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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언론 보도 행간 보면 北·美 퍼즐 맞춰진다”

미·중을 ‘물밑 조종’한 북한 움직임 잘 짚어…북·중에 다수 정보원 둔 日언론의 취재력 돋보여

오종탁 기자 ㅣ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1(Fri)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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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은 4월27일, 내외신 취재진 3000명은 박수치며 환호했으나, 동시에 북한 정보에 대한 명확한 벽도 새삼 확인됐다. 국내 언론을 포함한 외신은 그간 세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북한을 이때서야 비로소 맘껏 ‘구경’했다. 남북 정상회담이란 평화의 축제가 끝나고, 북한·중국 대(對) 미국의 본 게임이 시작되자 다시 정세는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미국 정부의 속사정이 현지 언론을 통해서 언뜻언뜻 드러나는 반면 사회주의 국가인 북·중에 대해서는 내밀히 알 길이 딱히 없다. 

 

이런 가운데 새삼 일본 언론 보도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 언론, 특히 아사히신문은 남북 정상회담 전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물밑 행보를 특종으로 전했다. 이 행간을 잘 읽으면 북핵 방정식이 중국 개입으로 복잡해진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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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방북 요청을 北이 거절”


이번 한반도 대화 국면의 시작은 김정은 위원장 방중이었다. 남북 정상회담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벌어진 깜짝 이벤트다. 김 위원장은 3월25~28일 방중 기간 시진핑 주석과 만나 공조를 다졌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밝힌 것이 대외에 공개됐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김 위원장 방중으로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한국·미국 등 관련국 언론들도 나름대로의 분석을 쏟아냈다.

 

반면 일본 언론들은 아는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북·중 정상회담에서의 ​김정은 위원장 발언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우리 체제를 확실히 보장하고 핵 포기에 따른 전면적인 보상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면 핵을 완전히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4월 8일 보도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해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하는 것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요청할 생각도 밝혔다고 전했다. 확실한 체제 보장, 제재 해제, 대규모 경제 지원 등이 선결될 것을 요구하는 북한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아사히신문은 김 위원장이 방중 때 시 주석에게 대규모 경제 협력을 직접 요구했다고 4월17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김 위원장이 요구한 경제 협력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면서도 "에너지 지원과 이전에 계획된 적이 있는 북·중 국경 지대에서의 경제 특구 구상 등 조치가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북·중이 경제 협력을 추진할 경우 국제적인 대북 경제 제재를 무기력화할 수 있어 현 단계에서 중국 측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요미우리·아사히신문 보도를 종합하면 김 위원장으로서는 자신이 내건 '핵·경제 병진 노선'의 핵심인 경제 개혁이 그 무엇보다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 추측처럼 시진핑 주석이 국제 사회를 의식해 북·중 경제 협력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었을까.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급격히 미국과 가까워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에서 돌아온 지 3일 뒤인 3월31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당시 내정자)을 평양으로 불러들였다. 분위기는 좋았다. 아사히신문은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난 뒤 "내 배짱과 이렇게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기뻐했다고 4월23일 보도했다. 미국 측도 "김 위원장이 진정 비핵화할 의사가 있다"고 평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사히신문을 통해 미 중앙정보국(CIA) 소속으로 보이는 고위 관료가 북한에서 북·미 정상회담 조정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신문은 북한 측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에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기한을 넣지 말고 양측 간 국교 정상화와 제재 완화 등 보상을 넣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흥분과 기대감 속에 가려진 부분이다. 북한이 초지일관 강조해온 '단계별 핵 폐기 및 제재 완화'는 현재 미국의 '비핵화 일괄 타결' 압박과 정면충돌하며 한반도 정세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표면적으로 북·미 정상회담 기대감이 무르익자 차이나 패싱이 재현됐다. 이번에도 아사히신문이 4월25일 보도에서 내밀한 북·중 간 이야기를 전했다. 중국이 북한을 향해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시 주석의 방북을 타진했지만 거절당했다는 북한 관계 소식통 전언이다. 중국의 요청에 대해 북한 측은 "북·미 정상회담을 우선하겠다"고 답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 입장에선 굴욕이 아닐 수 없다. 

 

곧이어 4·27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고, 중국 소외 분위기는 더욱 짙어졌다. 특히 판문점 선언 중 종전 선언과 평화 체제 구축과 관련,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추진한다"는 내용에 대해 중국이 불편해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전화 통화는 차일피일 연기되다 5월4일 겨우 성사됐다. 시 주석 일정 탓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사실은 중국의 불편한 심기가 나타난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아사히신문의 5월3일 보도는 이례적인 북·미 밀월을 더 명확히 드러냈다. 아사히신문은 북·미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협의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방법으로 핵을 전면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최근 흐름상 일본 언론 보도 신뢰할 만”


금방이라도 대격변이 일어날 것 같던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 발표가 늦어지면서 삐걱대는 모습을 보였다. 양측 간 의견 충돌이 생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미국 측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서 'PVID'(영구적이며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로, 또 '영구적 대량파괴무기(WMD) 폐기'로 핵심 의제 논의의 허들을 높이는 데 대해 북한이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사전 교섭 과정에서 북한에 핵 기술자의 해외 이주와 핵 관련 데이터 삭제까지 요구했다고 5월10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북한 측이 핵 기술자의 해외 이주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한편 데이터 폐기 요구에 대해서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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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에 몰린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잠시 제쳐두고 다시 중국에 노크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5월7~8일 중국을 찾아 시진핑 주석과 2차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시 주석은 곧바로 북한의 'SOS'에 응했다. 김 위원장의 두 번째 방중 사실이 공식 발표되기 전 교도통신과 NHK는 관련 정황을 포착하고 발 빠르게 보도했다. 북한의 양보를 얻기 위해 몰아붙이던 미국으로선 큰 복병을 만난 셈이다. 북한은 지체 없이 김정은 위원장-폼페이오 장관 2차 회동을 제의했다.    

 

공개 일정과 발언만 놓고 보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한반도 정세다. 그러나 충분히 예견 가능했던, 아니 예정됐던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일련의 일본 언론 보도를 대입하면 더욱 그렇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중국은 물론 북한 현지에도 다수 정보원을 두고 수십 년째 대(對)북 취재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김정은 위원장 형인 고(故) 김정남 관련 특종도 일본 언론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다. 일본이 한반도 대화·평화 국면에서 살짝 비켜나 있는 모양새라도 축적한 북한 관련 정보와 연구 성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최근 흐름상 일본 언론의 보도에 과장된 측면이 전혀 없고 신뢰할 만했다"며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이해되지 않는 맥락을) 일본 언론 기사들을 중심으로 파악하면 큰 틀림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철순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일본 언론 보도를 통해 북한 내부 사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해왔다"면서 "이런 취재는 물론 일본의 북한 연구도 상당한 수준이라 일본발(發) 정보를 잘 파악해야 현안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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