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남도 산하 로봇랜드재단 원장의 '내부자 고발'
  • 경남 = 박동욱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4.2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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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구 원장 "홍준표 지사 시절, 불법으로 핵심사업 강제 이관"…창원지검, 수사 착수

 

경남도 산하기관인 경남로봇랜드재단의 원장이 재단의 핵심 업무가 불법적으로 다른 기관으로 강제 이관됐다며 경남도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4월24일 창원지검에 따르면, 강철구(60) 원장은 로봇비즈니스벨트사업을 경남도가 지난 2014년 8월 경남테크노파크(경남TP)로 강제이관한 것을 ‘불법행위’로 규정, 경남도 주관부서 책임자를 지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고발했다. 

 

창원지검은 이 사안이 현직 기관장의 내부자 고발이라는 특수성을 감안, 형사1부에 배당해 곧 고발인 조사와 함께 경남도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같은 결정은 홍준표 도시사의 직권 명령에 따른 것으로, 불법행위로 규정될 경우 검찰 수사가 현 제1야당 대표인 홍 전 지사에까지 미치게 될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현직 기관장으로서 고발장까지 내게 된 배경에 대해 강 원장은 "지금 상태로 간다면 연계산업까지 포함해 1조원대의 경남 로봇산업이 불구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 뻔해 직위를 걸고 나서게 됐다"며 "이번 고발이 밥그릇 싸움이나 정치적으로 오해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2019년 4월 개장 예정인 마산로봇랜드 조감도.

 

"법적 근거 없이 경남TP에 로봇산업 맡긴 것은 불법" 


강 원장이 경남도의 불법 강제 이관 사업이라고 문제 삼은 로봇비즈니스벨트사업은 2014년 8월 정부로부터 1283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국책사업의 하나다. 로봇비즈니스벨트사업은 내년 4월 개장 예정인 마산로봇랜드와 2019년말 준공 예정인 2차 로봇랜드 민자사업 관광시설과 연계된 총 1조원대의 경남도 로봇산업의 핵심 프로젝트로 꼽힌다.

 

강 원장은 고발장에서 지난 2014년 8월 홍 지사가 재임할 당시 로봇과 관련된 기술집약형 산업의 핵심인 비즈니스벨트사업이 법적 근거도 없이 경남로봇산업진흥재단에서 경남테크노파크로 강제 이관됐다고 주장했다.

 

지능형로봇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하 로봇법)에 따라 2010년 6월 출범한 경남로봇산업진흥재단(현 로봇랜드재단)은 지난 2005년 3월 산업기지개발촉진법을 근거로 발족된 경남TP와는 탄생 배경과 업무 성격 또한 다르다.  

 

강 원장은 이같은 근거로 고발장과 함께 경남TP의 등기부 등본에 나와 있는 정관 내용을 검찰에 제출했다. 경남TP 법인등기부에는 ‘지식집약형 기계 산업’이라는 사업내용이 지난 2005년 9월 삭제됐다. 때문에 그 이후 ‘로봇법’에 따라 출범한 로봇랜드재단의 핵심 사업을 '지식집향형 산업'을 수행할 법적 근거를 상실한 경남TP에 맡긴 것은 명백한 불법이란 게 강 원장의 주장이다.

 

2014년 8월 로봇비즈니스벨트사업이 경남TP로 이관된 뒤 경남로봇산업진흥재단의 명칭은 ‘산업진흥’이란 문구가 빠진 경남로봇랜드재단으로 바뀌면서 40명에 가까웠던 조직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당시 로봇비즈니스벨트사업이 경남TP로 이관된 것을 두고 당시에 홍준표 도지사와 박완수 창원시장과의 갈등설이 불거졌다. 이후 로봇산업에 공을 들이던 안상수 현 창원시장이 예산 확보를 자신의 치적으로 홍보하는 데 대한 홍 지사의 반격이었다는 얘기들이 경남도청 안팎에서 나돌았다. 

강철구 로봇랜드재단 원장이 지난 1월 신년회를 가진 뒤 직원들과 현장 간담회를 갖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강 원장 "로봇산업의 미래와 진상규명 위해 결심…직위 걸고 고발"

 

지난 2010년 설립 당시 재단 출연금은 경남도청 1000억원, 창원시 1100억원, 산자부 560억원 등이다. 재단 운영책임자인 원장 직위는 경남도와 창원시가 2년마다 번갈아 추천하고 공모형태를 거쳐 경남지사가 임명하는 형태다. 로봇비즈니스벨트사업 예산 확보 당시 조용호 원장은 창원시가 추천한 인물로, 창원시가 마치 예산을 주도적으로 확보한 듯이 홍보한 데 대해 홍 전 지사가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이번에 로봇산업 추진 주체를 두고 불법행위라고 규정하고 검찰에 고발한 강 원장 또한 지난 2017년 3월 현 안상수 창원시장의 추천으로 취임한 인물이다. 하지만 추천과 별개로 경남도지사의 임명을 받은 산하 기관장이 현직 신분으로 임명권자의 결정에 대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검찰에 고발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강 원장은 4월24일 기자와 통화에서 "지난해 취임한 지 3개월여 지난 6월께 재단의 핵심 사업이 경남TP로 법적 근거도 없이 넘어간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며 "그 이후 잘못된 경남도 로봇산업의 사업방향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허사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 원장의 건의를 받은)한경호 경남도지사 대행 또한 공식상에서 법적 근거 없는 경남TP의 로봇산업 사업 추진에 대한 문제점을 정책회의를 포함해 6번이나 지적했는데도 바로잡히지 않았다"며 "1조원대의 국책사업이 실패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는데도 임기(2019년 3월)까지 월급이나 받고 있는다는 것은 직무유기죄에 해당된다는 고민 끝에 고발장을 내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4차 산업을 이끌 핵심 프로젝트로 꼽히는 경남 로봇산업은 로봇비즈니스벨트사업을 비롯해 마산합포구에 설립되는 마산로봇랜드 1차 공공사업과 2차 민자 관광시설 유치사업으로 구분된다.

 

지난 2014년 정부로부터 1283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한 로봇비즈니스벨트사업은 지난 3월 마산합포구 진북산업단지에 ‘제조로봇기술센터’가 건립되는 등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2660억원이 투입되는 마산로봇랜드 1차 공공사업 또한 내년 4월 개장 목표로 지난 3월초 현재 4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로봇테마파크 공공부문 콘텐츠 구축도 지난 2월21일 SK컨소시엄과 338억원에 계약을 체결, 전 공정이 현재 진행중이다. 마산로봇랜드 호텔 콘도 리조트 등 관광숙박시설을 건립하기 위한 2차 민자 사업은 4 340억원을 유치하는 프로젝트로, 이 또한 2019년 말 준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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