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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社內변호사 위에 前官, 전관 위에 재벌총수

시사저널, 10대 그룹 법조인 전수조사… 45명 전관 중 20명이 삼성 소속

공성윤 기자 ㅣ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4.25(Wed) 11:00:00 | 14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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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법조인 전성시대’다. 우선 행정부의 수반인 문재인 대통령부터 법조인이다. 5부 요인 중 한 명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입법부인 국회에선 법조인 출신이 50명에 달한다. 재적의원(293명)의 17%다. 게다가 여당 대표와 제1야당 대표도 각각 판사·검사를 지냈다. 비단 헌법기관만이 아니다. 재계에서도 법조인의 입김이 세지고 있다. 각종 수사와 소송에 대비, 판검사 출신의 전관(前官)들을 중용하기도 한다.

 

시사저널은 한국법조인대관과 각 기업 사업보고서 등을 참고해 10대 그룹 상장사에서 근무 중인 변호사 임직원을 전수조사했다(61면 상자기사 참고). 이들은 대부분 법무팀에 몸담고 있다. 외형상 법무팀 소속이 아니더라도 내부적으로 그와 관련한 업무를 맡는 게 대부분이다. 이 가운데 판사나 검사 출신 등 전관은 45명으로 나타났다. 또 이 중 20명이 삼성그룹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장판사를 지낸 김상균 삼성전자 사장을 필두로 이현동 삼성중공업 부사장(전 검사), 강선명 삼성물산 부사장(전 판사) 등이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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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 포진한 ‘법무법인 삼성’의 위엄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적 지원을 막후에서 주도했다고 알려진 김수목·엄대현 부사장은 임원 명단에서 자취를 감췄다. 검사 출신인 두 사람은 미래전략실 법무팀을 이끌었다. 이들은 지난해 초 미전실 해체에 따라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각 그룹의 법무팀을 이끄는 임원 중에는 검찰 출신이 비교적 많았다. 이종상 LG전자 법무그룹장(부사장), 박용주 SK텔레콤 법무그룹장(그룹장), 한승헌 GS건설 국내법무팀장(상무), 송세빈 신세계 이마트 법무실장(부사장보) 등이 모두 검사를 지냈다. 전체 수로 따져봐도 차이가 난다. 10대 그룹 법조인 중 검찰에 몸담았던 사람은 27명, 판사를 지냈던 사람은 18명이다.

 

이들이 기업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삼성그룹의 경우, 전관 20명 중 19명이 임원 직함을 달고 있다. 삼성 임원 중 가장 낮은 직급인 상무에게는 통상 4000만원 이내에서 승용차가 제공된다. 그랜저급 대형차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 외에 임원은 분리된 사무공간을 쓰며 비서가 일정을 챙겨준다. 해외출장을 갈 땐 비즈니스석에 탈 수 있다. 안양컨트리클럽 등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골프장도 이용할 수 있다. 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삼성서울병원에서 최고급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들의 정확한 보수는 아직 알 수 없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사는 임원의 등기 여부와 상관없이 보수 총액 상위 5명의 연봉을 공개해야 한다. 다만 이 조항은 오는 8월 공개될 반기보고서부터 적용된다. 대신 등기임원 보수는 공개돼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6년 삼성그룹 상장사 등기임원 평균연봉은 11억9735만원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그룹 중 1위다. 2위는 GS그룹(10억3905만원), 3위는 LG그룹(10억383만원)이다. 10대 그룹 가운데 임원 보수가 가장 낮은 곳은 현대중공업그룹이다. 임원 5명의 평균연봉은 7215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구조조정에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전관 임원은 회사를 나가도 대우를 받는다. 삼성과 LG·SK·현대차그룹 등은 퇴직 임원에게 2년 안팎으로 고문역을 맡긴다. 법조 전관이라면 ‘법률고문’으로 활동하는 식이다. 이종왕 전 서울지검 부장검사가 그 예다. 2004~07년 삼성 법무팀장을 지낸 그는 회사를 떠났다가 2010년 삼성 법률고문으로 복귀했다. 이들 퇴직 임원은 고문으로 일하며 현직 때 연봉의 50% 이상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대기업 소속 전관은 대체로 대형 로펌 소속보다 급여가 적다고 한다. KB투자증권 전무를 지낸 정민규 변호사(전 검사)는 “전관도 기업에 들어가면 정해진 연봉체계에 편입된다”며 “사내변호사를 택하는 건 수입보다 안정성 때문”이라고 했다. 기자가 만난 복수의 일반 변호사들도 이에 동의했다. 이들 얘기를 종합하면, 보통 부장판사가 대형 로펌에 둥지를 틀 경우 월 실수령액이 30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세전 연봉으로 치면 대략 6억원이다. 기업에서 일하면 이 정도 거액은 기대하기 힘든 셈이다. 단 예외가 있다. 삼성 소속 전관들이다.

 

 

삼성 제외한 기업, 로펌보다 연봉 적어

 

검사 출신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그룹 법무팀을 이끌던 2002~04년에 연봉을 10억원 넘게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서초동 최아무개 변호사는 “로펌 대신 삼성전자를 택한 전관이 20억원 가까이 받았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귀띔했다. 이어 “전관이 삼성으로 가면 주위 시선이 곱지 않을 텐데, 삼성은 그런 리스크를 상쇄할 만큼 보상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올 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공무원이 대기업 소속의 전관을 접촉하면 5일 내에 반드시 문서로 보고해야 한다’는 훈령을 시행했다. 외압이나 부정청탁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바꿔서 생각해 보면 기업이 전관을 영입하는 데 정치적인 측면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오너 일가가 송사에 휘말릴 때 전관이 구원투수로 나선다는 얘기는 자자하게 들려온다.

 

지난해 5월 시사저널은 “이종왕 전 검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을 막후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이 전 검사는 이 부회장의 1심 재판을 앞두고 매주 세 차례씩 삼성전자 법무팀과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들을 모아놓고 대책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법무법인 태평양 내엔 삼성을 떠난 김수목·엄대현 부사장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대기업 총수 사건에 전관이 개입하면 부작용이 더 심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민규 변호사는 “기업에서 일어나는 사건 대응은 외부 로펌과 상의하게 돼 있다”면서 “사회 감시망이 발달한 사회에서 전관이 나서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했다. 미국변호사 자격을 가진 이철재 법학박사는 “미국에선 전관이 로비스트 역할을 하면 가차 없이 처벌받는다”고 했다.

 

한편 전관이 아닌 변호사는 기업에 대부분 일반 직원으로 들어온다. 실무를 담당하는 이들은 흔히 ‘사내변호사’로 불린다. 사내변호사는 준법지원·법률자문·지적재산권 등 기업에서 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이 다양하다. 이는 곧 회사가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무 강도는 로펌에 비해 낮은 편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젊은 변호사에겐 매력 포인트일 수 있다. 사내변호사 경험이 대형 로펌으로 가는 길을 넓혀주는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기자가 만난 관계자들은 ‘안정성’을 사내변호사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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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원하는 변호사 의외로 많다”

 

국내 10대 그룹 중 한 곳인 A그룹의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B씨는 “기업에서 안정적으로 돈 받으며 월급쟁이를 하고 싶어 하는 변호사가 의외로 많다”고 했다. 채주엽 한국사내변호사회 부회장(변호사·한국존슨앤존슨메디칼 전무)도 “신참 변호사들이 기업행을 택하는 건 돈보다 안정성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 사내변호사 연봉은 어느 정도일까. 채 부회장은 “대형 로펌보다 20~30% 낮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전·현직 LG그룹 변호사 3명이 2014년에 쓴 책 《사내변호사의 리얼스토리》에 따르면, 대형 로펌 1년 차 변호사는 적게는 7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5000만원까지 연봉을 받는다. 그리고 1년 차 사내변호사는 최저 연봉이 50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물론 급여를 따질 때 전제조건이 있다. 액수와 책정 기준이 회사마다 제각각이란 것. 예를 들어 한화그룹은 전 계열사가 공통적으로 변호사 자격을 가진 직원에게 월 100만원씩 더 얹어준다. SK그룹 주요 상장사는 자격증을 가진 직원에게 ‘자격수당’을 주는데, 변호사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단 변호사 자격증을 경력으로 인정해 급여를 산정한다. 롯데지주는 변호사에게 자격수당을 준다.

 

일각에선 사내변호사를 향해 따가운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B씨는 “변호사는 동업자 의식이 강하다”면서 “기업에서 알게 된 기밀을 퇴사한 뒤 송사로 키워 본인이 수임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채 부회장은 “그런 행위를 한다면 아무도 그 사람에게 사건을 안 맡길 것”이라며 “커리어에 오점만 남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내변호사로 오래 일하면 법조인으로서 정체성이 약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내변호사가 맡을 수 있는 송사 수임 건수가 겸직 금지 차원에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에 대한 기업의 대우가 예전만 못한 부분도 있다. 2014년 서울변호사회가 사내변호사 391명을 대상으로 직급을 설문조사한 결과, 47%(184명)가 사원~과장으로 나타났다. 과장 이하가 절반 가까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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