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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 들인 이순신 장군의 수루(戍樓), ‘엉터리 고증’ 논란

“5억여 원이나 들여 망루가 아닌 쉼터를 만들었다” 비판

경남 통영 = 서진석 기자 ㅣ sisa526@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9(Wed) 17: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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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섬 달 밝은 방에 수루에 혼자 앉아….” 유명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閑山島歌)의 일부이다.

여기에 나오는 수루는 사적 제 113호로 지정돼 있는 경남 통영시 한산면 이충무공 유적지 내에 있으며, 이곳에는 수루 외 삼도수군 통제사의 지휘본부격인 제승당, 충무공의 영정을 모신 충무사, 활 터인 한산정, 한산대첩 기념비 등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시설이 많아 연중 참배객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76년 제승당 정화사업때 수루 첫 등장, 이후 콘크리트 논란으로 개축돼

 

그런데 문화재청과 경남도가 거액을 들여 신축과 개축을 거듭한 수루가 장군의 위엄은 찾아볼 수 없고 단청 지붕만 그럴듯한 무더위 쉼터 수준으로 설계됐다는 지적과 함께 방문객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부속 시설인 수루는 주 건물인 제승당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충무공이 1593년 삼도수군의 지휘본부로 삼았던 제승당은 쇠락을 거듭하다가 140여년이 지난 영조16년(1740년)에 복원됐다. 당시 영변부사 조경이 107대 통제사로 부임하면서 이순신 장군을 사모하는 마음에 제승당 옛 터에 올라 “이곳을 이렇게 황폐하도록 둘 수 없다”고 탄식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이후에도 제승당은 수차례 중수를 거쳤고 특히 일제강점기에는 민간인들이 사재를 털어 건물을 지키기 위해 힘을 보태기도 했다. 부침을 거듭하던 제승당은 1975년 8월 당시 이곳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이 지역은 국난을 극복한 유서 깊은 사적지이므로 현충사 수준으로 만들라”고 지시하면서 대대적인 정화사업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수루도 이때 등장한다. 당시 대통령의 지시 한 마디에 청와대는 물론이고 내무부, 건설부, 산림청, 문화재관리국, 경상남도 등이 모두 나서 제승당은 단청을 입히고 보수 공사를 했으며, 제승당으로 들어가는 충무문, 충무공 영정을 모신 충무사, 충무사로 들어가는 홍살문, 충무사 입구인 내삼문, 충무공이 활을 쏘았다는 한산정과 수루 등을 신축했다.

 

그러나 당시 전국 대부분의 산이 민둥산이어서 기둥으로 사용할 나무를 구하기 힘든 실정이라는 이유로 제승당 본당을 제외한 건물 모두를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신축하면서 “역사적 가치가 높은 사적지가 온통 콘크리트 일색이냐”는 여론이 비등했다. 

 

이에 문화재청과 경남도는 2012년부터 수루를 목조로 다시 짓기로 결정하고 예산 5억여 원을 편성, 2014년 지금의 모습으로 개축했다. 많은 건물 가운데 수루를 목조화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수루가 이순신 장군의 상징이라는 해석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객들 개축 수루에 낙제점, 고증자는 아무도 몰라

 

그런데 전문가의 고증을 거쳤다는 수루가 갑자기 평지에 바짝 붙은 납작한 모습으로 변해 “이게 무슨 적정을 관찰하는 감시탑 기능의 수루냐” 또는 “이런 동네 정자 같은 모습보다 차라리 콘크리트였지만 1976년에 복원된 수루가 더 운치가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등 부실 고증 논란에 휩싸이면서 또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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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승당관리사무소가 설치한 수루 안내판에도 ‘수자리 수(戍) 다락 루(樓) 즉 수루는 적정을 살피는 망루’라고 소개한 뒤 충무궁의 난중일기 가운데 ‘새벽에 새로지은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우수사, 임치현감, 목포만호 등이 나갔다. 그대로 새 다락방에서 잠을 잤다’는 구절을 소개하며 장군이 이곳을 자주 올랐고 잠도 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통영에서 지역문화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A씨 또한 개인 의견을 전제로 “수루는 변방을 지키는 초소였으므로 추위를 견디기 위한 방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고, 복원된 수루처럼 화려한 단청지붕은 적에게 쉽게 발각되므로 오히려 소박한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수루는 전국에 산재했을 것인데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모든 사적은 웅장해야 한다는 선입견과 관광지 기능이라는 목적이 합쳐지면서 이해하기 힘든 모습으로 복원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상남도 관계자는 “수루 개축은 문화재청이 주관한 것으로 안다”며 고증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잘 모른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 또한  “2014년 당시 경남도가 올린 설계를 사적분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승인을 했는데 여기에 전직 문화재위원 일부가 참석했지만 어떤 의견이 오고갔는지에 대한 회의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고증은 했지만 고증자는 알수 없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방문객들의 의견은 어떨까? 최근 제승당에서 만난 관광해설사 B씨는 “이순신 장군 필체로 수루 현판을 달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수루가 폭삭 주저앉은 것처럼 볼품이 없어 당황스럽고 아쉽다”며 낙제점을 줬다. 직장인 동아리에서 단체로 이순신 장군을 참배 왔다는 C씨 역시 “이렇게 돈을 낭비하기 보다 차라리 영정이 있는 충무사부터 목조로 바꿔 장군님을 모시는게 후손의 도리”라며 고개를 저었다.

 

콘크리트 건물이라는 비난 여론에 철거된 수루가 이번에는 부실 고증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셈이다. 경남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제승당 방문자 수는 24만여 명으로 나타났다. 

 

한편, 수루를 포함해 제승당 전역을 관리하고 있는 경상남도제승당관리사무소 김상영 소장은 “복원된 수루가 사전적 의미의 감시탑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관광객의 눈높이를 고려해 휴식 장소를 제공하는 순기능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루와 제승당을 제외하고 콘크리트 건물 일색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1976년 정화사업 이후 4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제승당 전역에 걸친 제2의 종합정비계획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소장의 말대로 대대적인 재정비 공사가 이루어질 경우 수루와 제승당 일원이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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