 또는 노동당이 정치체제에서 다른 모든 정치조직과 국가·군대 등을 지도하고 통제한다. 당 지도부의 집단적 지도를 강조하는 레닌주의체제와는 다르게 이 같은 스탈린주의체제에서는 ‘수령’이라고 불리는 최고지도자가 정책 결정과 관련해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탈린주의체제의 대내외 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최고지도자의 이념적·정책적 성향 등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한국과 국제사회의 이해에는 상당히 많은 문제점이 존재한다.

 

지난 2월10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및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청와대를 예방해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그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을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 그리고 지난 3월5일부터 6일까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특사로 하는 특별사절단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오는 4월 말에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 성공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과 정책적 성향 등에 대해 정확하게 미리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김정은의 기초적인 인적사항의 파악에도 많은 문제점을 보여 왔고 그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평가들을 계속 내려왔다.

 

©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


 

김정은의 본명, 한동안 국내에선 ‘김정운’으로 잘못 알려져

 

김정은 위원장의 이름만 해도 한국과 국제사회에서는 오랫동안 ‘김정운’으로 잘못 알려져 있었다. 그러다가 대만의 사진작가 후앙 한밍이 2009년 9월 원산 근교에서 그의 이름이 적힌 벽보 사진을 찍어 인터넷 포털 ‘야후’의 사진 공유 사이트에 올리면서 비로소 ‘김정운’이 아니라 ‘김정은’이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김정은이 1984년생이라는 것은 그의 이모 고용숙의 증언을 통해 이후 명확하게 확인되었다. 그러나 통일부가 2017년 12월에 발간한 《북한 주요인사 인물정보 2018》 책자는 김정은의 출생연도를 1984년생으로 제시하면서 괄호 안에 1982년생·1983년생이라는 설도 있다고 여전히 애매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혼란을 지속시키고 있다. 

 

김정은의 모친 이름도 오랫동안 외부세계에서 ‘고영희’로 잘못 알려졌었다. 그러나 김정은 모친의 이름이 ‘고용희’라는 점은 2012년에 방북해 고용희의 묘소에 여러 차례 가서 참배했던 김정일의 과거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를 필자가 도쿄에서 직접 만나 확인한 후 월간중앙 2013년 8월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명확하게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그 후 김정은의 모친 이름이 ‘고용희’라는 점은 그의 여동생 고용숙의 증언을 통해 다시 확인되었다. 그런데 통일부가 발간한 《북한 주요인사 인물정보 2018》 책자는 김정은의 모친 이름을 여전히 ‘고영희’로 소개하면서 ‘고용희’라는 판단도 있다고 표기함으로써 ‘고영희’라는 부정확한 이름에 더 큰 신뢰도를 부여하고 있다. 이처럼 김정은과 관련된 가장 기본적인 인적사항도 정부에서 아직까지 명확하게 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


 

한때 김정은 정권 곧 붕괴될 것이라는 전망 팽배하기도 

 

김정은의 친형 김정철은 스위스 유학 시 ‘박철’이라는 가명을 사용했고, 김정은은 ‘박은’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그러나 많은 국내외 언론에서는 ‘박철’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던 김정철의 경력과 사진을 김정은의 경력과 사진으로 소개하는 오류를 보였다. 

 

한국과 국제사회에서의 김정은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그의 인적사항과 경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0년 9월 제3차 당대표자회 개최 전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나이와 경력·인맥 등을 감안하면,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제3차 당대표자회를 통해 후계자로서 제2인자 지위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필자는 이미 2009년에 김정은의 지도체계가 확립되었고 2010년 들어서는 김정은의 영향력이 김정일의 영향력에 버금갈 정도로 커져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후계자 지위를 대내외에 과시할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또한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직후 국내외의 상당수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해 북한에서 ‘장성택이 섭정하는 군부 집단지도체제’가 출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정일 사망 후 채 4개월도 되지 않아 김정은은 군대와 당·국가의 최고직책을 차지했고, 장성택은 2013년 12월 ‘처형’되는 비운을 맞이하게 되었다. 

 

장성택 처형이 알려진 후 국내외의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고,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심지어 ‘급변사태의 신호탄’으로까지 해석했다. 박근혜 정부도 북한 붕괴를 염두에 두고 ‘통일준비위원회’를 설립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변화되기 전에 박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먼저 권좌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김정은 위원장이 매우 미숙하고 포악한 지도자라는 부정적인 인상만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에서 당과 경제 엘리트의 영향력은 확대되고 군부의 영향력은 대폭 축소되었으며, 기업과 농장에서 중국식 경제개혁이 상당히 진전되었고 시장이 활성화되었으며, 경공업과 수산업 등의 발전으로 주민들의 경제사정도 현저하게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들도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이 채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이제라도 과거의 정권들에 의해 왜곡된 김정은의 이미지를 바로잡고 김정은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과 마찬가지로 폭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고 매우 호전적인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매우 개혁적이고도 실용주의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본 시리즈는 선악의 이분법적인 시각을 넘어서서 김정은을 균형 있게 그리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 본 연재 내용은 출처가 ‘스토리오브서울’(www.storyofseoul.com)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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