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집단폭행 가해자, 응분의 대가 치르는 게 사회정의”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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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광주 집단폭행’ 피해자 변호인 김경은 변호사…“잔혹범죄 가해자 집행유예 선고, 납득할 사람 아무도 없을 것”

 

4월30일 광주에서 일어난 집단 폭행 사건이 새 변곡점을 맞았다. 5월21일 사건 피해자의 눈 안쪽에서 나뭇가지 파편이 발견돼서다. 앞서 경찰은 “나무로 피해자 눈을 공격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가해자들에게 살인미수죄를 적용하지 않았는데, 이를 뒤집을 수 있는 ‘스모킹 건(결정적 단서)’이 등장한 것이다. 여기에 가해자 8명 모두 지역 폭력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건 초기 “범죄단체와 관련 없다"던 경찰의 주장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피해자를 변호하고 있는 김경은 변호사는 국내 사법체계가 피해자 인권 보호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5월22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피해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국민이 가해자들을 엄하게 벌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며 폭행을 다루는 형법과 공권력, 대안책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 집단폭행 피해자 A(31)씨의 변호인인 김경은 변호사가 5월8일 광주 광산경찰서를 찾아 가해자들의 살인미수 혐의 적용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광주 폭행 사건을 맡게 된 계기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26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이 사건의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달라는 청원에 동참을 하고 있다. 나 또한 국민의 한 사람이자 법조인이다. 이 사건을 알게 된 후 가해자의 범행에 합당한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것이 이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에 일조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경찰이 광주 집단폭행 가해자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살인 고의성이 없다는 판단인데.


“살인미수의 범위를 너무 좁게 해석했다. 피해자가 여러 차례 살려달라고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너는 죽어야 한다고 하면서 손가락과 나뭇가지를 이용해 피해자의 눈을 찔렀기 때문에 위와 같은 판례의 태도에 비추어 살인미수에 해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가해자들의 집단 폭행으로 말미암아 이 사건의 피해자는 이미 한 쪽 눈이 사실상 실명이라는 진단을 받은 상태다. 나머지 한쪽 눈도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태다.”

 

4월30일 광주에서 발생한 집단폭행 사건의 피해자 A씨(31) ⓒ연합뉴스


경찰이 적용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도 살인미수와 형량이 비슷하다. 살인미수를 적용해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직경 10cm 가량의 돌이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는 판례(대법원 1995. 11. 24. 선고 95도2282 판결 참조)가 있다. 낫을 들고 피해자에게 ‘접근’한 것만으로도 살인미수에 해당한다는 판례(대법원 1986. 2. 25. 선고 85도2773 판결)도 있다.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야할 처지에 놓인 피해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이 사건을 알게 된 모든 국민들이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는 바, 이러한 피해자와 국민의 법감정에 비추어봐도 엄하게 처벌돼야 한다.”

 

피해자 역시 쌍방폭행으로 입건됐다. 정당방위와 폭행의 구분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형법 제21조 제1항에서는 정당방위에 대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다. 정당방위의 그 행위와 태양이 너무나도 광범위하기 때문에 위와 같이 형법에서도 상당히 추상적으로 규정할 수 밖에 없다. 이 탓에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떠한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하는가는 수사기관의 판단이나 법원에 의해 사후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대법원 판례도 상당한 양이 축적됐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도 정당방위의 요건에 대해 미리 알 수 있도록 정당방위의 요건을 좀 더 구체화해 입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폭력사건의 형량을 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사건에 대해 경찰에서 적용한 법조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2조 제2항 제3호 공동상해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위 공동상해죄는 형법 제257조 제1항 상해죄에서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위 형법 제257조 제1항 상해죄의 형량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징역형을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하한이 없어서 여기에 2분의 1을 가중한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집행유예가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광주 폭행사건’과 같은 경우 집행유예 선고 자체를 어렵게 해야한다는 얘기인가.


“잔혹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 대해서 만약 집행유예가 선고된다면 그 판결을 납득할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이 사건과 같은 잔혹범죄에 있어서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형의 하한을 3년을 초과하는 형으로 법개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권력의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광주 폭행 사건에서 경찰의 초동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가.


“피해자측의 주장과 동영상 등을 살펴보면, 경찰이 출동한 후에도 피해자는 계속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동한 경찰로서는 상황판단이 다소 늦는다거나 가해자가 많아서 애로점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은 한다. 피해자가 계속해서 맞지 않도록 피해자와 가해자를 즉각 격리시키는 조치가 필요했는데, 적어도 이 부분은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묻지마 폭행 등 ‘길거리 폭력 사태’가 과거보다 더 과격해지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모습인데. 관련 해법이나 대응법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폭력사태를 발견하게 될 경우 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즉각 경찰에 신고하는 것과 같이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는 경찰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그 기준이 모호하다. 테이저 건 등 총기사용이 허가되는 경우는 정당방위, 긴급피난, 징역 3년 이상의 실형을 받을 수 있는 피의자가 저항·도주 시, 위험 물건을 소지한 때, 범인을 체포할 때 등이다.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국민적 합의를 거쳐, 잔흑한 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세세한 규정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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