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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완전히 파괴된 ‘아동 실종자’ 가족들

재산 날리고, 이혼하고, 극단적인 선택하기도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0(Thu) 10:53:00 | 14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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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5월이면 실종 아동 가족들은 눈물로 보낸다. 실종 자녀 또래의 아이들만 봐도 가슴이 무너진다. 때문에 실종 아동 가족들은 5월에는 가급적 바깥출입을 삼간다. 가족 중에 실종자가 생기면 모든 삶의 시계가 멈춰버린다. 생업도 포기하고 오로지 실종자를 찾기 위해 평생 거리를 헤매는 처지가 된다. 실종자가 살아 돌아오거나 변사체로 발견되지 않는 이상 ‘영원한 실종’으로 남게 된다. 실종이 장기화되면 가정이 파괴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생사를 알 수 없기에 찾는 것을 포기할 수도 없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자가족찾기시민의모임(전미찾모) 회장은 “가족의 실종은 단순히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족에게는 상상을 초월한 고통스러운 삶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 11월13일 실종된 김은지양(당시 5세)은 새벽에 잠을 자다가 사라졌다. 은지는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의 한 주택가 지하 단칸방에서 살았다. 은지의 아버지 김아무개씨는 간판업자를 따라다니며 하루 일당을 버는 일용직 노동자였다. 어머니 조아무개씨는 식당에서 일했다. 부부는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기 일쑤였다. 하루 종일 집 안에 있던 은지는 밤과 낮을 반대로 알고 지냈다. 전기요금을 아끼려고 낮에는 불을 켜지 않았다가, 부부가 집에 들어오는 밤에 형광등을 켰다. 밤이 낮인 줄 알았던 은지는 엄마·아빠가 잠든 밤에 밖에 나갔다가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은지가 실종된 후 김씨 부부는 생업을 포기했다. 매일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거리에 나가 은지 사진이 실린 전단지를 배포했다. 태어난 지 4개월밖에 안 된 은지의 동생 다미는 엄마의 등에 업혀 추운 겨울을 나야만 했다. 은지 부모는 화물차 한 대를 할부로 구입했다. 화물차에 간단한 세간을 챙겨 싣고는 전국을 돌며 은지를 찾았다. 각종 아동보호시설을 찾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줬다. 차에서 새우잠을 자고 끼니는 라면으로 때웠다. 그러나 은지의 종적은 묘연했다.

 

그 사이 부부의 가계는 엉망이 됐다. 전단지를 만들고 플래카드를 제작하느라 얼마 남아 있지 않던 생활비가 바닥을 드러냈다. 카드 돌려막기를 하며 간신히 버텼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화물차 할부금을 낼 수 없자 할부금융사에서는 차를 압류해 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은지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졌다. 집 근처 병원에 갔더니 큰 병원에 가기를 권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대형 병원으로 옮겼는데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병명은 심장판막증이었다. 김씨는 심장이 완전히 쪼그라들고 뇌경색·부정맥·갑상선 등 합병증까지 생겼다. 은지 때문에 속을 앓다가 생긴 것이다. 김씨는 그 후 노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일용직으로 나갈 수도 없는 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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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거리 떠도는 부모들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글세로 살던 집의 월세가 밀리고 보증금이 바닥나자 집주인은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 급기야 은지네 식구들은 길거리로 쫓겨나고 말았다. 사글셋방에서 쫓겨난 후 며칠간은 청량리역 근처의 전미찾모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기거했다. 하지만 어린 다미를 포함한 세 식구가 있을 곳이 아니었다.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이 시장 골목에 있는 여인숙을 얻어준 덕분에 추운 겨울을 날 수 있었다.

 

은지 어머니도 갈수록 정신이 피폐해져 갔다. 딸을 잃어버렸다는 자책감이 들 때마다 술을 마셨다. 그러다 알코올 중독이 됐다. 부부싸움도 잦아졌다. 결국 부부는 합의 이혼하기에 이른다. 은지 동생 다미는 고아원으로 보냈다. 은지 어머니는 남편과 헤어진 후 여인숙에 머물며 파출부 생활을 했다. 한번은 여인숙에 있던 한 남성과 신변을 비관해 동반 자살을 기도했다. 먼저 한강에 뛰어든 남성은 사망하고, 은지 어머니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경기 평택에 거주하는 송길용씨는 1999년 2월13일 막내딸이 실종되면서 평범했던 삶이 완전히 파괴됐다. 송씨의 딸 혜희양(당시 18세)은 이날 밤, 마을 입구 정류장에서 행방불명됐다. 당시 700여 마리의 개를 키우던 송씨는 가축을 팔고, 전 재산을 정리한 후 딸을 찾아다녔다. 트럭에 딸의 사진이 실린 전단지와 플래카드를 만들어 붙이고, 옆자리에는 아내를 태우고 전국을 누비기 시작했다. 끼니는 1톤 트럭에서 라면으로 해결했다. 생계도 포기했다. 송씨의 아내는 딸의 실종 상태가 길어지자 몸과 마음이 지쳐 우울증에 심장병까지 생겼다. 결국 2006년 딸을 그리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은 “혜희의 실종 전단지를 방바닥에 깔아놓고 농약을 마셨다”며 “얼마나 딸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면 전단지를 품에 꼭 안은 채였다”고 전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딸을 찾는 것은 송씨의 몫이었다. 아내와 함께 타고 다니던 트럭에 홀로 몸을 실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전단지를 나눠주는 것이 일상생활이었다. 전단지 만들 돈이 떨어지면 노동일을 해서 벌었고, 또 거리로 나갔다. 차에서 먹고 자고, 굶는 일도 다반사였다. 지금까지 나눠주고 붙인 전단지만 300만 장이 넘고, 내건 현수막도 2500장이 넘는다. 전 재산을 전단지와 현수막을 제작하는 데 썼다. 2015년 5월 그에게 큰 위기가 닥쳤다. 당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가 전국을 강타할 때 송씨도 39번째 확진 판정을 받았다. 뇌경색과 허리 통증으로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메르스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딸을 찾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병마와 싸워 13일 만에 완치됐다. 그리고 다시 거리로 딸을 찾아 나섰다.

 

송씨는 지금도 딸을 찾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고속도로나 나들목 등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 인근에서는 종종 송씨가 내건 현수막을 볼 수 있다. 그의 재산이라고는 이제 낡은 트럭 한 대가 전부다. 생계는 한 달에 60만원 정도 받는 기초생활수급비로 해결하고 있다. 가끔은 익명의 독지가들이 도움을 주기도 한다.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은 “한번은 어떤 분이 혜희 아버지의 계좌번호를 물어와서 알려줬더니 300만원을 입금했다”며 “너무 고마워서 ‘어떤 분이냐’고 물었더니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씨에게 딸을 찾는 일은 습관이자 직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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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는 끝없는 기다림

 

서울 구로에 살던 조하늘양(당시 5세)은 1995년 6월16일 저녁 무렵 집 앞 골목에서 놀다가 없어졌다. 목격자는 “누가 하얀색 승용차에 태우고 갔다”는 말을 전했다. 하늘이 부모는 이곳저곳 딸을 찾아다녔다. 당시는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이 터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온 나라가 개구리소년을 찾는 데 집중하다 보니 하늘이 실종 사건은 여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아버지 조병세씨는 하늘이가 유괴된 후 다른 가정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늘이 어머니에게는 말 못할 아픔이 있었다. 10살 때쯤 길을 잃고 부모와 헤어졌다. 하늘이마저 실종되자 실종이 대물림되는 기막힌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래서인지 하늘이 어머니는 딸이 실종된 후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에 걸렸다. 하늘이 아버지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했다. 2010년 한 방송사에 하늘이 어머니의 사연이 방송됐는데, 다행히 수십 년 동안 헤어졌던 친정 식구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어렵게 가족과 상봉했지만 친정어머니는 이미 사망한 뒤였고, 오빠와 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이제 하늘이만 찾으면 이 가족의 실종 대물림도 종지부를 찍게 된다. 지난해에는 용인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1999년 4월14일 경기 오산초등학교 2학년이던 윤지현양(당시 9세)은 집 근처에서 사라졌다. 목격자도 없었다. 아버지 윤아무개씨는 지현이가 실종된 뒤 전국 방방곡곡을 헤맸다. 직장도 그만두고, 생계도 뒷전이었다. 오로지 지현이를 찾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전단지 제작하는 법을 몰라 사진을 붙인 종이를 컬러로 복사했다. 방송에도 여러 번 나갔지만 지현이를 찾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절박한 심정에서 점집을 찾기도 했지만 역시 허사였다. 지현이를 찾기 위해 잠수부까지 동원해 인근 저수지를 수색했다. 또 살해해 사체를 유기했을 가능성도 있어 주변 야산까지 샅샅이 찾았지만 아무런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윤씨 부부는 딸이 실종된 후 사소한 의견 충돌이 잦았다. 결국 딸이 실종된 지 1년 반 정도 지난 후 이혼하기에 이른다. 현재 아버지 윤씨는 일용직으로 일하며 어렵게 살고 있다.

 

1997년 4월20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실종된 김하늘군(당시 4세)의 부모도 다른 실종자 가족들과 비슷하다. 하늘이 부모는 행방불명된 아들을 정신없이 찾아다녔다. 전단지도 붙이고 여기저기 수소문했다.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하늘이 아버지는 괴로운 마음을 술로 달랬다. 그러면서 점점 하늘이 엄마와 의견 차이를 보이고 다툼이 잦아졌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생계위협에 직면했고, 부부 사이도 파경에 이르렀다. 

 

 

딸의 생사 모른 채 산속에서 은둔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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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세씨는 딸의 실종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딸 윤희양(당시 29세)은 2006년 6월5일 학교 종강 모임을 가진 뒤 혼자 살던 원룸으로 귀가했다. 그 후 집에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112’와 ‘성추행’이라는 단어를 입력한 후 행방불명됐다. 딸이 실종될 당시 이씨는 강원도 철원에 숯가마 시설을 건립 중이었고, 90% 정도 진행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윤희양이 실종된 후 건립을 중단했고, 투자금 2억원을 날렸다. 이후 딸을 찾는 데 매진했다.

 

수시로 전주를 오가며 플래카드를 걸고 전단지를 나눠줬다. 윤희양이 살던 원룸은 4년 동안 월세를 지불하며 보존했다. 딸을 찾는 데 결정적인 제보를 한 사람에게 준다며 1억원의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허사였다. 이씨는 수년 전 아내와 철원 산속으로 이주했다. 컨테이너를 개조해 그 안에서 생활한다. 그는 딸을 잃은 아픔을 달래기 위해 괭이로 땅을 파고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기력이 달려 농사를 짓는 것도 힘겹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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