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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도전하고 시대와 소통한 진정한 ‘歌王’ 조용필

데뷔 50주년, 왜 아직도 조용필인가

하재근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7(Mon) 16:00:00 | 14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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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50주년을 맞아 KBS2 《불후의 명곡》이 조용필 특집을 진행하고 있다. 제작진은 2011년 첫 방송 이후 조용필을 섭외하기 위해 8년 동안 노력했고, 마침내 데뷔 50주년을 맞아 조용필이 출연을 결심한 것이다. 프로그램 최초로 3주에 걸쳐 ‘조용필 50주년 기획 3부작’이라는 타이틀로 방영되고 있다. 시청률도 직전에 한 자릿수였던 것이 조용필 특집이 시작되자마자 10%대로 뛰어올랐다. 프로그램 녹화를 위해 조용필이 여의도 방송국을 찾자 오랜만에 ‘오빠부대’가 등장하기도 했다.

 

5월12일에는 조용필 50주년 기념 투어 ‘땡스 투 유(Thanks to you)’ 서울 공연이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다. 요즘 한창 인기 있는 스타들도 올림픽주경기장과 같은 초대형 경기장에서는 웬만해선 공연하지 못한다. 보통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체조경기장 등에서 콘서트를 하게 마련이다. 조용필은 이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여러 차례 공연한 경력이 있는데. 이번에도 올림픽주경기장을 택했다. 매표 개시 10분 만에 표가 전석 매진돼 인기가 여전함을 알렸다. 5월19일 대구 월드컵경기장, 6월2일 광주 월드컵경기장 등 지방투어도 대규모 경기장에서 이어진다. 흥행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면 생각하기 어려운 기획이다. 그럴 정도로 조용필의 ‘가왕’으로서의 위상이 건재하다. 팬들 역시 조용필의 50주년 활동을 뜨겁게 반겼다.

 

조용필은 1968년 고등학교를 마치고 비틀스를 꿈꾸며 그룹 애트킨즈를 결성, 리더이자 기타리스트를 맡았다고 알려졌다. 1969년에 그룹 파이브핑거스의 일원으로 미 8군 무대에 섰다. 그 후 몇 개의 밴드를 거치며 우여곡절을 겪었다가 1976년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일약 인기가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미 8군 활동 시절 미군 병사의 권유로 몇 차례 접했던 대마초가 뒤늦게 문제가 되면서 1977년 활동정지를 당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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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부대’ 원조로 한국 최초 ‘밀리언셀러’

 

대중가수의 가장 빛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는 20대를 그렇게 보내고 난 후 30대에 놀라운 전성기가 시작된다. 1979년 말 대마초 가수 해금 조치 이후 동아방송에서 조용필에게 라디오 드라마 주제가를 의뢰했다. 드라마 작가가 전해 준 가사에 맞춰 단숨에 멜로디를 썼다. 녹음실에서 노래하자 밖에서 듣던 PD와 작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창밖의 여자》의 탄생이다. 이 곡을 포함해 《단발머리》 《한오백년》 《정》 등이 수록된 1집이 1980년에 발표돼 한국 최초로 100만 장이 팔렸다. 그해 음반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다는 말도 있다.

 

그때부터 시작해 80년대 한국 가요계의 정점에서 군림했다. 가수에게 괴성을 지르는 오빠부대도 이때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한국 가수 최초로 누적 음반 판매량 1000만 장 돌파, 한국 가수 최초 일본 NHK 《홍백가합전》 출연, 한국 가수 최초 미국 카네기홀 공연, 한국 가수 최초 사회주의권 공연, 대중가수 최초 예술의전당 공연 등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모두 기록이었다. LP 시대에 데뷔해 테이프, CD를 거쳐 디지털 음원 시장까지 석권한 유일한 가수다. 《못 찾겠다 꾀고리》가 10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조용필의 노래가 《가요톱텐》에서 너무 독주하는 바람에 5주 제한이 생겼다는 말도 있다. 한 곡이 5주 동안 1위를 하면 골든컵을 시상해 퇴장시키고 다른 곡에 기회를 준 것이다. 80년대 방송사 연말 가요시상식에서 조용필의 전매특허 멘트는 “접니다”였다. 전년도 수상자로 무대에 올라 새 수상자를 발표할 때 한 말이 으레 “접니다”였던 것이다. 1987년부터 “후배들을 위해 더 이상 상을 받지 않겠다”며 수상을 거부했다.

 

조용필의 위대성은 단지 과거에 화려한 인기를 누렸다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끝없이 도전하고 소통하고 변화했다. 80년대 정점에 있을 때 안전한 길로만 가도 되는데 그는 민요·가곡·동요·발라드·록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다. 음악적 완벽주의자로, 자신이 만들지 않은 곡에 대해서도 음악감독의 역할을 수행했다. 잠잘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쁠 때조차 음악작업에 소홀하지 않았다. 원로의 자리에 올라 과거 히트곡으로 디너쇼 정도만 해도 되는 상황에서도 새 앨범을 내놨다. 2013년 《바운스》 《헬로》가 담긴 19집이다.

 

여기서 조용필은 젊은 음악을 시도하며 변화를 줬다. 시대와 소통한 것이다. 그렇다고 상업적인 유행을 그냥 따라간 것은 아니다. 《헬로》는 한국에서 상업적인 장르가 아닌 모던록이다. 비틀스를 꿈꿨던 자신의 음악적인 본령은 지키고 내공을 다지면서 시대 변화에 호응한 것이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20집에는 힙합, EDM(일렉트로닉 댄스음악) 등도 모색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신해철·이승철도 조용필 앞에선 공손한 후배

 

이렇게 자신의 자부심을 지키면서 끝없이 도전하는 음악적 진정성에 후배들이 감탄하고 존경한다. 성격이 까칠하기로 소문났던 신해철이 조용필의 전화를 받자마자 두 손으로 전화기를 고쳐 잡는 모습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승철·이은미도 조용필 앞에선 공손한 후배가 된다고 한다. 단지 과거에 인기 많았던 선배 그 이상의 존경이다. 19집이 나왔을 때는 젊은 아이돌들이 앞다퉈 조용필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조용필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목소리 관리로도 알 수 있다. 70년대 대마초 파동 당시 조용필에게는 활동재개에 대한 기약이 없었다.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었는데, 그때 조용필은 판소리 훈련을 하며 목소리를 갈고닦았다. 한국인의 심장을 흔든 조용필의 탁성이 이때 완성됐다. 요즘도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발성훈련을 한다. 청년기엔 두주불사의 호주가였지만 최근엔 술도 끊고, 적게 먹는 소식(小食)에 6시 이후엔 금식까지 할 정도로 몸관리에 철저하다. 콘서트 일정이 잡히면 완벽주의로 공연 준비에 매진한다. 바로 이런 열정이 그의 공연을 최고로 만들었다.

 

정치적 목소리를 크게 내진 않았지만 2집의 《생명》이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뜻을 담았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질 정도로 어느 정도의 시대의식도 있었다. 부인 고(故) 안진현씨가 세상을 떠난 후 유산 24억원을 모두 기부했고, 본인 수입도 해마다 상당액을 기부해 재산이 많지 않다는 점도 대중에게 감동을 줬다. 음악적인 면을 뛰어넘어 이런 사적인 측면에서까지 모범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후배들이 절대적으로 존경하고 또 롤모델로 여기는 이 시대의 가왕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모든 분야의 기성세대가 조용필처럼 도전하고, 소통하고, 열정적이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 사회 세대갈등의 상흔도 조금은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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