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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로에서] 합체의 이유…일하는 국회 소망

“국회가 국민들을 걱정해 줘야지 왜 국민들이 국회를 걱정해야 하나”

김재태 편집위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3(Wed) 14:00:00 | 1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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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로 꼽히는 곳이 의사당 건물이다. 영국 국회의사당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도 규모지만, 네오 고딕 양식의 외관이 내뿜는 멋스러움이 대단하다. 강변도로에 위치해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건너편에 자리 잡은 또 다른 관광 명소 ‘어부의 요새’에서 내려다보는 야경 또한 바로 앞 다뉴브강의 물결과 어울려 환상적으로 아름답다. 그 건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 나라 국회는 설령 아무 일을 안 하더라도 그 풍경만으로 국민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여의도에 있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사당도 규모로만 따지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압도적이다. 한강을 끼고 있어 입지도 그만이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이 화려하게 들러리도 서준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건물의 크기는 어마어마하지만, 경직된 웅장함만 느껴질 뿐이다. 길게 담이 둘러져 있어 접근하기도 쉽지 않고 의사당까지 걸어가는 길도 멀다. 일부는 청와대를 가리켜 ‘구중궁궐 같다’고 표현하지만 국회의사당도 만만치 않다. 외양만으로도 국민들의 동선과는 한참 떨어져 보인다.

 

이처럼 국민들의 눈에 멀게 느껴지는 국회가 국민들 가까이 다가서는 길은 일을 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보여주는 모습은 늘 실망스럽다. 이번에도 닫혔던 국회 문이 벼랑 끝에 이르러서야 42일 만에 열렸다. 그동안의 우여곡절을 떠나서 42일이라는 공백의 크기는 국민들의 처지에서 너무나 허망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은 “국회가 국민들을 걱정해 줘야지 왜 국민들이 국회를 걱정해야 하나”라는 볼멘소리를 내놓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놀고먹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판이 넘쳐난다. 예로부터 가장 염치없는 인간으로 치부된 부류가 바로 이 ‘놀고먹는 사람’이다. 의원들은 국회가 열리지 않을 때에도 지역구 민원을 챙기고 정책 입안을 위한 공부도 하는 등 한시도 놀고먹은 적이 없다고 말하겠지만, 문 닫은 국회를 암담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에게는 다 비겁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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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의 국회 공회전을 두고 여나 야나 모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말할 것이다. ‘드루킹 특검’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절박함도 이해할 수 있고, 진행 중인 수사가 다 끝난 후에 특검을 해야 한다는 여당의 논리도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놓쳐버린 민생에는 어떤 이유도 논리도 끼어들 틈이 없다. 항상 자신들의 상황보다 앞서서 살펴야 하는 것이 민생임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 할 일을 못한 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오랜 민생 공백 속에서 제 할 일을 못한 여야 정치인들은 이제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해맑게 웃으며 거리로 나서서 지방선거에 나선 자기네 후보들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할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외치는 한 표의 소중함만큼이나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맞춰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국민 81%의 목소리 또한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따로따로라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소용이 없다. 의원들이 합체(合體)되어야만 비로소 국민을 위한 국회, 일하는 국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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