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하루 1개만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
  • 이경제 이경제한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26 14:09
  • 호수 1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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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제의 불로장생] 불멸의 사과

 

북유럽 신화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우리 정서와 맞지 않아 그다지 인기 없는 신화에 속한다. 남의 것을 빼앗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거친 바이킹들과 춥고 혹독한 날씨로 인해 신들이 죽기도 하고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이 없다. 환경이 고달프면 신들조차 살기 힘든 것이다. 최근에 《토르:라그나로크》 등 영화가 나와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자잘하고 지루한 이야기 중에서 조금 특색 있는 ‘불멸의 사과’ 이야기가 있다.

 

먹으면 늙지 않는 사과를 지키는 여신은 이둔이다. 팔이 하얀 것이 특징이고 신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다. 하는 일은 별로 없고 그저 정원에서 사과를 가꾸는 것이 일의 전부였다. 요술 바구니를 가지고 있어 수시로 사과를 꺼낼 수가 있다.

 

다른 신인 로키가 친구들과 여행을 하던 중에 소를 잡아 굽는데 도무지 요리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때 거인족인 샤치가 찾아와 요리를 도와주겠다고 말하고 고기를 가지고 도망쳐버렸다. 화가 난 로키가 쫓아가다가 오히려 사로잡히고 말았다. 이둔을 데려오면 용서해 주겠다고 하여 로키는 아스가르드로 가서 이둔을 감언이설로 꾀어서 데리고 온다. 이둔이 사라지니 신들은 늙기 시작한다. 신들조차 늙는 것이 두려워 모든 방법을 동원해 범인을 찾는다. 로키가 사고를 친 것을 알아내고 힘을 합쳐 이둔 구출 작전을 실행한다. 이번에는 로키가 프레이야의 매로 변신하는 날개옷을 빌려서 구출해 낸다. 이둔이 도망간 것을 알아차린 샤치가 독수리로 변해 매로 변한 로키를 쫓아간다. 추격전이 벌어지는데, 신들이 톱밥으로 함정을 만들었고 그 함정에 샤치가 빠졌을 때 불을 붙여 죽인다. 드디어 거인족의 왕이 죽고 청춘의 여신은 돌아왔다. 신들은 다시 젊음을 되찾았다.

 

© 시사저널 임준선


 

동의보감 ‘여러 기운이 부족한 것을 보한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한 번만 먹고 절대 늙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불멸의 사과를 먹어야 한다. 젊음의 비결은 꾸준한 노력이다. 사과를 매일 먹는 노력이 젊음을 유지시켜 준다.

 

《동의보감》에 사과는 내(柰)라고 하여 능금과 다른 과일이다. 효능으로 익심기, 화비, 보중초제부족기(益心氣, 和脾, 補中焦諸不足氣)라고 되어 있다. 심기를 더해 주고, 비(脾)를 조화롭게 하며, 중초(심장에서 배꼽 사이의 부분)의 여러 기운이 부족한 것을 보한다. 현대적으로도 사과는 비타민·식이섬유·우르솔산·폴리페놀·안토시아닌 등이 들어 있고, ‘하루 1개만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는 속담도 있다.

 

사과는 모양도 예쁘고 효능도 부족한 것을 채우는 역할을 하니 다양한 이야기의 중심이 됐다. 이야기 속에서 주역으로 몇 번이나 등장한다. 이브의 사과는 인간에게 욕망을 가르쳐주고, 헤라클레스의 모험에 나오는 사과는 왕위를 얻게 해 준다. 뉴턴의 사과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게 도와주고, 빌헬름 텔의 사과는 스위스 독립운동의 단초가 됐다. 애플의 사과는 스마트폰으로 인간을 네트워크휴먼으로 변신시켰다. 불멸의 사과는 우리에게 늙지 않는 비밀이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희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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