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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남북 정상회담 훈풍 비껴간 ‘사드 마을’ 소성리

주민들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기만 한다”

경북 성주 = 박성의 기자 ㅣ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2(Wed) 14:00:00 | 1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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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에는 훈풍이 불고 있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그간 사드를 반대해 온 경북 성주군 소성리 주민들과 각계 단체는 사드를 배치할 명분이 사라졌다며 사드 전면 철수를 주장하고 나섰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을 결정한 가운데 더 이상의 ‘신(新)무기 반입’은 의미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경찰이 가득 메운 소성리

 

4월25일 소성리에서 만난 강현욱 사드 반대 종합상황실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 사드의 실효성과 배치 과정 등을 비판했지만, 집권 이후에는 불통(不通)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사드를 반대하는 이들과 대화하지 않고 공권력으로 입을 막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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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사드 철수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사드 문제의 실타래가 더 복잡하게 꼬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현 정부가 사드 배치의 동력으로 활용했던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축소된다면 사드 철수 여론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드를 대중(對中) 압박 카드로 활용하려는 미국이 ‘사드 지키기’에 나설 경우 정부가 ‘넛크래커’(양측 사이에 끼여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상)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북 성주군 소성리엔 참외 농번기가 다가왔지만 주민들 손에는 목장갑 대신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피켓이 하나씩 들려있었다. 사드를 막기 위해 1년 넘게 격렬히 싸워온 이곳 주민들에게 남북 정상회담은 ‘먼 나라’ 얘기였다. 남북한 군사 긴장이 대폭 완화됐지만 정작 마을을 빼곡하게 메운 경찰 병력과 인근에 자리한 사드 기지는 제자리를 지키고 있어서다. 마을회관 어귀에서 만난 위한식씨(54)는 “남북이 화해했다고 떠들어대지만 와 닿는 게 없다. 정부가 김정은하고는 대화하면서 이거(사드) 문제는 귀를 막고 있지 않느냐”며 “기대하고 싶다가도 (정부가) 하는 거 보면 그런 마음이 싹 사라진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을에 경찰 병력이 추가로 투입됐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4월24일 사드 기지에 시설 보수 공사를 위해 근로자와 자재 등을 실은 차량을 추가 반입한 시점과 맞물린다. 경찰은 4월24일 항의 시위를 벌이는 주민들을 막기 위해 1000여 명의 경찰 병력을 진밭교와 소성리 마을회관 등에 분산 배치해 주민의 도로차단 행위를 제지했다. 이날 충돌 탓에 주민 20여 명이 부상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군 관계자는 “기지에서 생활하는 장병의 위생과 안전에 직결된 공사인지라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경찰에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며 “주민들은 사드와 관련한 공사가 아니냐고 항의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오수처리 시설과 주방기구 설치, 조리실 배관 등 장병 생활환경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앞선 4월12일에도 공사 장비와 자재 반입을 시도했으나 반대 단체와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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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리 대책위 “문 대통령 약속 지켜라”

 

주민들은 항의 시위를 벌이지 않는 평시에도 경찰이 불시 검문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농사 탓에 마을을 돌아다니는 노인들까지 수시로 검문하는 탓에 매일같이 중무장한 경찰과 주민들 간 실랑이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항의하는 주민들이 물리력으로 제압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소성리 마을에서 62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도금년씨(82)는 “스무 살에 시집오고 이렇게 마을이 소란스러웠던 적이 없다. 노인네들이 미사일 싫다고 말하는 게 뭔 죄라고 저놈(경찰)들이 이렇게 힘을 써댄다”며 팔에 난 멍 자국을 보여줬다. 도씨는 이어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 우리 얘기에는 하나 관심을 안 갖고 이렇게 밀어붙이기만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국내에는 레이더 1대와 미사일 발사대 6기 등 사드 1개 포대가 임시 배치돼 있다. 지난해 4월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 기지 부지에 레이더 1대와 미사일 발사대 2기 등이 들어온 데 이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같은 해 9월에 미사일 발사대 4기가 추가로 들어왔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이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판단에서였다. 다만 전제가 붙었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의지를 보인다면 사드 철수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 앞에 ‘임시’라는 말을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소성리 사드철회성주주민대책위원회 등 6개 단체는 사드 임시 배치의 명분이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강현욱 사드 반대 종합상황실 대변인은 사드 발사대 배치 1년을 맞아 4월25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를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장병들의 생활상 불편을 내세워 사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이는 북핵 미사일 핑계로 들여놓은 사드가 필요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전에 사드 배치를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대못 박기’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남북 정상회담과 별개로 북한의 모든 군사위협이 종식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사드 철수가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국방이란 항상 만약의 상황과 위험을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는 평화를 확신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사드를 반대하는 주민들에게도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당분간 추가적인 사드 장비를 들여오는 등의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 사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도출되기 전까지 관련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해 사드 임시 배치를 추진하면서 사드 기지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군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 환경영향평가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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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철수 열쇠, 문재인 아닌 트럼프가 쥐어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시절 사드 배치에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군사적 효율성과 한국 경제 및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서다. 그런 그가 취임 이후 사드 문제에 대해 쉽사리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사드를 대북·대중 압박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존재가 문 대통령의 셈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문 대통령이 반(反)사드 여론을 고려해 섣불리 철수를 선언했다가는 미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밖에 없어서다. 최근 미국 국방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시스템에 2억 달러(약 2133억원)의 예산을 추가 배정한 것도 정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해석이다.

 

사드 문제를 1년간 취재해 온 스페인 방송국 ETB의 베이징 특파원 오라스 우르키아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사드는 남북한 문제를 넘어 중국과 미국의 군사적 실리 문제에 영향을 준다. 한국 정부가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사드 분쟁을 어렵게 풀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남북한 관계가 개선된다 해도 미국은 사드를 빼지 않을 또 다른 명분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사드 문제는 남북 간 대화가 아닌 북·미 간 대화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게 군사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중국으로부터의 체제 보장과 경제 원조를 노리는 북한이 중국을 대신해 사드 철수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3월26일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이 같은 논의를 진행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다. 박정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은 사드를 북한에 대한 전략무기가 아닌 중국의 안보를 저해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노리는 북한이 비핵화와 사드를 연결 지어 미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드와 같은 전략무기의 경우 군사회담 등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철수 결정이 단기간 내에 이뤄지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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