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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과 2020…김정은과 트럼프의 엇갈린 시간

북·미, 비핵화 로드맵 놓고 '동상이몽'

오종탁 기자 ㅣ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4(Thu) 1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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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분' 5월22일(미국 현지시간) 있었던 한·미 정상 간 단독회담 시간이다. 당초 예정된 시간은 30분이었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발 기자회견'을 열면서 밀려 9분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단독회담 시간을 아껴 대북(對北) 메시지 전달에 집중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일괄 타결(all-in-one)'이라는 목표를 재확인하면서도 초단기간에 최소한의 단계로 나눠서 진행할 수 있다며 타협 여지를 남겼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타협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배치되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시계가 워낙 다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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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실험장 폐기 강행…비핵화 의지 천명  

 

북한은 이르면 5월24일 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와 군, 정보당국은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갱도 폭파를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로 평가하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표명한 비핵화 의지를 실행에 옮기는 첫걸음이다. 최근 한반도 경색 국면에도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데서 '비핵화 방침을 무를 생각이 없다' '나름대로의 핵 폐기 일정을 갖고 있다'는 속내를 읽을 수 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상대방(미국)에게 상응한 행동 조치를 촉구하는 선제 조치'라고 강조했다. 향후 북한이 미국과의 사전 협상 과정에서 이번 핵실험장 선제 폐기를 지렛대로 사용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에 상응하는 보상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실상의 '비핵화 최종 로드맵'을 북한에 제시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수용하면 정권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고, 한국처럼 경제적 번영을 이루도록 대폭 지원할 뜻을 밝혔다. 비핵화 시기에 대해선 "일괄 타결이 좋다"며 "물리적인 이유로 인해 딱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는데, 그렇더라도 '굉장히 짧은 기간 내(over a very short period of time)'가 돼야 한다. 근본적으로 일괄 타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미국이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식에 보조를 맞췄다' '북핵 해법을 위한 트럼프식 모델이 제시됐다'는 해석이 쏟아졌다. 

 

그런데 한·미 정상회담을 지켜본 북한은 5월24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 담화를 통해 또 다시 불만을 표출했다. 최 부상은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하겠다"면서 "저들이 먼저 대화를 청탁하고도 마치 우리가 마주앉자고 청한 듯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 저의가 무엇인지, 과연 미국이 여기서 얻을 수 있다고 타산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라고 비난했다. 형식적으론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폭스뉴스 인터뷰 발언이 문제시됐지만,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엇박자가 여전함을 방증했다. 

 

 

'2020년'에 맞춰진 트럼프 시계…김정은은 '당장 보상' 원해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한·미 정상 간 논의 결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비핵화냐'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 전 원장은 "짧은 단독회담 시간 동안 한·미 정상이 주한 미군과 미 전략자산, 한·미 연합훈련 등을 어떻게 할지는 논의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이는 북한이 체제 보장을 이유로 제거해주길 바라는 부분인데, 우리 정부 인사들은 그게 마치 기정사실화할 것처럼 쉽게 예상하는 반면, 미국 측은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비핵화의 반대급부로) 줄 것들에 대해 한·미가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은 비핵화의 대가로 북한의 경제적 번영을 거론하면서도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해선 공언을 자제해왔다. '김정은 위원장이 계속 통치할 수 있다' '미국의 보호를 받게 될 것'이란 식이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양측은 북한 비핵화 방식과 체제 안전 보장의 구체적 내용이나 합의를 도출하지 않았다. 종전 선언을 통해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줄이는 방안 정도가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식 '선(先) 핵 폐기·후(後) 보상' 해법 지양, 체제 안전, 경제적 보상 등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17일 북한에 약속한 바 있다. 

 

결국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마지막 해인 2020년까지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기존 대전제 하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간의 미국 정부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 발언을 종합해 보면 북·미 비핵화 협상의 골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사실상 마지막 해인 2020년까지 북한이 비핵화를 달성하면, 미국은 국제사회의 대북 투자와 경협을 막는 각종 제재를 해제하고 북·미 수교와 평화 협정을 체결하는 등의 내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보유 핵'과 '미래 핵'을 모두 파기하는 조치의 시한을 2020년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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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한에 있어 중요한 시간은 '2020년'이 아닌 체제 보장 조치를 받을 수 있는 시점이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두 차례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반대급부로 체제 보장과 평화 협정 체결, 미국의 경제 지원을 원했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무엇보다 북한이 가장 시급하게 원하는 것은 체제 보장이다. 핵 폐기 프로세스 가동과 동시에 체제 안전을 담보 받아 북·미 수교까지 무사히 이루는 게 핵심 관심사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관련 발언(단기간 내 일괄 타결)은 북한 입장에선 전혀 새롭지도, 와닿지도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주한 미군 성격·기능 변화 등 실질적인 체제 보장 조치를 우선 제시하면서 과감하게 나아갈 때 북한도 가까이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북·미는 이번 주말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 사전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양측 고위 인사들은 비핵화와 보상의 단계 및 시한 등 회담 핵심 의제와 함께 보안 문제 등을 놓고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 혹은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영태 소장은 "향후 일주일이 고비"라며 "북·미가 실무선에서 확실한 접점을 찾지 못하면 정상회담이 불발될 우려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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