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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옥희 뚫고, 박세리 일으키고, 박인비가 다지다

한국여자프로골프 40년의 감동 드라마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9(Sat) 16:00:00 | 1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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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유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지만 40년 전만 해도 ‘한 지붕 두 가족’ 살림살이였다. 그것도 쪽방에 얹혀사는 ‘더부살이’ 신세였다. 1968년 창립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 종속된 여자부에 불과했다. 초라했던 KLPGA투어가 이제는 전 세계를 움직이는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보유한 ‘빅 하우스’가 됐다. KLPGA가 5월26일이면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여자프로골퍼는 어떻게 태동했을까.

 

1978년 5월 경기도 남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구 로얄)에서 제1회 여자프로테스트가 열렸다. 단독이 아닌 KPGA가 주관하는 제9회 프로월례경기였다. 이때는 남자대회도 변변한 게 없었다. 월례경기에서 여자프로는 남자 경기조 뒤로 2팀이 나가 프로테스트를 받았다.

 

여자프로가 되기 위해 모인 선수는 모두 13명. 이틀간 실시된 테스트에서 4명의 선수가 프로테스트를 통과했다. 현재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강춘자를 비롯해 한명현·구옥희·안종현 등이다. 강 부회장이 155타(77-78)로 1위를 차지했다. 한명현과 구옥희가 공동 2위, 안종현은 4위였다. 이 때문에 강 부회장이 한국여자프로골퍼 1호가 됐다. 강 부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작고했다.

 

1세대 여자프로골퍼 그룹이 완성된 것은 1978년 8월. 이틀간 경기도 용인 한원컨트리클럽(구 오산)에서 프로테스트가 열렸다. KLPGA 초대회장을 맡은 김성희를 비롯해 이귀남·고용학·배성순 등 4명이 테스트를 통과했다. 이로써 KPGA 회원 80명 중 여자프로골퍼는 모두 8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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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첫 여자프로골퍼 테스트

 

8명의 선수층 확보와 여자부 신설 후 여성만의 독립 골프대회를 창설했다. KPGA는 1978년 남서울컨트리클럽에서 제21회 프로골프선수권대회를 겸해 제1회 여자프로골프선수권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여전히 척박한 여자프로골프 시장에서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전무했다. 가뜩이나 열악한 국내 골프 환경 속에서 남자프로대회에 ‘셋방살이’하듯이 참가해야 했던 현실은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여자는 상금도 남자상금의 10%였다. 총상금이 100만원 정도였다. 대회 수도 1년에 10개가 되지 못했다.

 

여자프로골퍼들은 골프 선진국인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구옥희·강춘자·안종현·배성순 등 4명은 1982년 5월 일본 도쿄 요미우리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10회 세계여자골프선수권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했다. 한국 골프 역사상 최초로 여자프로골퍼들의 국제무대 진출이었다. 한명현이 1983년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 프로테스트를 통과해 일본 프로 자격증을 획득하며 최초로 해외 프로선수 자격을 얻은 선수가 됐다. 이어 구옥희와 강춘자가 프로테스트를 통과했다.

 

구옥희는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1984년 JLPGA투어에서 첫 우승한 데 이어 1985년 3승을 하며 한국과 일본 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984년 일본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대회에 일본 프로 자격으로 출전해 3위에 오른 구옥희는 이후 미국으로 날아갔다. 1985년 미국 텍사스주 슈가랜드 스위트워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PGA 프로테스트에서도 합격했다. 한국인 최초였다. 1988년 구옥희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문밸리 골프코스에서 열린 LPGA투어 스탠더드 레지스터오픈에서 우승했다.

 

1978년 8명으로 시작한 여자프로는 1988년 10년 만에 50명으로 늘어났다. 그해 2월 KPGA 여자프로부는 별도의 독립기구로 분리됐고, KPGA는 이사회를 열어 KLPGA 창립을 공식 의결했다. 창립자금으로 3000만원도 지원했다. 12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서울(구 서울타워호텔)에서 KLPGA 창립총회가 열렸다.

 

KLPGA 창설 2년 후인 1990년 경기도 고양 뉴코리아 컨트리클럽에서 제1회 서울여자오픈이 열렸다. 총상금 30만 달러였던 이 대회에는 미국에서 활약 중인 구옥희, 일본에서 활약 중인 김애숙·이영미 등 한국을 비롯해 모두 9개국 선수들이 출전했다. 이 대회와 함께 1993년 동일레나운클래식과 FILA오픈 등 각종 국내대회에서 총상금 1억원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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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박인비 등장하며 전성기 열어

 

여자프로골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박세리(41)와 김미현(41)이 등장한 것은 1996년 4월이다. 박세리는 1992년 KLPGA투어에서 아마추어로서 첫 승을 올리며 ‘거인’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1995년 KLPGA 투어 12개 대회에서 4승을 거뒀고, 1996년 KLPGA투어 상금왕을 차지했다. 박세리는 1998년 미국에 진출해 5월 LPGA투어 맥도날드챔피언십에서 첫 승에 이어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20홀 연장이라는 기록적인 승부가 이어진 US여자오픈 마지막 홀에서 박세리는 양말을 벗고 워터해저드에 들어가 경사면 러프에 걸린 볼을 쳐내는 ‘맨발 투혼’을 발휘했다. 당시 IMF 외환위기로 고통받던 국민들은 그 장면을 보며 큰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박세리는 1998년에만 LPGA투어 4승을 거둬 한국 선수 최초로 LPGA 신인왕을 수상했다. 이어 1999년 김미현이 LPGA 신인상을 수상해 한국여자프로는 2년 연속 신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미현은 1999년 LPGA투어에 진출해 8승을 거두며 25승의 박세리와 함께 LPGA 무대를 한동안 평정했다.

 

한국여자프로의 강인한 DNA는 후배들이 이어받았다. ‘세리 키즈’ 박인비(30)가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메이저대회 7승을 포함해 통산 19승을 올린 박인비는 LPGA투어에서 ‘골프여제’로 군림하고 있다.

 

이어 박성현(25·KEB금융그룹)이 지난해 미국으로 자리를 옮겨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첫 우승했다. 그리고 1승을 더 추가해 2015년 김세영(25), 2016년 전인지(24)에 이어 신인상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박성현은 유소연과 함께 올해의 선수상까지 획득했다. 또 올 시즌 미국에 진출한 고진영(23)은 데뷔전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루며 선배들의 뒤를 이어 최고의 기량을 펼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15·2016년 상금왕을 차지한 이보미(30), 신지애(30), 김하늘(30)이 일본 무대를 휩쓸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6관왕을 차지한 이정은(22)과 최혜진(19)이 돌풍을 일으키며 LPGA투어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코리아’ 브랜드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는 한국여자프로골퍼들의 더 높은 비상(飛上)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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