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개입에 폼페이오 재방북…다시 그려지는 ‘한반도 그림’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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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2차 방중 이후 더욱 긴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

 

북·중 정상회담 소식이 들리자마자 미국도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5월8일(현지시간) 북한을 전격 재방문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우려됐던 회담 의제 논의를 최종 확정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 북·미 간 마지막 조율의 시점과 긴장감을 앞당긴 것은 역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방중이다.

 

 

김정은 전격 방중 이후 폼페이오 전격 방북…긴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시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8일(현지시간) 이란핵협정 탈퇴를 발표하던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다가오는 회담에 대비해 지금 이 순간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으로 가는 중"이라며 "그는 곧 거기에 도착할 것이다. 아마 1시간 안에"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계획들이 세워지고 있고 관계가 구축되고 있다"면서 "거래가 성사되고, 중국·한국·​일본의 도움으로 모두를 위해 미래의 큰 번영과 평화가 성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5월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취임선서를 한 뒤 연설하는 모습. © 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일시는 또 한 번 뜸을 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회담이 예정됐다. 장소가 선택됐다. 시간과 날짜, 모든 게 선택됐다"면서 "우리는 매우 큰 성공을 고대한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부터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확정돼 곧 발표하겠다고 거듭 공언했다. 그럼에도 계속 일정·장소를 공개하지 않자 세간의 궁금증이 증폭됐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의 깜짝 방중 소식이 들려오자 회담 관련 논의에 차질이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한반도 비핵화 등에 관한 이견이 충분히 좁혀지지 않아 일정·장소 발표로 정상회담을 공식화하지 못했다는 추측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김 위원장은 40여 일 만에 또다시 방중해 5월 7~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이는 '차이나 패싱' 우려를 내비치며 안달 내 온 중국에 북한이 화답한 성격이 강하다.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북한에 대한 지지와 함께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북·미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유관 각국이 단계별, 동시적으로 책임 있게 조처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추진해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를 실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깜짝 회동'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WMD)를 모두 폐기하라고 북한을 압박하는 미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북·중 관계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향후 전략적으로 공동 대응할 의지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우리는 북한과의 관계가 구축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모든 게 어떻게 돌아갈지 두고 볼 것이다. 아마 잘 풀릴 수 있고, 아마도 안 풀릴 수 있지만, 그것(협상 성공)은 북한·​한국·​일본과 전 세계를 위해 대단히 좋은 일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그러면서 "우리는 이 모든 게 잘 풀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회담 전 불통 우려 일단 진화, 접점 찾을지는 여전히 미지수  


그야말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한반도 정세다. 일단 북·미 간 불통 기류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진화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북·미 간 비핵화 눈높이에 대한 간극이 분명히 드러난 가운데 미국 측이 이란핵협정 탈퇴 카드까지 뽑아들며 북한을 향해 강한 압박의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어 양 측 간 힘겨루기가 쉽사리 해소될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많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평양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핵 해법을 놓고 북한 측이 '단계별·동시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우리는 잘게 세분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그렇게 된다면(잘게 세분화한다면) 전 세계가 경제적 압박 완화를 강요받게 된다"며 "이는 김정은이 원하는 결과도,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결과로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에서 단계별·동시적 조치를 재확인한데 대해 이를 수용하지 않고 일괄타결식 해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 강경파로 분류돼온 폼페이오 장관은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부활절 주말(3월31일~4월1일) 트럼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극비리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등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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