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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공습’으로 스캔들 덮으려 했나

트럼프 지지율 최초로 40%대 진입…“시리아 공습은 국내 정치용”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25(Wed) 14:00:00 | 14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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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시리아 공습은 ‘분산 전쟁(diversionary war)’일 뿐이다. 그런 측면에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도 사실이다.”

 

4월13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명령으로 시작된 시리아 공습에 관해 워싱턴의 한 외교 전문가가 내놓은 말이다. ‘분산 전쟁’이란 실제로 적과의 전쟁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가 아니고, 내부의 국내적인 불안을 무마하기 위해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들의 관심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술책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분산 전쟁 이론을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공습에 적용해 보면, 어느 정도 딱 들어맞는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을 지시한 명분은 이른바 ‘화학무기 사용 응징’이었지만, 실제론 자신에게 다가오는 악재(惡材)의 칼날을 피하려는 노림수가 깔려 있었다는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시리아 공습을 전후해 트럼프 대통령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스캔들의 압박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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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 前 국장 “트럼프, 타고난 거짓말쟁이”

 

대선후보 시절 러시아 정부와의 유착 의혹은 오래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최근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이 줄기차게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을 조사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조사가 필요하다며 압박을 강화했다. 과거 포르노 배우와의 성추문 사건을 수사 중인 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인 트럼프 타워 빌딩의 전 관리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1980년대 후반 가정부와의 사이에서 혼외자로 딸을 낳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을 결정하던 날엔 집권 초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이 회고록 출간을 발표했다. 코미 전 국장은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그는 공식 출판을 앞두고 공개한 요약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마피아 두목’에 비유하면서 ‘타고난 거짓말쟁이’ ‘인간적 감정이 결여된 자아의 노예’라고 맹비난했다. 그동안 침묵하던 코미 전 국장이 전격적으로 반격을 가해 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공습을 명령하기 12시간 전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코미는 입증된 기밀 누설자이자 거짓말쟁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는 역겨운 인간이고 시간이 증명했듯이, 형편없는 FBI 국장이었다”며 발등에 떨어진 여론의 불을 끄기에 바빴다. 만일 시리아 공습으로 여론의 관심이 국제정치로 돌려지지 않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스캔들’의 파장은 불 화산을 뿜었을 것이 분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치밀한 정략적인 계산을 하고 시리아 공습을 실행했는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결과적으론 그의 결정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공습 결정에 대해 66%가 찬성 의사를 피력했다.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 지지 유권자들은 82%나 찬성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도 절반이 넘는 57%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찬성했다. 늘 30%대를 기록하며 최저 기록을 경신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도 최초로 40%대에 진입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50%를 돌파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수지맞는 장사로 성공한 셈이다.

 

미국 대통령이 이처럼 자신의 국내 입지 악화를 모면하기 위해 국민들의 시선을 국외로 돌리려 하는 ‘분산 전쟁’을 감행한 것은 역사가 깊다. 멀게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도 1942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아프리카 침공 계획을 세웠다. 탄핵 위기에 빠졌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도 1972년 선거를 앞두고 베트남 전쟁을 국내 정치에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깝게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을 모면하고자 르윈스키가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다음 날 수단과 아프가니스탄 공습을 감행한 바 있다.

 

 

다시 혼돈에 빠진 미국의 ‘중동 정책’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공습을 결정하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공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3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에게 “이슬람국가(IS) 잔당 소탕을 마무리하고 시리아 주둔 미군 2000명을 수개월 내에 철수시키라”고 명령했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이제 시리아에서 나올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처리하게 하자”며 시리아 사태에서 발을 빼겠다고 선언했다. 때문에 시리아 공습이 ‘국내 정치용’이었다는 의혹을 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공습 직전 미리 수차례 공습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시리아 경고를 비판하면서 “군사작전을 예고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동은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막상 그가 더 자국 국민들을 의식해 ‘엄포 놀이’에 빠진 셈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수차례 예고한 후 단행된 이번 미군의 시리아 공습이 본질적으로 시리아를 변화시킨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입지만 강화시켰다는 비난이 나오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시리아 정책이나 중동 정책 방향의 감을 잡을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시리아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입장에선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중동의 화약고인 시리아에 발을 담글 생각이 없다고 말한 그가 ‘위험한 도박’을 한 꼴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시리아 정부와 이를 지지하는 러시아에 군사행동의 명분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시리아 공습이 미국의 결기와 강경함을 보여줌으로써 국내 정치적 효과가 있지만, 그 메시지가 시리아의 행동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증거는 없다”고 꼬집었다. 중동에서의 확전은 물론 미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충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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