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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영과 I사, 갑질 쟁점 놓고 소송 2R 돌입”

I사 “이중근 회장 저가 제안자 만난 후 협약 해지”…부영 측 “반출 실적과 반출처 확보 능력 부재”

송응철 기자 ㅣ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8.04.26(Thu) 08:08:11 | 14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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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그룹 계열 폐기물 처리업체 부영환경산업과 중소기업 I사의 법적 갈등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1라운드가 민사(손해배상청구)였다면 이번엔 형사(위증)다. 양사가 인연을 맺은 것은 부영주택이 보유한 부지의 폐석고 처리를 위한 공동투자협약을 체결하면서다. 공동투자를 통해 정제설비를 설치한 뒤 위수탁운영계약(위탁계약)을 맺어 I사에 운영을 맡긴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정제설비가 완성된 이후 위탁계약 체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부영환경산업이 협약 해지를 통보해 오면서 I사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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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투자·조성 뒤 위탁계약 약속 안 지켜져

 

문제의 부동산은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진해화학 부지(51만4717㎡)다. 부영주택은 2003년 경매를 통해 이 부지를 매입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립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가운데 2007년 토양 정밀검사 결과 니켈과 카드뮴 등 중금속에 오염돼 있고, 73만6000㎥ 이상의 폐석고가 방치돼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진해화학이 과거 비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이었다. 관할 당국은 부영주택에 토양 정화 조치 명령을 내렸다. 폐석고 처리를 위해 부영은 2011년 부영환경산업을 설립했다.

 

부영환경산업은 폐기물 처리업체인 I사에 폐석고 처리를 위탁(1차)했다. 그러나 I사는 진해화학 부지 내 기존 정제설비 1기만으로는 전체 폐석고를 처리하기 역부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양사는 2012년 7월 폐석고 정제처리를 위한 공동투자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부영환경산업과 I사가 각각 21억5500만원과 23억8500만원을 출자해 정제설비 4기를 추가 설치하고 I사가 운영을 맡는다는 내용이었다. I사는 부지 내 폐석고 전량을 처리할 경우 투자금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협약서에 사인했다.

 

I사는 2013년 3월 정제설비 4기의 제작과 설치를 마무리했다. 기존 1기에 더해 모두 5기의 정제설비가 갖춰진 것이다. 그러나 부영은 정제설비 운영 위탁계약 체결을 거부했다. 이로 인해 I사는 판매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또 부영환경산업이 신설한 정제설비 사용을 막아 기존 1기만으로 정제작업을 벌여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했다. I사는 정제석고 반출 방법에 대한 제안과 위탁계약 체결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4차례 발송했다. 그러나 부영환경산업은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I사는 부영환경산업의 위탁계약 체결 거부가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양사의 공동투자약정서 제7조에는 ‘본 협약서와 관련된 사항은 정제처리설비의 설치에 관한 도급계약 및 동 처리설비의 위수탁운영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완성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부영환경산업은 2014년 3월부터 I사 관계자의 정제시설 출입을 막았고, 같은 해 4월 공문을 보내 공동투자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로 인해 I사는 투자금과 금융비용, 각종 운용비 등을 더해 36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게 됐다고 주장했다.

 

부영 관계자는 “공동투자협약 체결 전 1차 위탁계약 기간 전후의 폐석고 처리량이 전체의 1%에도 못 미치는 등 폐석고의 반출 실적 및 반출처 확보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것으로 확인돼 2차 위탁운영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I사 관계자는 “1차 위탁운영계약 과정에서 정제설비가 1대밖에 없어 폐석고 생산 및 반출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동투자협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공동투자협약 이전의 반출 실적 등을 이유로 2차 위탁운영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답변”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I사는 부영환경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부영환경산업이 위탁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이유에 맞춰졌다. 부영환경산업은 I사에 모든 책임을 넘겼다. 위탁계약의 미체결 이유는 계속해서 바뀌었다. 처음에는 고품질 석고를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I사가 반박할 때마다 ‘고품질 석고 생산했지만 생산량이 적었다’ ‘공동투자협약은 양해각서(MOU)여서 법적 구속력이 없다’ 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최종적으로 부영환경산업은 공동투자약정의 목표가 폐석고 반출임에도 반출량이 적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I사는 위탁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판매처 확보를 위한 영업이 사실상 어렵다고 반박했다. 위탁계약 등 부영환경산업의 동의 없이는 정제작업은 물론 반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I사가 폐기물 재활용업이 정한 인·허가를 받지 않아 생산은 물론 처리·반출·운반을 모두 부영환경산업 명의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부영 관계자는 “1차 운영계약 때 제대로 폐석고를 정제했다면 약 8만6000㎥의 폐석고 생산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물량으로 충분히 영업은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어민생계대책위원장 부영 계열사 대표 선임

 

재판 과정에서 부영환경산업이 돌연 공동투자약정 해지를 통보한 배경 정황도 드러났다. 창원 지역 어민생계대책위원장인 김아무개씨가 이중근 회장에게 진해화학 부지 인근의 진해오션리조트 공사현장에 폐석고를 납품토록 해 주겠다는 제안을 해 온 것이 단초가 됐다는 것이다. 그 대가로 김씨는 자신을 부영환경산업 대표이사에 선임해 줄 것과 자신이 운영하는 J개발이 폐석고 운반사업을 도맡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J개발은 진해오션리조트에 골재 및 토사를 운반·납품해 오던 업체다.

 

실제 김씨와 J개발을 함께 운영하던 박아무개씨가 재판부에 제출한 확인서에는 ‘김씨는 부영의 이중근 회장을 직접 접촉해 부영이 진해오션에 폐석고를 보다 싼값에 직접 납품할 수 있도록 해 줄 테니 김씨 본인에게 부영환경산업의 대표이사직을 줄 것을 요구했고, 이중근 회장이 이에 동의해 2014년 3월18일 부영환경산업의 대표이사로 취임했습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김씨는 2014년 3월18일 부영환경산업 대표에 선임된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I사에 공동투자약정 해지 공문을 보낸 것도 바로 그였다.

 

김씨의 제안은 부영환경산업으로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앞서 진해오션리조트에 대한 폐석고 매립 시도가 있었지만 지역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김씨가 진해오션리조트 매립을 성사시킬 경우 부영환경산업은 수십억원대의 폐석고 정제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관련법에 따라 폐석고를 양토(壤土)와 일정 비율로 혼합해 공유수면매립지나 일반 건설현장에 매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폐석고를 정제하는 절차가 제외되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진해오션리조트 매립은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폐기물을 비롯한 환경 분야 전문가도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부영환경산업 직원 윤아무개씨는 재판 과정에서 ‘김씨가 환경 분야 전문가로 대관업무를 하고 있느냐’는 변호사의 질문에 “환경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대관업무를 했던 것이 아니라 진해 지역 어업인들에 대한 환경 관련 민원을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했다”고 답했다. 부영 관계자는 “대표이사에 폐기물 전문가를 선임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며 “진해오션으로 폐석고를 매립하기 위해 김씨를 영입했다면 진해오션으로 폐석고가 반출되었어야 하는데 진해오션으로 폐석고 반출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1심서 I사 승소했지만 2심서 결과 뒤바뀌어

 

소송 결과, 1심 재판부는 I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일단 공동투자협약 체결 당시 정제석고 반출 또는 판매처 확보와 관련해 어떤 약정을 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위탁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고가 정제석고의 판매처를 확보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봤다. 반출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부영환경산업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존의 정제설비 1기만으로 폐석고를 정제처리해 반출하고 일부 판매처를 확보한 사실이 있다는 까닭에서였다. 재판부는 손해액 중 일부인 5억8000만원을 I사에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 재판에서 결과는 뒤바뀌었고, I사의 손해배상소송은 최종 기각됐다. 재판부는 I사가 반출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반출 실적이 부진했고 제대로 된 반출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또 위탁계약 체결과 판매처 확보도 관련이 없는 것으로 봤다. 대기업 자회사인 부영환경산업과 체결한 공동투자협약서만으로도 영업활동에는 지장이 없으리란 것이었다. 2심 재판부는 “공동투자협약이 정당한 해지권 행사로 적법하게 해지됐다”며 I사의 손해배상소송을 기각했다. I사 관계자는 “1심 재판과 비교해 새로운 내용이 없었음에도 선고 기일이 이유 없이 두 차례나 연기된 후 기존 판결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부영 관계자는 “I사와의 손해배상소송에서 사실에 입각한 자료들로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고 설명했다.

 

I사와 부영환경산업의 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I사는 윤아무개씨와 이 대표를 위증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위탁계약 미체결 이유에 대한 증언을 하는 과정에서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기 위한 거짓 증언을 했다는 것이다. I사는 수사 결과 위증 혐의가 확정될 경우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영 관계자는 “위증과 관련해서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있다”며 “혐의에 대한 소명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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