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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의 글로벌 도전은 성공할까

뚜껑 연 《범인은 바로 너》, 유재석과 넷플릭스의 합작품

정덕현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8.05.13(Sun) 10:00:00 | 1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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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유재석의 새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를 5월4일 공개했다. 과거 《런닝맨》의 초창기를 이끌었던 조효진 PD가 연출한 프로그램이고, 다름 아닌 유재석과 이광수가 출연했다. 게다가 ‘추리 예능’이라는 틀 역시 우리에게는 《런닝맨》을 통해 어느 정도는 익숙한 형식이다. 그러니 《범인은 바로 너》가 《런닝맨》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걸 부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그저 그런 아류작으로 치부하는 건 합당한 일이 아닌 것 같다. 그것은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세워지는 프로그램이라는 점과, 다름 아닌 유재석이 추구하는 ‘캐릭터 예능’의 만남이라는 지점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알다시피 전 세계에 네트워크를 가진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 업체다.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이미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방영권을 사서 틀어주기도 하지만, 넷플릭스가 전면에서 이끌고 있는 건 자체 제작하는 이른바 ‘오리지널’ 프로그램들이다. 올 한 해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프로그램에 투입하는 예산이 무려 8조6000억원에 달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범인은 바로 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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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바로 너》에 뛰어든 유재석의 속내

 

넷플릭스가 《범인은 바로 너》에 투자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이 추리영화 같은 장르적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도 또한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독특한 지점을 공유하고 있어서다. 추리 장르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콘텐츠들과도 잘 어울린다. 그것을 예능과 엮어 일종의 캐릭터쇼를 구성했다는 것에 넷플릭스는 반색했을 것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그건 글로벌 시장에서도 장르적 보편성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아이템이니 말이다. 국적이 아닌 취향 공동체를 추구하는 넷플릭스는 그래서 ‘장르’가 담긴 아이템들을 선호한다. 그것이 국적을 넘어서 취향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런닝맨》을 통해 인연을 맺은 조효진 PD와의 신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뛰어든 유재석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유재석은 무려 13년간 시즌1을 지속해 온 《무한도전》을 마무리했다. 아직 《해피투게더》나 《슈가맨》 《런닝맨》을 하고는 있지만 유재석으로서는 자신을 지지해 주는 든든한 기반이 사라진 셈이다. 《무한도전》의 종영은 어떤 의미에서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리얼버라이어티쇼 트렌드의 퇴조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시대에 최고의 캐릭터였던 유재석은 이 변화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유재석은 지금의 트렌드인 ‘관찰카메라’를 할 의향이 없다는 걸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그가 꿈꾸고 있는 건 여전히 캐릭터다. 마치 ‘찰리 채플린’이나 ‘미스터 빈’이 그 캐릭터로 지금껏 글로벌한 인기를 이어오고 있는 것처럼 자신도 캐릭터로 극점에 서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범인은 바로 너》는 유재석의 그런 의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범인은 바로 너》에서 유재석은 마치 셜록 같은 복장을 하고 등장해 어딘가 어설프지만 때론 몸 쓰는 일이나 머리 쓰는 일을 해내는 모습을 보인다. 조효진 PD는 이런 캐릭터를 “살인 사건을 추리해 가는 덤 앤 더머”라고 넷플릭스에 설명해 바로 승낙을 받았다고 필자에게 말한 바 있다. 유재석은 이 프로그램 속에서 특유의 웃기는 캐릭터를 보이면서도 동시에 추리 문제를 풀어가는 데 남다른 흥미를 느끼는 면모를 드러낸다. 그가 선뜻 이 프로그램에 도전하려 한 건 자신이 만들어가려는 캐릭터를 이만큼 마음껏 풀어낼 수 있는 ‘놀이터’가 없기 때문이었을 게다. 그게 글로벌하게까지 이어진다면 그가 하려는 캐릭터의 꿈에 조금은 가까워질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범인은 바로 너》는 100% 사전제작을 했다는 점에서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 미칠 긍정적인 효과 또한 분명해 보인다. 물론 비지상파들은 일찍이 시즌제를 통해 몇 부작으로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방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매주 반복돼 돌아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지상파 예능의 경우 100% 사전제작이 의미하는 ‘완성도’ 혹은 ‘완결성’의 의미는 남다르다고 여겨진다. 그간 국내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여겨지지 않고 매주를 채워 넣는 ‘오락거리’의 하나로 치부된 건 바로 이런 제작 풍토 때문이었다. 물론 드라마 역시 사전제작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나마 하나의 작품으로 보이는 건 적어도 몇 부작이라는 걸 사전에 정해 놓고 움직인다는 사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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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예능 프로그램에도 긍정적 효과 기대

 

추리 예능을 추구하는 《범인은 바로 너》는 반전 요소들이 주요한 재미 요소가 된다. 따라서 미래에 벌어질 사건을 미리 알고 앞부분을 어떻게 편집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이건 사전에 대본을 갖고 만든다는 뜻이 아니다. 《범인은 바로 너》는 제작진이 짜놓은 상황 속에 그 상황을 모르고 들어가는 7인 탐정단의 ‘리얼리티 게임 예능’이다. 그들은 그 상황 속에서 말 그대로 실시간 RPG게임을 하듯 추리를 하며 문제를 풀어간다. 맞힐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으며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하지만 리얼하게 흘러간 방향대로 담긴 10부작의 방송 분량을 역순으로 돌아와 앞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일종의 복선과 전조(前兆)를 깔며 스토리텔링을 해내면 10부작은 완결된 구조의 리얼리티 추리 예능이 가능해진다. 그런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100% 사전제작’이 아니면 구현되기 어려운 형식이다.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 국내 예능 프로그램을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범인은 바로 너》는 국내 예능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껏 예능이 받아왔던 일종의 천대가 어쩌면 이러한 완성도를 추구할 수 없는 제작방식에서 비롯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유재석의 도전이자 넷플릭스의 야심이 더해져 만들어진 이 글로벌 프로젝트가 특별히 의미 있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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