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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트럼프, 브레이크 거는 백악관

“주한미군 철수까지?” 골머리 앓는 美 백악관 실무진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4(Fri) 17:00:00 | 14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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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have no announcements(우리는 발표할 게 없다).” 5월1일(현지 시각),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가 북·미 정상회담 개최 장소와 관련된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공식 내놓은 답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한의 경계 지역인 ‘판문점’을 언급한 이후 개최 장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보통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나 트위터에 남긴 글 내용에 대해 질의하면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 그대로 보면 된다”고 답변하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뉘앙스다. 그만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백악관 관계자들이 상당히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미 간 상당 수준 물밑 합의 이뤘다”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일자와 장소가 “며칠 내에 발표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자, 그제야 백악관 대변인은 “그것에 관해 곧 발표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뒤늦게 논평했다. 한마디로 북·미 정상회담에 관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무언가 확신과 열정을 가지고 앞서가도 한참 앞서가는 모양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른바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4월27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적인 만남”이라면서 “한국전쟁은 끝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백악관은 “그것은 단지 한 단계(step)일 뿐”이라며 북한에 대한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성명을 게재했다. 무언가 들떠서 앞서가는 대통령에게 일종의 ‘브레이크’를 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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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가속도를 붙이는 것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들이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영향이 컸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온갖 스캔들에 휩싸여 있는 현재의 상황을 뒤집고 ‘노벨 평화상’까지 거론될 정도로 전세를 역전시킬 절호의 찬스로 본다는 것이다.

 

반대로 해석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부담감도 크다. 두 정상의 만남 자체는 아무 의미가 없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내놓을 결과물이 없다면 오히려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4월초에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을 당시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북·미 간 합의가 성사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른바 ‘일괄 타결(Grand Bargain)’ 차원에서 ‘빅뱅 합의’가 이미 이뤄졌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도 떠돈다. 북한이 핵무기와 핵실험장,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완전한 폐기 기간을 1년으로 못 박고 미국도 종전협정-평화협정-북·미 수교까지 끝내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곧 개최될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해 공식 발표한다면, 그 공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이를 실제로 이행해야 하는 ‘발등의 불’은 백악관과 국무부 등 실무자들에게 떨어지는 꼴이다. 근본적으로 북한을 불신하고 있는 백악관과 국무부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브레이크’를 거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백악관 참모들은 안절부절못하는 눈치다. 북·미 정상회담 날짜가 다가올수록 더욱 그러하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반드시 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야망에 입도 제대로 열지 못한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고 있는 이른바 ‘네오콘’도 마찬가지다. 그들 또한 북·미 정상회담을 마냥 비판할 수도 없다. 북한이 확고한 비핵화를 하겠다고 선제적으로 치고 나오는 마당에 오히려 자신들이 회담을 망쳤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 역시 미래를 가상한 일이라 그저 숨만 죽이고 진행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까지 앞만 보고 달려갈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관해 최근 미 NBC방송은 의미 있는 보도를 내놨다. 존 켈리 비서실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불화설을 보도하면서,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과 켈리 비서실장의 주한미군 철수 관련 언쟁을 다뤘다. 여기엔 “주한미군 전원 철수”를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켈리 비서실장이 강하게 만류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켈리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설 보도를 즉각 부인하고 나섰지만, “너무 즉흥적”이라는 켈리 비서실장의 말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 통한다.

 

 

앞만 보고 내달리는 트럼프, 어디까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후보 시절에도 수차례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했다. 일각에선 단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뿌리가 깊다. 그는 4월30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도 “우리(미국)는 지난 수십 년간 세계의 치안을 유지하는 데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면서 “이것이 우리의 우선순위가 돼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인식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북한이 북·미 간 물밑 협상에서 명시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종전협정 이후 북·미 수교와 평화협정으로 나가는 단계에서 주한미군 문제는 어쩔 수 없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의제(agenda)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전원 철수가 뭐가 문제냐”며 앞서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 전문가는 “북·미 간 ‘일괄 타결’이 어디까지 나갈지는 현재 아무도 모른다”면서 “정전협정만 합의되더라도 주한미군 문제는 분명히 추후라도 의제로 부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문가는 “북한이 실제로 비핵화를 완전하게 달성해 나간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단행할지도 모른다”면서 “백악관 실무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북·미 간에 ‘빅뱅 합의’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디테일의 악마’가 존재한다는 말이 나온다. 북한의 핵 폐기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확인해 나갈 것이냐의 문제가 합의 이행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밑바닥엔 ‘주한미군’이라는 근본 문제가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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