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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자들도 통일된 개헌 합의안 내놨는데…

[특집] 개헌 촛불 사그라지나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3(Wed) 08:32:10 | 1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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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결론은 같았다. 헌법 개정(改憲) 얘기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모든 이슈를 집어삼킨다며 정권 초 개헌 논의에 부정적이었던 과거 대통령들과 달랐다. 오히려 청와대가 개헌 정국을 주도했다. 분위기도 나쁘진 않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연히 대통령 개헌안을 적극 옹호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개헌안의 세부 내용이나 처리시기에 입장차를 보였지만,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된 지 두 달, 개헌 시계는 멈췄다. 위헌 결정을 받은 국민투표법 개정 무산으로 6월 개헌은 불가능해졌다. (시사저널 1492호 ‘개헌 기회 “9월·연내·2020년 세번 남았다”’ 기사 참조)

학자(學者)들은 현실보단 이론에, 이해(利害)보단 사상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수많은 학자들이 거대한 학파를 이루고 똑같은 사안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학자들의 합의는 정치권의 그것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 정국에서 헌법학자들이 통일된 개헌안을 내놨다. 헌법 전문가인 교수·연구진들이 다양한 견해를 절충해 합의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법학자들의 집단지성을 반영한 성과물인 셈이다.

 

한국헌법학회가 내놓은 개헌안(학회 안)은 정부 안이 대통령의 임기를 4년으로 하고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한 반면, 학회 안은 1차에 한해 ‘중임’을 허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다른 대통령이 취임했어도 다음에 또 출마할 수 있는 셈이다. 국무총리의 권한도 더욱 구체화했다. 대통령 권한이 외교·국방·통일 분야를 관장하도록 하고, 국무총리의 권한이 행정 일반을 관장하도록 하는 등 분권형 정부 형태를 제시했다. 정부 안에서 국무총리 권한과 관련해 현행 헌법 조문에서 ‘대통령을 보좌하여’라는 표현만 삭제하는 데 그쳤던 점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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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안은 법률안 및 헌법개정안에 대해 국민발안과 국민투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권을 규정했고, 헌법재판관 전원 국회에서 선출, 대법관과 고등법원판사의 인사위원회 구성 등 사법 정당성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방분권과 관련해선 지방입법권을 대폭 끌어올렸다. 정부 안은 지방자치단체의 명칭만 지방정부로 격을 높여주면서, 정작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조례제정권 수준에서 유지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학회 안은 지방분권 지향 원리를 총강과 전문에 함께 규정하고 정당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 후보공천 민주화 규정을 신설, 정당의 재정공개 의무를 명시했다. 기본권 부분에선 생명권, 안전권, 정보기본권, 학습권, 소비자권리 등을 신설하고, 어린이와 청소년 및 노인과 장애인의 권리 강화 등 기본권 규정을 대폭적으로 강화했다. 나아가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 비례성 강화를 규정했고,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보다 강한 불신임 제도를 신설했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 회장은 “학회 내에서도 보수적인 학자, 진보적인 학자들 간에 다양한 견해들이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10여 차례의 분과위원장 회의와 4차례 전원위원회를 개최해 큰 틀에서 조율해 가는 과감한 합의 과정을 거쳤다”며 “정치권은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 백년대계라는 헌법의 의미를 생각하고, 국민의 입장에서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최소화하는 정치행정 체제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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