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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해빙 분위기에 국내 방산업계는 ‘울상’

체질 개선 통한 해외진출 필요성 대두…“전력 재배치에 따른 정부 지원 필요” 지적도

엄민우 시사저널e. 기자 ㅣ mw@sisajournal-e.com | 승인 2018.05.09(Wed) 11:00:00 | 14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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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참 좋은 일이죠. 하지만 방산업계 입장에서는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어요. 뭐 당장 별일은 없겠지만….”

 

11년 만에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된 4월27일 오후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내수시장 의존도가 큰 방산업계 입장에서는 앞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업계에선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해외시장 진출을 서둘러야겠다는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방산업계가 홀로 서고 안정적인 국방전력을 꾸려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과거부터 방산주는 한반도 위기 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위기상황이 고조되면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고 반대 상황이 되면 주가가 떨어졌다. 이번 정상회담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국내 방산업계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내수에 의존하고 있다. 일부 수출을 하기도 하지만 해외 부품 사용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내수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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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올해 초 정부 업무보고에서 북한 핵·미사일 대응체계 조기 구축을 위해 방위력 개선비 비중을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비핵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여러 가지 다른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곧 우리 방산업계가 의존하고 있는 국내 시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산업계는 “당장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남북화해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군사적 긴장완화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궁극적으로 국내 방산시장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대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 한 관계자는 “지난해 방위력 개선비가 12조원이었는데, 방산업체들은 그중 50%를 나눠먹고 나머진 해외에서 들여왔다”며 “애초에 시장 자체가 생각보다 크지 않지만, 해외시장 비중을 늘려 나가야 하는 건 사실이고 전부터 그렇게 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만일 통일이 된다고 해도 북쪽 중국과의 국경 등이 있어 국내 방위산업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곤 보지 않는다”며 “하나 시장축소가 불가피한 건 사실인데 열심히 수출 늘리는 것 말고 방법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화 방산부문은 최근 글로벌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 지사를 개설하고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현지에 직접 마케팅 거점을 마련해 글로벌 방위산업체 등과 더욱 폭넓은 관계망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IG넥스원도 지난해 처음으로 수출액이 2000억원을 넘겼다. 중동·중남미 등 신규 시장을 공략해 수출량을 늘려나간 것이 주효한 셈이다. 반면, 국내 시장 매출 비율은 그 전해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방산부문, 워싱턴DC에 지사 개설

 

이처럼 국내 대표 방산업체들은 남북화해 분위기에 맞춰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3~17년 한국의 무기 수출 규모는 2008~12년에 비해 무려 6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산업계에 정통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 인사는 “남북관계를 떠나 국내 방위산업으로만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막을 내리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이스라엘과 같이 적극적으로 무기 수출국의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방산업계가 내수시장 없이 수출에만 의존해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은 현재 경쟁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국방기술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영욱 KAIST 안보융합연구원 교수는 “방위산업이 해외진출을 할 때 단 한 번 품질에 문제가 생기거나 부품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수십 년간 활로가 막히게 된다”며 “방산업계는 그 특성상 구매자가 국가이고 기업 차원의 마케팅 등은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제도 및 정책적 지원을 하며 재빠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수출을 늘려서 살아남으라’는 식으로 방산업계를 바라보면 훗날 통일이 된다 해도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교수는 “러시아·중국·일본 등에 둘러싸인 우리 특성을 감안하면 힘의 균형을 위한 전력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며 “여기에 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고 국내 방산업계가 돌이키기 힘든 수준으로 힘들어질 수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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