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과 ‘불법’ 사이에서 판치는 댓글조작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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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댓글 조작에 적용된 혐의는 ‘업무방해’… 정보통신망법엔 댓글 조작 처벌내용 없어

 

인터넷 여론을 왜곡하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댓글 추천수 조작 의혹을 받는 ‘드루킹’ 일당이 4월17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관련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단 현행 정보통신망법으로는 조직적인 여론 조작 시도를 처벌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이 18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의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론조작 처벌 규정 따로 없어…“그나마 업무방해죄”

 

인터넷 등 정보통신 서비스에 관한 법적 조항은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정의돼 있다. 그러나 지금껏 댓글 조작 의혹이 불거진 사례들은 정보통신망법 적용을 받진 않았다. 대신 업무방해죄나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정보통신망법에 댓글 조작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서다. 

 

 

ⓒ 시사저널

 

한 유명 대입학원의 김아무개 대표는 댓글 알바를 고용해 경쟁사를 비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업무방해죄 혐의로 기소됐다. 이 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반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면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명박 정부 때 터진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에 적용된 혐의는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이 사건의 최종 판결은 4월19일 내려진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2012년 ‘십자군알바단(십알단) 사건’에도 적용됐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모임이었던 십알단은 댓글을 조직적으로 올렸다는 이유로 고발당했다. 십알단 대표 윤정훈 목사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댓글뿐만 아니라 돈을 받아 허위로 글을 게재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사례도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하진 않았다. 지난해 2월 파워블로거 52명이 건강기능식품 업체로부터 돈을 받아 허위 광고를 게재한 혐의로 고발된 사건은 건강기능식품법 위반이었다. 

 

 

매크로 썼어도 규정 없어 처벌 어려워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는 “댓글 조작에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판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망법 48조에는 위반 사례가 명시돼 있지만, 댓글 조작을 규정한 조항은 없다는 것. 김 변호사는 “악성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아이디를 무단으로 도용할 경우에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드루킹 사건에 사용됐다고 알려진 ‘매크로’는 악성인지 아닌지 불분명하다. 김 변호사는 “(악성 프로그램으로 밝혀져도) 판례가 없어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단 매크로 사용 자체가 위법은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2월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법은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 보고서는 “매크로를 통해 재산상 이익을 취하지 않았거나, 실제 서버다운 등 장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처벌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에서 '댓글조작'을 검색하면 590여건이 나온다. ⓒ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


 

이를 두고 댓글 조작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청원에서는 “댓글 조작을 처벌하라”는 내용의 글이 590여건 검색된다. 그중에선 △인터넷 실명제 도입 △포털 댓글 순위 금지 △댓글부대 특검 조사 △매크로 차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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