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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교수의 혼신을 다한 추사 평전 완결판

문화 해설자 유홍준 교수의 《추사 김정희: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

조창완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5(Sat) 16:00:00 | 1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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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공부의 최종 목적지는 평전이다. 노성한 학자의 경지에 이르러야 제대로 쓸 수 있다.” 이 말은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가 유홍준 명지대 교수의 역작 《추사 김정희: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에 쓴 찬사다. 실제로 이 책을 읽어본 이들이라면 이 말이 전혀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작가가 그리는 인물이 다산 정약용이나 추사 김정희, 단재 신채호 같은 당대의 사상가들이라면 이 무게감은 더욱 커진다. 그런 면에서 이번 유 교수의 책은 혼신을 다해서 만들어낸 역작이다. 그 때문인지 유 교수는 한 일간지에 5년간 써오던 칼럼을 접는 등 숨고르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왜 추사가 청나라 학문의 1인자인가

 

저자가 추사를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2년 학고재에서 출간된 《완당평전》 3권은 추사에 대한 그의 심미안을 보여준 걸작이었다. 출간 다음 해 저자는 이 책으로 ‘18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절판했다. 그리고 절치부심 이 간극을 메우는 데만 몰두했다. 결과적으로 16년의 차이를 두고 나온 이번 책은 저자가 추사 김정희를 털어낼 수 있는 역작이다.

 

미술평론가이자 미술사학자인 유 교수는 1993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첫 편인 《남도답사 일번지》를 출간한다. 이 책은 인문도서 최초로 백만 부 판매라는 숫자를 넘어서 ‘아는 만큼 보고, 보는 만큼 느낀다’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시리즈는 한국을 넘어 일본 등으로까지 확장돼 지금도 계속해서 출간되고 있다.

 

그런 그가 페르소나로 삼은 이가 바로 추사 김정희다. 저자는 나이 마흔에 추사 김정희에게 도전해 보고자 성균관대 박사과정에 입학한다. 추사는 ‘학예일치의 경지’이기 때문에 전공인 서화사 대신에 동양철학과로 들어가 공부를 시작한다. 이후 추사에 관한 자료를 모은다. 하지만 세상에 나온 추사에 관한 기록들은 완결성이 부족했다. 우선 추사의 세계가 글씨뿐만 아니라 인문학적으로도 워낙 방대했기 때문이다. 어려움 속에서 10년 만에 박사를 마쳤는데, 그 성과물이 앞에 소개한 《완당평전》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그는 이 작업이 아직 완수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때문에 후기에 “《완당평전》이 누더기가 되고 나 자신은 만신창이가 될지라도 완당의 삶과 예술, 학문이 좀 더 완벽하게 복원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그런 계기를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할 것이다”고 썼다.

 

저자가 그리는 추사는 흥미진진하다. 우선 추사를 깊게 연구한 일본학자 후지쓰카 지카시(藤塚隣) 교수가 “청조학(淸朝學) 연구의 제1인자는 추사 김정희”라고 한 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세계 경제생산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부강한 ‘강옹건’ 시대를 이끌었던 청나라의 학문을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이 중국인이 아닌 조선의 학자라는 점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후지쓰카 교수가 왜 그런 평가를 했는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추사는 영조대왕의 딸과 혼인한 월성위 김한신의 후손으로 정치적으로나 문화·경제적으로 꿀릴 것이 없는 집안에서 태어난다. 부친 김노경 역시 예조판서를 비롯해 이조·공조·형조·병조 판서를 지냈다. 하지만 신분에 상관없이 그는 일곱 살에 쓴 입춘첩(立春帖)이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당대 지식인들의 총아가 된다. 그런 그를 한 단계 성숙하게 한 인물이 박제가 등 추사의 스승이다. 신분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한 정조대왕으로부터 비롯된 조선 지식의 르네상스는 김정희에게 다가온다. 특히 청나라에 대한 시선을 바꾸기 시작한 북학운동은 추사에게도 영향을 미치는데, 추사 역시 24살이던 1809년 10월 아버지 김노경을 따라 연경에 가게 된다.

 

이 길은 추사의 인생에서도 중요한 변곡점이 된다. 그는 연경에서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을 만나는데, 중국 근대 금석학의 대가인 옹방강을 비롯해 완원·조강 등과 교류한다. 당시 78세로 추사보다 53살이나 많은 옹방강 등은 이 젊은 조선의 청년 지식인에게 흠뻑 빠지고, 이후 만 리 길을 넘어선 사제관계로 평생을 같이한다.

 

김정희를 대표하는 추사체 등도 옹방강에게서 비롯한 금석학이 기초에 있었다. 하지만 추사의 세계는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귀국 후 추사는 조선 금석학의 기초를 정리하고,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 황초령비 등 다양한 비석을 발굴한다.

 

그러나 추사의 중년은 다가오는 정치적 바람을 정면으로 맞아야 하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41살에 암행어사로 파견시킨 비인현감 김우명이 그에게 날을 세우기 시작하면서다. 55살 승승장구하던 추사는 제주도에 유배되면서, 생사를 위협받을 처지에 빠지는데, 이런 흐름은 그가 죽을 때까지도 계속된다.

 

정치적 파장 속에서도 추사는 책을 통해 지식을 쌓고, 글씨를 발전시킨다. 그가 벼루 10개를 바닥내고, 붓 1000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는 너스레는 독자를 웃게 만든다. 이런 노력은 글과 글씨로 표출된다. 특히 자신에게 책을 구해다 주는 이상적에게 준 《세한도》는 우리나라 문인화의 전범이 됐고, 중국에서도 격찬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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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를 만든 것은 책과 연습

 

저자는 추사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달관해 가는 모습도 잘 보여준다. 저자도 가장 좋아하는 추사의 시 《시골집(村舍)》의 여유로운 모습이나 비슷한 유배 생활을 한 소동파와 자신을 환치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일반에게 글씨로 인지된 추사의 모습도 잘 풀어놓았다. 추사는 동기창, 옹방강, 소동파와 미불, 구양순을 사숙하면서 자신만의 글씨체를 완성한다. 특히 ‘대교약졸(大巧若拙·큰 기교는 부족한 것으로 보임)’의 극치인 봉은사 ‘판전(板殿)’을 비롯해 그의 글씨 세계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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