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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정권교체마다 반복되는 ‘수사 외풍’…이번엔 잠재울까

경찰수사로 빨간불 들어온 황창규號…통신업계 주요 현안 앞두고 ‘전전긍긍’

조유빈 기자 ㅣ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4(Mon) 14:00:00 | 1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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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 회장이 최근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로 경찰에 소환되면서 KT의 경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주파수 경매와 보편요금제 도입 등 통신업계 주요 현안이 산적해 있는 데다, 내년 5G 상용화를 앞두고 대응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수장이 사정기관의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 향후 5G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준비도 본격적으로 하는 상황이어서 KT의 ‘CEO 리스크’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T의 전임 회장들은 과거 정권교체 시기 때마다 ‘수사 외풍’에 휘둘리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황 회장까지 최근 경찰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정권교체-검경수사-CEO 교체’라는 악순환이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KT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KT와 ‘닮은꼴’로 평가받는 포스코그룹 권오준 회장이 4월18일 사임 의사를 밝힌 만큼, 황 회장도 결국 같은 수순을 밟지 않겠냐는 것이다. 권 회장이 사임 의사를 표명한 것은 공교롭게도 황 회장이 20시간의 고강도 경찰조사를 받고 나온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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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검경수사-CEO 교체 악순환

 

실제로 KT는 민영화된 지 올해로 16년째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홍역을 치러야 했다. 민영화 이후 회사를 이끈 이용경 전 사장이 2005년 임기 만료로 물러난 것을 제외하고는, 연임에 성공한 후임자들이 모두 외풍에 시달리다 불명예 퇴진했다. 2005년 8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회장에 선임된 남중수 전 회장은 2008년 정기주총에서 재선임되면서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납품업체 선정 및 인사청탁 비리 혐의로 압수수색이 시작되면서 사임했다. 이석채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12년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지만, 배임과 비자금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자 20013년 11월 사임했다.

 

황 회장도 최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측근을 임원으로 채용하고, 최씨가 연루된 광고회사에 68억원의 광고를 몰아주는 등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황 회장이 2014년 CEO로 선임된 후 KT는 구조조정 및 서비스 개선을 통해 2년 만에 적자에서 벗어났다. 동시에 KT의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KT 전·현직 임원들이 국회의원 90여 명에게 총 4억3000만원을 ‘상품권 깡’ 형식으로 불법 후원하는 데 관여한 정황이 사정기관에 포착되면서 사법처리 위기에 몰렸다.

 

경찰은 KT 본사와 자회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차례로 조사해 왔고, 황 회장을 소환해 지시를 내렸거나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초 4월말 황 회장의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때문에 사정기관 일각에서는 “황 회장을 압박할 카드로 경찰수사 내용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석채 전 KT 회장이 최근 재판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점도 황 회장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회장은 2014년 4월 131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지난달 말 이 전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역시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형이 확정됐다. “이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정권교체와 맞물려 퇴진 압력의 일환으로 행해진 ‘KT 흔들기’였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라는 시각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시민단체는 황 회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약탈경제반대행동은 “KT는 스스로 자체 개혁이 어렵다. KT 대주주들은 황창규 등이 꼬박꼬박 챙겨주는 고배당에 만족하고 있고, 거대 노동조합은 ‘어용노조’로 지목된 지 오래”라며 “역대 정권은 KT를 논공행사에 쓰일 ‘전리품’으로 활용했다. 경찰이 늘 말하는 ‘무관용의 원칙’이 이번에 적용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KT 새노조의 퇴진 요구도 거세다. 노조는 지난 4월 논평을 내고 “국민기업 CEO라기보다는 정치 로비스트에 가까운 황 회장의 행태가 문제가 돼 온갖 사회적 비판이 쏟아졌지만, 그는 막무가내 버티기 중”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또 “이로써 국민기업 KT의 이미지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추락했고 이는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사회가 황 회장의 거취에 대한 논의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는 중대한 직무유기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4월27일 열린 임시이사회와 5월3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황 회장의 거취 문제는 다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T 측 “5G사업 매진…리스크 없어”

 

어떤 결론이 나오든 현재 KT 앞에 놓인 보편요금제 심사와 5G 주파수 경매,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 등의 현안을 헤쳐 나가는 데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통신 본연의 경쟁력 확보’를 취임 일성으로 내걸면서 5G 전반을 설계하고 주도했던 키맨이 황 회장 본인이라는 점에서 그의 거취가 향후 KT 신사업 전반과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황 회장은 지난해 재임에 성공하면서 비통신 부문 강화를 목표로 세우고, VR(가상현실)과 미디어플랫폼,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부문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성과를 냈다. 내부 임직원들은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황 회장이 진두지휘한 신사업 관련 담당자들이 CEO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KT의 VR 관련 사업은 성과가 본격화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KT 측은 황 회장의 위기에 따른 사업 리스크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2019년 5G 상용화를 위한 네트워크 솔루션을 80% 개발한 상황이다. 3분기 안에 개발을 마치고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진행 중인 수사나 CEO의 거취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힐 수 없다. 다만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민영기업의 CEO가 바뀐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직원들의 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5G 사업은 오래전부터 진행해 왔던 터라 사업 자체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주요 현안에 대한 경영전략 수립에 차질을 빚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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