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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달콤 쌉싸름한 커피 한 잔에 담긴 인생

커피테이너 구대회가 말하는 인생커피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2(Sat) 16:00:00 | 1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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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처럼 커피 산업이 급성장하는 나라도 많지 않다. 어떤 이는 우리 민족이 식후에 숭늉을 즐겨 마셨기에 커피의 구수함이 한민족의 DNA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고 말한다. 근거는 빈약하지만 심정적으론 수긍이 된다.

 

몇 해 전 차를 타고 미국 시애틀 시내를 달릴 때 일이다. 길가에 선 부랑자가 손에 스타벅스 종이컵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걸하고 있었다. 당시 그가 든 종이컵에 이런 글귀가 씌어 있었다.

 

“당신이 가진 2달러와 이 커피를 바꾸시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부랑자가 든 컵에는 커피가 들어 있지 않았다. 농담조로 돈을 달라 구걸한 것뿐이다. 그에게 커피란 인생 전부다. 반대로 그의 커피를 받아든 사람에게는 여유다. 커피가 없다는 걸 깨달은 사람이 그 부랑자에게 2달러를 준다면 그건 위트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여러 의미를 살필 수 있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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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좋은 1000원짜리 커피로 대박

 

서울 마포구 광흥창역 부근 뒷골목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구대회 대표에게 커피는 인생이다. 서울의 모 사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여의도 대형 증권사와 굴지의 대기업에서 화려한 직장인 생활을 이어가던 구 대표는 어느 날 커피와 운명적으로 만난다. 남들에게 단순한 일상의 음료였던 커피를 그는 인생의 동반자로 받아들였다. 그의 인생에 커피는 그렇게 들어왔다.

 

“제가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카페를 차렸다고 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게 집안 배경이에요. ‘금수저 아니냐’부터 묻죠. 그런데 솔직히 저는 ‘흙수저 중 흙수저’예요. 제가 굉장히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직장 때려치우고 카페나 차려볼까’예요. 카페를 운영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그렇게 쉽게 생각해선 안 되죠. 제가 책 제목을 거창하게 ‘인생커피’라고 단 것도 제 인생이 이 커피 한 잔에 담겨 있기 때문이에요.”

 

후미진 골목 작은 카페에서 구 대표는 커피가 아닌 인생을 볶았다. 구 대표의 카페는 공간이 비좁아 테이크아웃 형태로 운영된다. 그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고객에게 뭔가 다른 가치를 주고자 노력했다. 요즘 말로 치면 ‘가성비’다. 싸면서 맛좋은 커피를 뜻하는 마포 명물 1000원짜리 ‘구대회 커피’는 그렇게 탄생했다.

 

《구대회의 인생커피》는 저자가 시사저널에 연재한 ‘구대회의 커피유감(有感)’을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지면의 한계상 담지 못한 글과 사진이 모두 실려 있다. 책에는 커피를 사랑했던 위인들의 이야기부터 커피 창업에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커피에 매력을 느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내가 과거 커피를 매력적으로 느낀 것은 적어도 다섯 가지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첫째, 서양에서 수백 년간 검증받은 음료다. 둘째,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 셋째, 노동 피로도가 타 업종에 비해 높지 않다. 넷째, 카페의 특성상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른 아이템과 협업을 하기에 어렵지 않다. 이렇듯 커피는 그 어떤 업종보다 많은 장점이 있어 예비 창업자들에게 여전히 묘한 끌림을 준다.”

 

저자가 커피에 자신의 인생을 걸고자 다짐한 것은 세계여행을 다녀온 뒤부터다. 책에서 저자는 “나는 전 세계 50여 개국을 여행하면서 아무리 형편이 궁색해도 고단한 노동 가운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수없이 봐왔다. 그 모습은 어떤 풍광보다 멋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이 책이 여느 커피 서적과 다른 점은 커피에 대한 저자의 지적 호기심이 곳곳에 담겨 있어서다. 가령 최근 국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 저자는 커피 전문가 입장에서 이렇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스페셜티 커피는 가끔 즐기는 1++등급 한우 같은 별미일 뿐, 몰락하는 카페를 구할 제3의 물결이 될 수 없다. 커머디티 생두도 각각의 특성에 맞게 로스팅을 하고 실력 있는 바리스타가 정확하게 추출하면 그 커피는 얼마든지 맛있다.”

 

우리에 가둔 사향고양이에게 커피 생두를 억지로 먹여 그 배설물로 만든 인도네시아 루왁 커피와 족제비 똥으로 만든 베트남 위즐 커피를 설명하면서는 인간의 탐욕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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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탐욕이 만든 루왁 커피

 

그뿐만이 아니다. 경영학도 출신답게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시루커피의 성공요인도 자세히 분석했다. 일본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 특정 대학 재학생들에게 공짜로 커피를 제공하는 ‘시루커피’를 보면서 저자는 한국의 카페 산업에 기대와 희망을 불어넣는다. 책의 말미에는 커피로 잠 못 드는 미국 시애틀과 킨포크 라이프의 성지 포틀랜드, 고려인 커피로 유명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신흥 커피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 상하이를 직접 찾은 저자의 ‘커피 방랑기’가 실려 있다.

 

최근 저자는 서강대 부근에 2호점을 열었다. 매장에 가면 실제로 ‘인생커피’를 판다. 인생커피는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과테말라 생두(안티구아)를 볶던 중 로스터기 호퍼 투입구가 열린 줄 모르고 예카체프(에티오피아산)를 부었다가 의도하지 않게 두 생두가 블렌딩되어 만들어진 우연의 산물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또 정해진 길로 다니는 게 인생은 아니다. 우연이 필연으로 이어지는 것도 인생이다. 달콤 쌉싸름한 맛 때문에 인류가 커피에 매료된 게 아닐까. 그건 어쩌면 우리 인생과 너무도 비슷하다. 정반대의 특성을 가진 두 생두가 만나 색다른 맛을 만든다? 우리 인생이 바로 이 ‘인생커피’에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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