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이 전하는 불로장생 명약
  • 이경제 이경제한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4 15:15
  • 호수 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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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제의 불로장생] 연년익수불로단·신선불로환은 정성으로 빚은 약

 

《동의보감》은 내경, 외형, 잡병, 탕액, 침구 등 25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명작이다. 보물 제1085호이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됐다. 선조 29년(1596년), 허준 선생은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의학서를 편찬하라는 어명을 받는다. 허준 선생은 왕실에서 가지고 있는 의학서와 다른 나라의 문헌들을 모아 25권으로 간단하게(세종 시절에 나온 향약집성방은 85권이다) 정리했는데 이것이 《동의보감》이다. 금원사대가의 의견을 추가하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처방을 조정했다. 15년간의 작업 끝에 광해군 2년(1610년)에 《동의보감》을 바치게 된다. 광해군은 선왕께서 명하신 책이 완성을 보게 되었으니 비감함을 금치 못하겠다면서 허준에게 숙마(熟馬) 1필을 주어 그 공에 보답하고, 내의원에서 인쇄해 널리 배포하라고 했다. 그 당시의 베스트셀러여서 중국에서만 30번 이상 인쇄됐고, 일본·베트남 등 아시아 전역에 전해졌다.

 

《동의보감》에 불로(不老)라는 이름은 두 번 나온다. 연년익수불로단(延年益壽不老丹)과 신선불로환(神仙不老丸)이다. 수천 가지 처방명 중에서 늙지 않는다는 이름을 붙일 만한 처방이다. 연년익수불로단은 해가 가고 나이를 먹어도 늙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은 약 처방이다. 적하수오·백하수오·지골피·백복령·생건지황·숙지황·천문동·맥문동·인삼으로 구성한 약이다. 보하는 효과가 무궁무진해 열흘이나 한 달을 먹으면 스스로 동년배와 달라진 것을 느끼게 된다. 늘 먹으면 효과를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自己知爲別等人. 常服功效難盡言). 여조(呂祖)가 수행할 때 복용했다고 한다. 여조는 도교의 신선 여동빈을 말한다.

 

《동의보감》 © 문화재청


 

신선불로환은 늙지 않는 선약을 뜻한다. 그 효과가 특별해 젊은 낯빛을 유지하는 것이 힘든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인삼·우슬, 사천(四川)의 파극, 촉(蜀)의 당귀, 두충을 갖추고, 생지황·숙지황·토사자·백자인·석창포·지골피·구기자를 넣는다. 파·마늘·무와 고기를 먹지 않으면 수염과 머리카락이 검어진다고 했다.

 

 

보약은 정성으로 먹는 약

 

그냥 달이거나 분말을 내서 먹는 것이 아니다. 하수오는 쌀뜨물에 담갔다가 물러지면 대나무칼로 껍질을 벗기고 자른 후에 검정콩 달인 물에 담갔다가 그늘에서 말린다. 다시 감초즙에 섞어 볕에 말리고 찧어서 가루를 내는데 쪄서는 안 된다. 지골피·백복령은 술로 씻은 후에 볕에 말린다. 생건지황은 술에 하룻밤 담갔다가 볕에 말린다. 천문동·맥문동은 술에 6시간 담갔다가 꺼내 심을 제거하고 볕에 말린다. 인삼은 노두를 제거한다.

 

보통 정성이 아니다. 한의학의 백미는 바로 이 법제 방법에 있다. 약재마다 알약, 가루약, 달임약, 술에 담그거나 고약으로 만드는 것이 다 다르다. 물론 아무렇게나 사용해도 되는 약재도 있지만 꼭 법제를 지켜야 하는 약재가 있다. 불로의 처방도 중요하지만 만드는 방법과 먹는 방법도 참으로 중요하다. 보약은 역시 정성으로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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